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 비해- 작고 이쁜(?) 도시에 삽니다. 읍도 면도 있지요. (혹시 서울에도 읍이나 면 있어요??) 무엇이 선이고 후인지 몰라도 그래서(?) 인구가 적습니다. 거기에 맞게 생활 인프라도 문화 인프라도 버스 인프라(?)도 적게 제공되더라고요. 촘촘하지 않은 버스 노선과 버스 번호를 갖고 있는 한쪽 면. 도성 밖도 아니고 강 밖, '면'이랍니다. 그런 연유로 차를 몰고 다녀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변명이 되었을까요? 하하)
며칠 전 남편이 이십 년 전부터 알고지낸 일본 바이어를 -겸사겸사 노는 김에- 만나러 간다는 거예요. 근데 공항버스 시간이 아슬아슬하다나. "어떻게 할래?" 물었더니 다툼의 여지 없는 정답 "차를 갖고 가겠다" 하데요. "알겠다" 그래가지고 소통이 끝났죠. 갔습니다. 우리 집 차가 공항으로, 나를 떨치고 갔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이죠. 잘 오지 않는 버스를 잡아탑니다. 회귀본능 물고기도 아닌데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가서는 '읍' 행 버스 오는 시청에 내립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집에서 도착지에 닿을 시간만큼 걸리는 목적지로 발차. 그림 그리는 도서관이 있는 문산읍으로 갈게요.
버스에 타고 보니 자리가 없습니다.
(천재작가)류귀복 작가님 말씀마따나 입(마우스)은 부녀회장인데 생긴 건 차면녀(차도녀보다 한 단계 아래)라서 뻔뻔한 행동을 못 해요. 물건도 물어보고 그냥 가는 걸 못 하고 아무도 없는 가게 잘 못 들어가고 그래요. 그러니 가방부터 던져놓고 의자에 못 가지요. 능력은 안 되지만 앉고는 싶고, 누가 자리를 내어 줄 '내릴 상'인가 둘러봅니다. 역시나. 농령기(?) 나이대의 인류. 어머님 연세가 많아요. 좌석에는 2/3가 -당당히 자리 차지할 수 있는- 권리 당원, 은배지당 당인들이 한자리씩 차지했습니다. 일찌감치 자리는 포기하고 내리는 문 의자 옆에 섭니다. 그 자리에는 70 언저리로 보이는 중년의 할머니(?)가 있습니다. 다들 나이가 비슷비슷해서 그 앞좌석 손님도 맞은편 손님도 연배가 그러해 보이네요.
그때였어요.
문이 열리네요~ 그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나보다 언닌걸 알았죠~~
앞에 앉아있던 중년 손님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요.
"앉으세요"
"아! 아니에요. 앉아계세요"
"아뇨 아니에요. 앉으세요"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더니 결국 굴러들어 온 손님이 박힌 손님을 세웠죠. (앉아 있던 분이 일어나 반대쪽으로 가버리셨으니까요)
두 분이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흐뭇(?)하더라고요. 이 버스에서만 자리 양보가 두 번째다 보니 선한 영향력이 번지는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들어온 중년 할머니 손님도 거동에 불편 없고 그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정도였거든요. 앉아 있던 분도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몸져누울 할머니 취급하니 자리를 양보받으며 조금 당황하신 얼굴이었어요. 그렇게 반대편에 서서 가던 손님은 그 자리 주인이 내리자 옆에 서 있던 젊은이를 살짝 밀치면서까지 앉으셨어요. 누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관절 팔팔 과시할 나이는 아니셨던 거죠.
사실 이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어요. 염색을 안 해서 머리카락은 희지만 누가 봐도 농사짓는 분이 아니어서 몸이 늙지 않아 보이시는(선입견 혹은 편견일지 모르지만 농사 지으시는 분의 관절과 태양 친화적 피부는 표가 나는 거 같은데... 아닐까요?) 정정한 할머니와 머리는 까맣게 염색했지만, 밭일을 오래 하셔서 허리가 굽었기 때문에 줄어 보이는 거라 판단하기 좋은, 작은 키의 친근한 시골 할머니. 두 분 중 나이 승자는?
