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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an 15. 2024

어그로를 끌어봐?

아니 별로. 그건 좀. 안 당김.

(1월 15일 이 글을 썼습니다. 소심한 제 영혼은 알았던 겁니다. 제가 이 글을 혐오한다는 걸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꿈에서 브런치 구독해 주시는 분이 2명이나 줄어드는 무서운 일을 당했거든요. 아주 악몽이죠. 아주 베드 베드 드림입니다. 


1월 16일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는데. 별안간 왜 그런지 알겠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성질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짓, 자랑.


예, 이 글에는 자랑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랑하지 않으려 거짓으로 위장했죠. 맞아요. 벗님께서 저를 인정해 주셨다는 기분에 자랑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숨겨볼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으니 진실성은 떨어지고 기분이 묘하게 나빠지는 글이 된 겁니다. 잠자기 전에 글을 삭제할까 고민도 했는데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일단 놔뒀습니다. 아침이 되니, 구독자 분들을 잃고(꿈에서) 나니 알겠습니다. 저는 이런 글을 읽고 싶지 않다는 걸요. 읽고 싶지 않은 글을 제 손으로 써 놓은 겁니다. 죄송합니다. 읽지 않고 넘어가 주세요. 자꾸 삭제하는 것도 나쁜 버릇 같아서 제 반성의 의미로 글은 남겨 두겠습니다. 그리고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숨겨서 자랑 안하게 칭찬 해주세요.ㅋㅋㅋ 농담입니다. 오늘도 작가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노 올림)


뻔뻔해서 부끄러운 글 시작합니다.



멀티적으로다가 좀 되는 줄 알았다.



거짓말.

2초 만에 들통날 거짓말이다.


나는 한 번도 멀티로 무언갈 잘한 적이 없다.

공부하면서 운동을 마스터한 적도, 회사를 다니며 공인중개사 합격도 못했다.

사소하게는 방 닦는데 머리카락이 나오면 멘붕이 오는 하찮은 부류다. 머리카락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뇌가 가녀린 여자다. 걸레에 대충 훔쳐놓고 닦기를 계속하면 되련만 금방 쓸었는데 이 검고 기다란 건 어떻게 왜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지 일단 계산이 되지 않아 당황이 되는. 걸레에 욱여넣어야 하나 굽힌 허리를 '으으으' 하며 70년이나 얼었다 녹아도 손톱 하나 굳은데 없이 꼿꼿하던 캡틴 아메리카를 부러워할 겨를도 없이 10분 만에도 몸이 굳어버리는 신기한 몸뚱이를 일으켜 세워 휴지통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아버리는 족속이다. 머리카락 하나에도 오류가 오는. 강수지 몸매(장원영이라 해야 하나?)급 야윈 정신에 급 현타다. 이것도 30년 베테랑이 되면 노하우가 쌓여 아무렇지 않을 거다. 아직 중댁이니까. 결혼하고 10년까지는 새댁임을 강조하였으나 지금은 15년째다. 20년 될 때까지 중댁. 머리카락 정도는 방 닦으면서도, 눈썹을 뽑으면서도 감고도 처리 가능하겠지.


고작 며칠 글을 안 썼는데 두 달은 쉰 거 같다. 물론 방학인 아이와 발을 맞추다 보니 그렇다는 변명도 가능은 하다. 주부에게 아이의 방학은 투잡 상황이다. 원직장에 전처럼 완전히 충실할 수 없다. 일상의 스케줄은 많은 부분 재단이 된다. 아이의 스케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멀티가 안 되는 이유는 더 있다.


멀티태스킹이 한정된 시간 동안 몇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인식은 변화 중인 거 같다. 검토가 끝났거나. 뇌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뇌는 원래 멀티태스크를 할 수 없는 구조라나 뭐라나.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을 오히려 더 해내려 애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도 완전히 집중하지 않고 많은 일을 하고(해 내는 것과는 다르게) 있다 안심만 하며, 안도할 수 있는 상태. 생각보다 일이 하나하나 처리되지 않는 것은 격무에 피곤하거나 일이 어려워서라 말하기도 꽤 그럴듯하고 말이다. 개중에는 누가 봐도 그럭저럭 해 내는 사람도 있다. 그저 남보다 전환이 빠른 거였지 한꺼번에 여러 개가 되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 맞다. 나는 전환이 잘 안 되는 그런 사람, 아니 평범한 인간인 거다.


요즘은 순수한 즐거움에 글을 쓴다. 브런치에 살다 보니 당연하게도 작가님들의 글도 읽는다. 안부도 묻고 궁금해도 지는 사이, 글벗도 생긴다. 현실의 삶에서는 하루 24시간이 남아돌아 커피를 한 잔 하려고 해도 만나줄 친구 하나 없는데 컴퓨터라는 지면 위에서는 있다. 이러니 더 빠져든다. 나를 반겨주는 공간이라니. 아름다운 단어 '친하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분들이 생긴다. 연락처는 당연히 모르고 메일주소도 모르고(적혀 있는데 모른다다) 하다못해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를 수 있는 그런 벗이다. '서로 영혼이 통하였다.' 그 정도로 마무리를 급하게 하겠지만 사랑에는 진심이다.


친구, 부부 혹은 가족이라고 손등에 점이 있는지 어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느 병원 출신인지까지 알 필요도 알 수도 없으니 우리의 '친하다'는 건 어느 '부분'에 서로 걸쳐 있는 거다. 서로의 책 취향이 같아서 '친할' 수도. 쇼핑의 목적이 같아 '친한' 사이가 될 수도, 정신적으로 사랑이 필요한 서로에게 그대가 되어줄 수 도 있는 '친한' 사이도 좋겠다.


