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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r 25. 2024

사소한 행운

오늘 네 생일이렷다!  축하한다

생일이다. 이 나이 먹고 생일이라... 호들갑 떨 것도 없다. 특별한 감정도... 여운은 있다. 어제 큰딸의 생일이었다. 하는 김에 내 것까지 해버렸다. "엄마! 생일 선물도 오늘 줄까?" "응" 하며 큰딸 케이크 불고 난 그 아이스크림케이크에 초 하나만 다시 꽂아 부는 척을 하고 생일 노래까지 또 부르며 시원스레 끝냈다. 내일 미역국에 고기를 굽고 내 생일에 내가 차릴 음식이 덜어졌으니 더없이 편한 마음이었다.


느지막이 눈을 떴다. 언제까지 잘 거냐는 남편에게 생일인데 미역국이랑 안 차리냐며 농담하며 일어났다. 남편은 그제야 아차 싶은지 국을 데우고 밥을 펀다며 부산을 떤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안쓰러워 같이 밥상을 차렸다. 아침부터 미역국에 생선도 굽고 잘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퍼져있다. 나는 방통대 수업을 들으려 방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거실이다. 겨우내 휴일도 없이 일하는 아빠가 반가워 놀아달라는 마음으로 큰 놈 작은놈이 도깨비바늘처럼 들러붙는다. 1초마다 웃음이 터지는 게 장난을 치는 것도 대단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뭔가 즐겁다. 자동으로 귀가 열린다. 저렇게 아이들을 좋아하는 남편도 아빠가 말만 해도 좋다 하는 아이들도 귀여워 나도 따라 웃고 있다. (공부 안 하냐?)


집에 있으면 시간 버리는 것 같아 하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묻고 있다. 뭐 하고 싶어? 어디 갈까? 질문을 바꾸어가며 묻지만 둘째는 몰라 아니 몰라를 교대로 부르니 남편은 1차 포기. 재도전으로 첫째에게 집에 있을래? 물으니 대번에 아니! 한다. 옳다구나 둘째에게 재 질문. 집에 있을래? 어쩔 거냐? 하니 언니 순이(언니 따라쟁이) 작은 녀석은 "나도!!!!" 자동으로 낚시가 되어 외출 확정이다.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옷을 고르고 물건을 챙기느라 부산하다. 나가자 물은 아빠는 샤워하러 방으로 들어오며 컴퓨터를 끄는 나를 본다. "끄려고? 어? 다시 시작이네? 더 하게?" "아니, 잘 못 눌렀어. 끌 거야" 울다 웃다 돌고래 소리를 내다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아이들 때문에 반은 혼이 나간 남편은 유난스러운 두 명의 자식의 기괴함의 출처를 알아내기라도 한 듯 말을 뱉는다. "집에 정상인이 없냐..." 그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첫째가 놓치지 않고 입을 넣는다 "아빠가 비정상인 거야" "아, 그렇네..." 비정상 속에 정상인이 한 명 있으니 정상인이 비정상이 되는 세상. 이런 게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려다 나도 챙겨본다.


급하게 차에 타며 길을 나선다.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남편이 묻는다. 재미있는 곳. 좋은 곳. 맛있는 곳. 대답은 많지만 대답이 되지 못하는 말 뿐이다. "일단 시은이 장수풍뎅이 톱밥 사야 하니까 홈플러스로 가자."라고 말을 해 보지만 먹신이 들었는지 돌아서면 배가 고픈 첫째가 맥 드라이브스루를 외친다. 밥 먹은 지 두 시간도 안 된 거 같은데... 근데 왠지 맛있을 것 같다. 저녁 굶으면 되지, 출발이다. 가는 길에 새로 조성 중인 비싼 단독주택 마을도 지난다. 아이들은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얘기를 하고 이런 집은 우리 집 세 채는 팔아야 살 수 있다며 현실로 돌아올 만한 얘기도 해주며 수다 삼매경이다. 어차피 사지는 못해도 구경은 공짜. 내려서 터를 돌아본다. "어!~ 얘들아 네잎클로버가 엄청 많네. 네잎 클로버 찾아봐봐~""네잎클로버가 많은데 찾긴 뭘 찾으란 말이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해라!" "생각을 하면 말을 못 해!" "헤헤헤" 갈수록 말이 산으로 가서 듣는 사람이 답답해하긴 하는데 진짜로 답답한 건 나다. 이렇게나마 말하는 것도 생각하다가 꺼낸 거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아우 답답하여라... 말 좀 시원하게 하고 싶다. 그래도 그 덕에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니 그걸로 또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매번 아이들과 남편은 세트를 나는 버거만 그것도 치즈버거 하나만 단품으로 시키다 오늘은 생일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나도 "치킨버거!" 주문이다. 밤양갱을 부르면 찰떡같을 직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엽? 세트로 하셨는데 더 도와드릴 건 없으세엽? 바꾸시겠떠엽? 하는 소리에 귀엽다를 연발하며 또 까르륵 즐겁다. 급히 갈 곳도 없으면서 매장에 들어가서 먹어도 되련만 굳이 차에서 버거 식탁을 차릴 예정. 드라이브스루는 차에서 허겁지겁 후끈한 맛으로 먹어야 제격이다. 아이들은 콜라대신 주스를 나는 카페라테를 시킨다. 음 따뜻한 커피와 버거라니.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금방 건네받은 봉지를 연다. 후끈 안경에 김이 서린다. 뜨거운 김이 나는 감자튀김. 못 참고 하나 집어 먹는다. 캬~ 오늘은 막 나온 감튀다. 이런 흔하지 않은 갓감튀! 게다가 비도 온다. 좋아하는 비 오는 날씨에 막 튀긴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버거 세트라니! 흥청망청 돈을 쓴 버거세트에 부드럽고 알맞게 따뜻한 라테만으로도 황홀한데 뜨거운 감튀라니. 이런 게 천국의 맛인가?


오늘 내 생일인가 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면... 싶지만. 사실 행복의 '연속일' 속에 오늘 그냥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냥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었을지도 말이다.

 

내잎크로바가 많아요. 네잎크로바를 찾아보아요.

앗 쑥 캐고 싶다.... 아...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아... 나의 잡티를 가려줄 어두운 구름 반가워~ 비야 내려라~


어?  근데 올린 사진을 보다  찾았습니다. 진짜 네잎크로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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