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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재택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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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17. 2024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재택 백수 17)

... 고 싶지만...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왜냐하면.....

(장기하)


공식적으로 우리 집에서 돈을 만들어 와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다. 내가 만삭일 때 독대하던 민원인이 서류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며 '직장생활은 힘든 거'라는 공식을 확인시켜 주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만두었겠다-과도도 아니고 식칼을 꺼내는 정신이상자 때문이 아니라 직장생활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니까요-. 나의 길들지 않는 철없음으로 성실과 근면이 기본 장착되어야 하는 회사 생활은 버거운 것이었다. '아~~ 눕고 싶어라….'(출근하자마자 드는 생각) 진짜로도 높은 자리에 있을 때(거짓말// 개인 방에서 근무하는 장점을 이용, 자주 누웠다ㅎㅎ) 내 인생 다시 직장생활은 없을 거라 선언하며 퇴직과 출산을 했던 거다. 그러니 일을 안 해도 남편이 뭐라고 못한다. 마누라에게 대인기피 증세가 있고 사회생활에 부적응하는 하자 혹은 특이점이 있다는 걸 알기도 하고 말이다. 이러니 내가 당당한지도?


남편은 실업급여가 처음이다. 놀면서 공무원(나랏돈 받)하고 있으니 쉬며 몸도 추스르고 하고 싶었던 거(자는 거?) 하라고 했다. 뭘 믿고 일하는 사람 한 명 없는데 게다가 저도 발 벗고 일하러 안 갈 거면서 남편까지 집에 앉히는지 날이 갈수록 궁금해지긴 하지만, 사실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비법은 있다. 몇 가지 뇌리에 각인된 친정엄마 어록. 좀 저렴하고 더럽.. 지만 단골이었던 멘트다.


"적게 먹고 가는 똥 싸면 된다."


성공 인정 승진과 짝을 이룰 것 같은 더 많은 월급이나 돈보다 조금 더 적게 벌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길 바라마지않는 내 정신적 구성요소다. 마음대로 이해해 버린 변하지 않는 생활신조랄까.

 소고기에서 돼지고기로 닭고기에서 '두부만'으로 내려가는 가난도 실은 그리 두렵지 않은 까닭이다.

아직 안 가난하니 그런 소리하는 건가? 뭐 그것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도 홈플러스서 사 온 청정지역 쇠고기로 호우(한우 아니고 호주산 쇠고기) 스테이크 익혀 먹었으니까.


하려던 얘기는 이 전개가 아닌데 남해 가려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개인적으로 삼천포 좋아합니다. 가깝거든요. 바다도 이쁘고) 무슨 상관이겠는가. 집에 백수가 둘이나 있는 것도 원해서 온 길은 아닐 테고. 가난해지는 길을 향해 차분히 걸어가는 것도 목적 설정했기 때문이 아니니까 말이다. 류시화 작가는 산문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인생이 예상할 수 있는, 찍어놓은 영화 같다면 과연 살고 싶은 것일까? 뻔한 결말인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날들이 행복을,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당근 알바를 보며 이건 그림 그리는 수요일이라 안 되고 설거지는 손가락 관절염 생길 테니 안되고 노래방 알바는 밤을 새워야 하니 피곤해서 안 되고 하는 나를 보면 아무래도 아직 배가 덜 고픈 건 확실한 거 같다.


아직 무엇에도 간절하지 않은 자의 게으름이지만 조금 더 즐길란다….

우리 집 부엌에서 바라보는 노을. 매일 좋아하는 저녁과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이곳 여기 지금이 행복합니다.

동네 여행 끝내고 그림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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