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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Feb 09. 2024

아무 일이 없어서 그냥 씁니다

버릇 같은 글쓰기

나는 오늘 글을 쓰지 않았다.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아이 밥을 차려 주었다. 아이가 학교를 간 사이 설거지를 했다. 오늘이 어제였던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비록 하루를 닫지는 않았지만 날짜 구분선은 지났네요. 공책에 글을 쓰면서 '글을 쓰지 않았다'라 시작했습니다. 며칠만인지 생각해 보았지요. 며칠 되지도 않네요. 지난 토요일 안 썼을 겁니다. 보통 '주말은 쉽니다.' 였으니까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렇다면 글도 매일?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뭐, 다행스럽게도 깊이를 강요받는 연재도 없고 자료 조사가 필요한 글도 쓰지 않으니요.


오늘은 특별히 쓸 내용이 없었어요. 글 시작 부분에 일기처럼 고백한 것처럼요. 갑자기 글감이 떠오르게 해 주는 산책도 하지 않았고요. 책 읽었지만 새로운 자극이나 영감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매일 무슨 일이라도 생겼고 어디라도 도망을 다녔기에 거리가 있었습니다. 저절로 글감을 주는 일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자주 글을 썼네요. 그런데 오늘따라 정신이 엉뚱한 곳(며느리 모드 변신)에 가 있는지 글수다가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멋진 글을 쓰고 싶다', '한 문장으로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글을 쓰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이런 것들 말이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작가로 태어났을 거야. 태생부터 다른 거지. 어차피 따라가지도, 흉내 내지도 못하는 걸 텐데..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는 건 뭘까? 쓰는 작업을 좋아하지만 공감을 얻고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글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감받는 글을 올리지 못할 거면서 오늘도 써야 할까? 하는 생각도요.


윤종신 가수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싫어합니다. 그의 인간 됨됨이 사회적으로 보이는 성실함. 재미있는 말투와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 방식은 좋아하면서도 그의 음악에는 '글쎄요'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그의 음악과 이런 단어를 붙여서 말하는데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확률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홈런 비율에 실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편협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대단히 높지는 않은 비율로 그의 노래는 멋졌으니까요. 매달 <월간 윤종신>을 발표하며 엄청난 양의 창작 활동을 하지만 내는 모든 곡이 귀를 사로잡지는 않았으니까요.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는 제게는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엄선한 곡을 내면 어떨까? '가장 멋진 곡'만 '조금 멋진 곡'의 희생으로 희소하게 내면 어까? 하며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그가 성실하게 발표한 곡은 예술도 재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을 보여준 것 같아요. '짠'하고 하늘에서 결과물이 천재에게 던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의 꾸준한 행보가 좋은 뮤지션과의 협업 기회를 만드는 것이고 그 기회를 통해 더 좋은 에너지, 아이디어도 길어 올리는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시시하더라도 작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별 거 없는 글이라도 매일 쓰는 것은 의미 있을 거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가 봅니다. 별 거 없는 글을 쓰는 변명으로 괜찮았나요?


 마지막으로 미국의 작가 필립 로스의 말로 마치겠습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설 잘 보내시고 올 한 해 이루고자 하는 일 이루어지는 복 된 날들 되시기를 바라요. 사랑하는 글 벗 노 올림.


그림은 아옹다옹하다 님의 반려묘 아옹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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