요즘 나의 현실에서는 손도 잡고 밥도 얻어먹고 등짝도 때릴 수 있는 친구보다 브런치 친구에게 더 올인 중인지도 모르겠다. 더는 등짝을 맞기 싫어 나를 멀리해서 일 수 도 있지만 친구든 옷이든 만년필이든 새것은 헌 것이 될 때까지는, 익숙해질 때까지는 매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법. 그런 연유로 모든 벗에게 공평하게 시간을 들이지는 않고 있다. 친구 사이마저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거다.


글을 쓰고 있고 글 쓰는 분들을 벗으로 두었으니 당연해야겠다. 그럼에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도 안 해본 게 있다. 바로 책 출간. 출간 소식을 한 분씩 알려온다. 첫 느낌은 '신기하다'다. 이 바닥이 워낙에 작가 집단이라서 가능하겠지? 어쨌든 아직은 출간하지 않은 분도 준비 중인 분들도 많다 보니 출간은 아침 먹고 돌아서서 먹는 점심보다는 흔하지 않은 게 맞다. 흔하지 않은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니 신기하다.


출간은 꼭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 속 상황인 것만 같다. 브런치 세상에서 너무도 희망하는 출간이라는 완벽한 공간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는 것. 누군가 '출간'랜드로 간다면 축하를 해주고 나도 가기 위해 더 열심히 글을 갈고 닦으며 그날을 기다리는 생활. 그게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일상으로 이어가는 공간. 아일랜드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지만 출판은 출간 작가로 가는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게 다르긴 하겠다.


그래, 이쯤에서 말해야겠다. dreamhunter님이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작가님이 여러 곳에 출간 의뢰용 메일을 보낸다고 했을 때는 의례히 하는 일이려니 했었다. 브런치 응모에 11등 하신 분답게 아쉬워서, 일이 이렇게 된 김에 남은 동력으로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온 거다. 내가 책을 낸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책 나오는 것처럼' 기뻤다.  작가님의 좋은 글과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맞아서 정말 다행이다. (11등으로 아쉽게 떨어진 다른 모든 작가님들의 개별 계약에도 지면을 빌어 모두 축하드립니다.)


중요한 점은 벗으로 지내던 분과 전화도 메일로도 닿은 적이 없음에도 댓글 몇 개로 서로를 친하게 생각했다는 것. 그래서 서로 약속도 하고 생각도 하게 되었다는 거다. 그 옛날 드림작가님은 내게 글씨를 의뢰했었다. 파뿌리 필 무렵 (brunch.co.kr)의 대문 사진 속 글씨에 댓글로 좋은 말을 쓰셨는데 코가 낀 거다. 굳이 기억을 해내어서는 일이 되어가는 거다. "출간이 정해졌으니 약속대로 표지 글자를 적어주십시오" 하고 정중히 청해 온 거다. 미안했다. 가볍지 않은 벗 사이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그저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텐데.. 위약금도 위로금도 없는 일에 완벽한 거다.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이다.


맞다. 요즘 헌터 작가님 책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이를 재운 육퇴 후 조용히 쓰던 글은 글씨로 종목이 변했다. 그림도 아니고 글도 아닌 글씨를 쓰며 즐겁고 있다. 멀티가 안 되는 나는 또 글씨를 쓰면 글은 홀랑 잊어먹는 거다. 그런데 참 행복하다. 꼭 내가 서체전문가라도 된 거 같다. 이러다 헛바람 나겠다 싶다. '그래도 좀 냅둬라 이러다 말겠지..' 룰루랄라 그냥 즐겁고 말겠지 뭐~.


그나마 다행인 점은 출판사에서 표지 디자이너가 따로 있을 테니 일이 틀어질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는 정도랄까? 작가님께 부담이 되긴 싫다. 일이 되는대로 놔 둘 생각이고 그것밖에 할 수 없다. 부담도 없고 욕심도 없고 기대마저 없으니까.

그럼에도 어그로(그렇게 뭘 억지로 흥미유발 영상은 보지도 않으면서)라도 끌어서 작가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길 빌어본다.

샘플용으로 휘갈겨 쓰고 그리고 느낌대로 작업 중입니다.

집에 왜 흔한 샤넬 립스틱 하나 없어서는 5천원짜리 립밤으로 대체된 여성의 향취 혹은 흔적.

진지한 건 별로같은데 (올드해보이니까) 그렇다고 붓 글씨가 주는 느낌을 빼긴 아쉽고. 귀엽게 써 볼까? 진지하게 밀까? 이런 저런 생각 중.

헌터 작가님이 검은 표지가 어떻겠냐하셔서 폴오스터 책에다가 붙여 보았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폴 오스터 책은 열린책방에서 만들었고 대부분이 검은색 양장본이었습니다. 사포에 색연필 작업.

오른쪽) 제목을 흘리고 옆에 작은 글씨로 본문 내용을 적고 싶었는데 글씨체를 제대로 설정 못해서 조금 아쉽습니다. 조금 더 단정한 느낌과 작은 글씨로 쓰면 이쁠거 같습니다.



그런데요 작가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출판사에서 싫어합니다. 우리의 열정만 가득하고 아직 순수만 한 작가 세계에서 하셨던 의뢰는 시원하게 잊으셔도 됩니다.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브런치라는 훌륭한 매체를 빌려 몇 자 적어놓아 봅니다. 작가님의 책이 수리 술술 잘 풀리길 기원하며 작가님의 벗 노 올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또 마음이 변해서 붓을 놓을지는 몰라도 그동안 즐겁게 쓰는 글씨는 말리지 마시길..ㅎㅎㅎㅎ


작가님이 제가 쓴 글씨를 올려놓은 글입니다.

슬픔을 이기는 기도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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