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태도는 당신의 진심인가요?

태도에 관하여

by 노사임당


우유를 던져 계산대에 안착시킨다. 껌도 던졌더니 또 착 붙는다. 빨대를 꽂아 마시는 커피도 하나 던진다. 좀 구르긴 하지만 어쨌든 골인이다.



골대를 한 번 보고 다음은 감으로 넣는다. 평소 연습량이 말해주듯 대단한 농구선수 같다. 한 번 스윽 보더니 그 모든 물건을 감으로 던져 계산대로 넣으니 말이다.


금방 유리라도 갈다 나왔는지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선명하게 높은 음역대로 빠르게 적립번호를 부른다. 번호를 부르면서 몸은 반쯤 나가는 중이다.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몸을 쭉 빼고 카드를 전달한다. 다행히 손에 잘 넘겨줬다. 휴, 기분과 관계없이 한 손님 수금 완료다.


유난히 기분이 나쁜 날이어서 물건을 던지나? 원래 인성이 저 모양인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유치원을 못 나와서 그런가?


열심히 해석을 해 보지만 답을 내기가 킬러조항 급이다.

어느 날은 귀여운 딸을 대동하고 왔는데. 어린이집 정도 다니는 조그마한 아이는 웃는 얼굴로 사탕을 던졌다. 킨더조이는 내동댕이쳤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천진난만한 웃음과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잊고 있던 어떤 날은 '던진녀'의 고객 번호를 부르는 중년부인이 물건을 사러 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엄마는 던지기를 그만두었는지 기력이 모자라는지는 모르지만 계산대에게 패스를 하지는 않았다. 목소리에 해석이 힘든 다급함과 표정 속 적대감은 살짝 감지될 정도 들어 있었지만 말이다.


'던진녀'. 그녀의 평소 행동이 적대감에서도 기분이 나빠서도 아님이 밝혀지는 기쁜 순간이지만 결코 통쾌하지 않다.

뭐 하자는 거지? 애 엄마는 애 앞에서도 벽화정도 그리는 호모 사피엔스 급의 자세를 보인다는 건데.. 게다가 외할머니의 유전자도 아슬아슬했고.


목소리 태도 눈빛 그것이 그 사람의 진심일까? 그 사람 속 어떤 것일 거라 유추하는 것은 옳은가? 혹은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묘수인가?


흔히 하는 말로 3~4가지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치부해 버리면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 저런 행동하는 건 당연해.'로 끝낼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저런 사람 파일'에 꽂아 내 기분을 터치하지 못하게 접근 제어할 수도 있다.


흔히 '싸기지가 없다'라고 말하는 그 네 가지는 이렇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맹자 할아버지께서 성선설을 얘기할 때 근거로 삼은 네 가지. 본성이다. 본성에 본래 다 있단다. 실현해야 된다. 그래야 성취할 수 있다 했다.


인간의 본성에 인의예지의 사덕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네 가지가 있다. 사단지심(四端之心)이 그것이다. 그는 《맹자》 공손추상에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 사람이 이 네 가지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가 사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의예지 [仁義禮智] (원불교대사전)



맹자의 말을 빌리자면 던진녀는 이런 행동이 그르다는 건 안다는 거다. 그렇다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데. 행동이 잘 못되었다는 거다.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 예의가 모자랐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미 '접근 제어'시켜놓아 그녀의 행동은 내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한창나이이자 미래의 주인공을 키우는 엄마에게 무관심의 벌을 주면 안 될 것 같다. 매일 조금씩 더 웃어주고 매일 조금 더 카드를 천천히 주면서 '백일'이든 1년이든 꾸준히 화내지 않고 대해볼 테다. 카드는 바람이 건네주는 게 아니라 손에서 손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가르치고. 물건은 당신이 사 가기 전까지 네 것이 아니니 살살 다루는 거라는 텔레파시도 쏘면서 말이다. 맹자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 속에는 그런 마음이 이미 들어있다 하니 말이다. 알면서 그러는 거라니 말이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한 번 해 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