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작가를 늘려보려다 멘붕 왔어요
리셋되려나 봅니다
좋은 작가님은 많다. 훌륭한 작가님도 수두룩하다. 반짝반짝하는 글을 쓰시는 분들, 별만큼 보인다.(시골 삽니다)
나는?
그러게나 말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도서관이든 책방에서든 잔뜩 가져와 읽는다. 갑자기 아무것도 못 한다. 나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내 수준에서는 정확히 백년이 걸리는 일이라는 답이 나오면 거기서 '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버린다. 배워보고 싶고 하고 싶었던 무엇이든 돌아서게 된다. 완벽은커녕 시작도 못 하는 나란 생명체.
일부러 구독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 철없고 멋모를 때는 기웃거렸다. 모르고 구독을 눌렀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행히 많지 않았다. 처음 나의 관심작가, 열 분. 훌륭하지만 좋은 글을 쓰시지만 (양적으로) 세상의 모든 작가님을 대변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작가님들이 올리는 글을 읽고 소통하며 눈물도 웃음도 흘렸지만 짓눌리지 않고 쓸 수 있었다. 그분들이 내 글에 응원도 해 주시고 정말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으니까. 훌륭한 글에 더 훌륭한 인간성까지 탑재되어 있어 그분들 글에 주눅들지 않고 오갈 수 있었다.
꿈이 생겼다. 훌륭한 작가님들. 많은 작가님의 친구가 되고 싶다. 류시화 님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책에 이런 글이 나온다.
"나를 감동시키는 책은, 다 읽고 난 후에 그 책을 쓴 작가가 나의 친한 친구가 되어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전화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내 마음속 얘기를 딱 맞게 해 놓았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쓰는 분과 친구 하고 싶다는 욕망. 자꾸 구독을 누르고 싶고 친구 하고 싶고 글을 읽고 싶어졌다. 솔직히 열 분의 작가님만으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양은 충분했지만 내가 뭐라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을 '난 필요 없는데요?' 하듯이 모른 척한단 말인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잠시 잊은 거다. 요즘은 그 '완벽주의'가 좀 나은 줄 알았던 거지. 똥꼬 발랄하게 살았으니 성향도 변했을 거라 쉽게 본 거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심장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듯 내 성향은 약해지기도 진해지기도 하지만 사라지진 않는 건데.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내 속에 그 심장 같은 나만의 색채가 들어있는데 간과한 거다. 겨우 다섯 분 구독을 늘렸고 더 많은 분과 교류하려 돌아다니고 글을 읽다 '딱!' 걸렸다.
글을 못 쓰겠다. 별만큼 많은 분 중 구독을 겨우 몇 분 늘리고 몇 분의 글을 더 읽었을 뿐인데 쓴다는 일이 무서워졌다.
내일 출간 계약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글을 쓴다는 두려움이 다시 나를 덮쳤다. 당분간 글 쓰긴 글러 먹었다. 큰일이다.
주제 파악 안 하려고 많은 분의 글도 안 읽고 내 글만 쓰고 올리고 있었는데 이거야 원. 손가락에 '신남'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끝낼 순 없어~~~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보니까 좋은 거 아니더라.
당분간 좀 나답지 않은 글 쓰면서 두려움을 떠내려 보내야겠다. 그게 이 글의 주제다. 그러므로 이 글은 쓰레기다. 글을 쓰기 위한 고사 같은 글이다.
무서움이 떠내려간다. 두려움이 흘러간다. (I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