제가 볼 때 나이는 정말 비슷해 보이셨거든요. 두 분 다 할머니 나이였으니까요. 왜 자리 양보 한 손님은 본인보다 나중 타신 분을 늙었다 보는 걸까? 호기심이 들었답니다.
길을 걷다 갑자기 궁금해요. 저 아줌마는 몇 살일까? 저기 어려 보이는 아기 엄마는 도대체 몇 살? 어머나, 왜 저렇게 무심하게 입고 다니지? 나이 들어 보이게? 야 저 사람은 무조건 나보다 많지. 그럼 몇 살? 사.... 오..... 글쎄..... 음... 움...
중년여성. 일반적으로 아줌마로 일반화되는 존재.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여성'인 아줌마를 보면 내 눈은 무조건 나보다 많네 어쩌네. 별의별 소리를 해대며 나이 퀴즈를 풀게 됩니다. 50은 넘어 보인다느니 피부는 40대 같은데 나보다 많을 것 같다느니 하면서 말이죠.
"그 나이로 안 보이세요"라는 말에 자기 관리 실력이라도 인정받은 듯 뿌듯해하는 저 같은 사람은, 별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외모로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나보다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한 거울에 나란히 선다면 깜짝 놀라게 되는 건 저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지금 내 외모가 나에게 보이지 않으니 영원히 철들지 않는 상록 나이 27살처럼 느껴지잖아요. 상대방은 나이를 각피만으로 평가해야 하는 거니까요. 내 비록 숫자적 나이 49 짤이지만 27살 동뇌(동안 뇌ㅋ)인데 내 나이대로 보이는 저 여성은 나보다 스무 살은 늙어 보이니까요(왜 뇌 나이와 외모 나이를 비교하는데!). 인정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나이 든 내 모습은 안 봐도 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와 비교해도 최강 동안인간이 되어버리는 거지요. 누구랑 붙어도 내가 다 이겨~~~ 이렇게요.
아마 버스 좌석에 앉아 있던 분도 본인 나이나 육체는 잠깐 잊고 본인에게 가까워져 오는 할머니라는 존재에 벌떡 일어나지 않았을까.... 잠깐 허공을 떠돌던 정신탓에 일어났지만 내 무릎이 버스 꿀렁거림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할머니 나이였지 싶으신 겁니다. 아차차 뒤늦게 깨닫게 되신 거죠.
최강 동뇌를 자랑하며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 거 같은 느낌의 나. 지금처럼 산다면 아마 미래의 저 또한 저분처럼 귀여운 행동을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시간 여행한 기분... 나이도 외모도 다 잊어먹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동안도 노안도 안 할랍니다. 차곡차곡 늙어갈 뇌를 가져야겠어요. 시간과 함께 늙어온 외모와 발맞춰 가려면 무척이나 서둘러, 분발 또 분발해야겠지만 기억해 볼래요. 나의 뇌 혹은 마음과 그걸 담고 있는 몸을 같이 나이 먹여보겠다고요. 표리부동하지 않아야겠다 이 말이지 이 말이에요.
맨날 수다 떨듯 글 쓰다가 생각이란걸 하면서 쓰니 시간 많이 걸립니다. 흐흐흐 생각하는 거 적성에 안 맞습니다. 수풀림 작가님 죄송해요.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 이뻐해 주실 거죠? 헤헤헤
아래는 오늘 견학 다녀온 산청군 덕천 서원입니다.
나를 통해 너를 본다…. 무슨 소리고…. 아무말....
좋은 공부하고 와 놓고는.... 덕천서원 오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싶은 그림같은 벽입니다.
벽도 작품 문도 작품. 설치 미술처럼 놓인 노란 의자까지. 옥션에 내어야 할 작품 나올 것 같습니다.
학예사님 설명 중
박물관 인문학 수업 9번째 날. 오늘은 서원 다녀왔습니다. 한 학기 한 번 가는 발로 뛰는 수업, 발수업이었습니다. 수업 좋고 소풍 좋고 ~~~ 날씨도 안 덥고 정말 다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