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집에 가고 싶다. 따뜻한 이불을 덮고 소파와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온도 같은 38도, 미열 상태인 장판과 몸을 섞고 싶다. 한바탕 몸을 데우고 난 후 노곤하게 잠에 빠져들 상상을 한다.
책도 더 보고 싶고 커피도 한 잔 사 먹고 싶고 다 못 찍은 사진도 조금 더 찍은 후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좋아하는 비도 오고 있는 날씨. 혼자 나와 쓸쓸하지만 자유로운 시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자꾸 집 생각만 났다.
날씨가 춥다. 챙겨간 손난로가 없었다면 5분도 더 있기에 싫었을 테다. 무릎담요라도 지참했다면 책 한 권은 편안히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이래저래 아쉽긴 하다. 하지만 너무 춥다. 추운 건 딱 질색이다.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작은 구멍으로 황소 같은 힘 센 바람이 들이닥치듯 뚫린 바지 밑단으로 극심한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무방비로 노출된 손가락이 싸늘하게 식는다. 손난로가 닿은 곳을 샘내듯 멀어진 손가락은 쉽게 차가워진다. 자꾸 움찔움찔 엉덩이가 방정이다.
새로 나온 책으로 서가를 꾸며놓은 진주 교육지원청, 무료 주차시간 알람이 울린다. 차를 한 번 뺐다가 더 읽으러 올지 잠시 고민도 했지만 내키지 않는다. 집에 가서 따뜻한 차 한잔하고 싶다. 온몸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이불도 좀 덮고 있고 싶다. 머리를 자르고 조금은 움직였던 몸이 다시 굳어져 간다. 갑자기 봄이 되더니 금방 더워져 버렸던 작년처럼 빠른 더위가 무섭긴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에 싫게 만드는 싸늘함에 움츠러든다. 피부를 때리는 차가운 공기가 몸을 작아지게 만든다. 추위에 한 대 맞지 않으려 자꾸 피하게 된다.
간단하게 봐 온 장을 식탁에 아무렇게나 부려놓고는 의자에 또 털썩 앉는다. 최근 모든 게 너무 즉흥적인지 모르겠다. 매일 무언가를 한다고는 하지만 '매일 밥을 먹었다.'처럼 크게 칭찬할 만한 일도 아닐지 모르겠다. 오늘은 '비타민D'도 기억해 냈지만, 매일 하지 않던 일을 한 번 챙긴 것일 뿐. '겨우 그거?'하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될 그런 행동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래로 아래로 의식이 가라앉으려고도 또 금방 아주 조금은 올라오기도 하는 부침의 시간이다.
약간은 무기력증인 거 같다. 일상을 조금은 잊은 듯도 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이들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그사이 살림을 한 후 장을 보고 동아리방으로 가고 하는 일상적이고 약간은 규칙적이었던 생활. 3개월의 방학 동안 첫째는 집을 비웠고 둘째는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야무진 아이인 데다가 남편은 일찍 나가서 밤늦게나 들어온다. 혼자인 듯 혼자이지 않은 시간이 길다. 완전한 자유시간도 완전히 묶여있는 시간도 아닌 규정하기 어려운 매일이다. 규칙적이라 일탈이 그리운 것도 아니고 자유로워 다시 돌아오고 싶은 일상도 아닌 어중간함. 불평하기도 불만을 가지기도 애매하다. 대외적으로 뭐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즐겁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튼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야지. 더 고독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혀야지. 차가운 날씨에 비를 맞으며 노래를 만들었을 것만 같은 영국 사람 노래가 듣고 싶다. 스팅의 노래를 튼다. 'Shape Of My Heart'
내 마음은 지금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사랑에 빠진 하트모양일까. 나를 봐달라고 고함을 치는 구멍뚫린 모양일까. 내 마음이 있다는 걸 잠시 잊은 것 같다. 연료공급이나 원할하길, 나의 동력이나 되어주길 바란 무엇이 말을 하고 싶은지도...
처음 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싶어 읽어보던 상대의 얼굴. 그 노력만으로 가끔은 상대가 마음을 열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 말로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마음과 마음은 서로를 알아주기도 하니까. 모스크바에서 만난 한국사람과 같은 언어를 쓰며 느끼게 될 잠깐의 안도감처럼. 서로를 느낌으로 알 수도 있으리라.
가만히 음악도, 마음도 들어봐야겠다.
Shape Of My Heart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He don't play for respect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The hidden law of a probable outcome
The numbers lead a dance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If I told her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But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And find out to their cost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And those who fear are lost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마음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바라보기만 했는데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마음은 생각보다 엉덩이가 큰가 보다. 마음이 엉덩이만 살짝 들었는데 몸이 가벼워진 걸 보면 말이다. 가끔 멍하니 전화기로 뻗던 손을 가슴 위로 올려봐야겠다. 언제나 거기 있던 심장이지만 보이지 않아 소외받았을 테니. 존재를 인정받고 나면 한순간도 쉬지 않던 심장마저 휴가로 며칠 쉰 것만 같은 기운이 날지도 모르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