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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Dec 23. 2023

파기된 계약

계약을 하긴 했나??

내 이럴 줄 알았다.



또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놓이게 되리란 걸. 운명인가? 운명이라면 얄궂다. 누구도 아닌 그들에게 버려지고 보니 말이다.

경험에 의하자면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아니다. 고약한 버릇이 가끔 나오는 친구니까. 아니 고약할 것도 없다.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지. 내가 잘 못하는 거. 내가 물어보았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들어주었던 거지 약조를 한 것은 아니니까. 약속을 파기한 것도 아닌 거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계획이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며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주섬 주섬 챙기는 것.


오늘 만나서 서로 즐거웠다. 행복했다. 차도 마시고 점심으로는 햄버거를 먹으며 캐주얼하게 유쾌한 시간도 보냈다. 내가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 우리 3명은 나이가 다 다르다. 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능력자도 있다. 한 명은 곧 외국도 나간다고 했다. 앞 날을 도모하기 위해, 소속된 사회에서 자신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담담히 해 보겠다 했단다. 크게 불만 없어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사회생활 힘들지. 아무리 얽히고설킨 관계지만, 오래 알던 관계라도 생각은 다 다른 법. 사회생활은 어디든 힘들다. 언제나 느긋해 보여 야망이라고는 없어 보였는데 단단한 맛이 있는 여자였나 보다. 알고 지냈다고 해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게 사람 같다.


먼저 그녀가 자리를 비울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만날 때부터 그녀의 약속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었다. 아직도 안 사고 뭐 했나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바빴겠다 치자. 둘만 남았다. 뭐 오붓하다. 속으로는 먼저 간 그녀보다 더 편하게 생각도 하니까. 그런데 우리 둘이 자리를 옮기려 하자 그녀가 잠깐 자리를 뜨겠단다. 그러라 했지. 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그러더니 잠시 후 전화가 온다.


 "엄마, 나 친구랑 놀아도 돼?"

"어... 돼. 근데 추우면 집에 와서 놀아. 알았지?"

"응, 알았어"


1분 후.


"엄마, 나 예서랑 준성이 집에 가서 놀아도 돼?"

"응, 되지. 근데 물 좀 마시면서 놀아!"

"응, 엄마 사랑해~"

"응, 엄마도"


새로 산 바지도 입었다. 예쁜 검은색 고무줄 바지. 겨우 10년 밖에 안 된 흰색 후드티. 거기에 검은색 중고로 산 톰보이 오버핏 코트를 입으려고 챙겨도 놓았다. 거울에 비춰보니 새 고무줄 바지 핏이 제법 이뻤는데. 9,900원에 샀지만 단골집이라 품질은 믿을 수 있는 에스핏에서 산 바지. 내 다리가 이쁘냐 바지가 이쁘냐 하며 만족해했는데..쪽을 지을듯 가르마를 타 묶은 머리도 단정하게 준비를 하였건만. 우린 홈플러스에 가서 며칠 후에 공부하러 몇 주간이나 떨어져 지낼 첫째 먹을 냉동 양념치킨도 사고 마트 안에 있는 다이소도 가자 말이 끝난 줄 알았는데. 그저 엄마 듣기 좋으라고 긍정의 고갯짓만 했나 보다. 좋아하는 햄버거도 직접 만들어 먹였건만..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소리하는 내가 귀찮을 텐데.." 아저씨도 없는데 나는 누구한테 우는 소리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외로운 건가 보다.




모두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네요. 모두 따뜻한 휴일 보내시길.. 휴지를 곁에 두고 글을 써 봅니다.


그러니 놓여진 제 코트는 다시 옷걸이로. .

 


다행히 교회 간다는 친구때문에 일찍 들어온 둘째. 같이 마트 갔습니다.

매일 야근 외박하던  바쁜 남편도 저녁먹을시간 집에 왔네요. 식탁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한, 외롭지않은 저녁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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