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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Feb 18. 2024

작가 같으세요

나 설렜다

지금으로부터 7~8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유치원 간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 10층 사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다. 내려가는 길, 6층 이웃분이 탄다. 우린 둘 다 딸 둘을 키우는 아줌마. 나는 한창 쪼꼬미 둘째를 키운다고 야성미를 풍길 때였다.


"안녕하세요? 매번 느끼지만, 우리 이웃님은 꼭 작가님 같으세요!"

"아하하하. 제 머리카락이 작가 냄새를 좀 풍기지요? 아하하하"

물론 나는 대번에 그녀가 하는 말뜻을 간파했음이다.


그러니까 이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시대(20세기 후반) 작가에 대한 선입견 혹은 단상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예쁜 예로. 단적으로 공지영 작가를 들겠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딱 이분법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공작가는 미인이다. 하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작가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고뇌를 담고 있었다.


'매달 미용실에 가서 트리트먼트 영양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가위가 스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자유로움'


이 말을 당시 내 머리카락에 대입 해 본다. 언제 미용실 갔는지 모르게 제각각 타고난 본능에 충실한 한올 한올의 머리카락과 파마를 한 지가 10년은 된 것 처럼 다 풀렸음에도 약간 남은 파마기가 오히려 부스스해 보여 더 지저분함을 풍기고, 가위질한 지 오래되어 한 배에서 난 자식 키가 다 다르듯 머리카락의 길이가 들쭉날쭉한 모양새. 그리하여 누가 봐도 흉을 보노라고 한 소리였지만 나는 그만 그 '작가님 같으세요'라는 말에 꽂혀버린 거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듣기 좋았다. 우린 서로 놀려먹는 사이지만 그 말은 무척이나 나를 설레게 했었다. (아직도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언제 차 한잔합시다.' 하며 십 년째 같은 농담을 한다) 실은 그 말이 내게 남긴 여운이 워낙 강해서 작가 이름을 쓸 수 있는 곳까지 -무의식적으로- 물어물어 오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그때 그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준 그 말 한마디에 작가가 되고 싶어졌고 작가라는 말을 다시 듣고 싶어 몽매간에 그 생각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은 하여튼 (우짜든동)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므로 하여 아직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의 이웃에게 내 책을 선물하며 나를 만든 건 구 할이 당신이라 치하하고 싶은 마음인 거다.(뭐 나이는 내가 5살 정도 많으니까 치하하지 뭐.)


오늘의 한마디.


이왕 지나가는 말이라도 그가 좋아할 말을 던져주자~"옜다! 기분 좋을 말!" 나중에 공짜 책으로 돌아올지 혹시 아는가 말이다.


혹은,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취사선택하니 아무 말이나 해버리자. 플러스마이너스를 더하니 0이 되었다는 말인가? 하나 마나 한 소리.


아참, 그리고 그 <작가님의 상징>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오늘(2월 16일 이발한 날) 잘랐다. 삼손에게는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이었듯 내게는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앞으로 이 가느다란 글쓰기는 이어질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되지도 않는 작가 흉내를 관두고 더 이상의 지면 낭비를 하지 않게 될지 짧아진 머리카락 때문에 글솜씨가 더 나빠져 버렸지만, 끝까지 이어쓰기를 하다 '이렇게라도 쓰다 보니 읽을 수는 있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게 될지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다.



작가 -노사임당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아줌마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작가가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작가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작가가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있는>작가가 되고 싶다.


작가님은 항상 아름다운 분입니다. 제 글을 위해 약간 부스스해 보이는 사진만 발췌함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작가님의 사진은 네이버에서 퍼 왔음을 밝힙니다. 작가님의 사진을 찾다 보니 제가 작가님의 부스스하다고 생각했던 머리모양은 정말 몇 없더군요. 어쩌다 본 사진 한 장에 그냥 각인이 되었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버려야하나....생각하다 작가님께 사후 양해를 구하더라도 글을 위해 일부러 자연스러운 사진만 올림을 양해 바랍니다. 이 사진 외에는 진짜 다 이쁜 사진뿐이라...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물론 이렇게라도 작가님이 제 글을 읽어주신다면 그것도.....


대문 사진은 사랑하는 배우 이트 블란쳇입니다. 배우 머릿결. 그리고 작가 머릿결을 극적으로 대조하기 위한 설정 사진임을 밝힙니다. (한 컷마다 스테프가 만져주고 고쳐주어 찍은 사진과 인터뷰를 위해 바람을 가르며 들어 온 작가님의 지극히 자연스런 작가다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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