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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Feb 01. 2024

공장 돌아가유~

돌자마자 멈췄어유~

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수다 친구 브런치에 글도 올리기 싫다. 굳이 입(손)을 열고 싶지 않다. 



고작 몇 개월이지만. 오랜 무기력과 우울로 멈춘 것 같던 삶이 갑자기 급하게 돌아갔다. 아직이든 다시든 굴러갈지 몰랐는데, 기운찬 소리(시끄러운)를 내며 가동을 시작했다. 갑자기 신이 났다. 뭐야 이렇게 신나는 게 삶이라는 건가? 처음 알았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아하하 인생아 다 덤벼라~!


공장이 가동되니 일감을 찾는다. 

"재개업했습니다, 사장님. 일감 좀 주십시오. 예, 예 그럼요. 마감 맞춰 제때 납품하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예. 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거리를 영업했다. 이제 신나게 일만 하면 된다. 수북이 쌓일 결과물로 보여줄 차례다. 야무지게 일하는 공장장에게 발주를 설명하고 권한을 일임한다.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


브런치에 그림 공부 연재를 쓴다.

그림이 들어간 여행기를 만든다.

반백 년 삶을 갈무리하는 글을 시작한다.

강제가 필요해 글 읽는 학과로 방통대를 입학한다.

스마트스토어를 준비한다.

매주 그림 모임을 한다.

매주 글쓰기 모임에 간다.

글쓰기 모임에 낼 글을 매일 쓴다.

상반기에 그림 동아리 전시회를 기획한다.

하반기 그림 전시를 예약한다.

(전시회 그림을 시작해야 한다.)

이력서를 넣었다. 

남편은 퇴사했다.


아.. 이건가 보다.

내가 바쁜 건 내가 신나서 하는 일인데.. 물론 잘 안되고 생각보다 성과가 없어 기운 빠지는 건 맞는데. 남편의 퇴사(는 실직을 의미)에 같이 살 궁리 혹은 기운을 북돋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하는데 나만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일부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자꾸 눕고 싶게 기운이 없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막 삶이 즐겁고 내 것 같아졌는데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든 걸까? 이제 막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예전처럼 다시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것이 아닐지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혹은 너무 일을 많이 벌였다. 자신이 없어서 도망가고 싶은 거지. 포기하고 싶은데 변명거리가 없어서 '무기력', '우울' 이중주를 초대했는지 모를 일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포기의 칼춤'을 추어주기를, 굿이 효혐 있기를 은근히 바란지도 모른다. 이 듀엣은 가급적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인데 말이다.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거. 그거 하나는 알겠다.

오늘은 좀 일찍 쉬어야겠다. 갱년기 약이나 두 알 먹든지...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요? 스칼렛 언니? 언니만 믿어요. 내일은 골목길 여행을 떠나야겠어요. 환기가 필요한 거 같거든요. 그러고 나면 아마 다시 글도 그림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언니가 타라의 흙에서 기운을 차렸듯 저도 진주의 흙길에서 기운을 모아보려고요. 정처 없이 떠돌다 보면 정해놓은 길로 돌아오고 싶어질 거에요. 그렇죠? 그러고 나면 다시 일어날 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저 이만 잘게요. 언니.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게요. 굿나잇. 


여기까지 글쓰기 모임 제출용으로 무기력을 이겨가며 쓴 훌륭한(내용 말고)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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