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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22. 2024

7. 역할 배정(주인공이 네 역이렷다?! 아이고 슨상님

그 역은 제 것이 아니옵니다. 착하구나. 동료 2와 친구 2를 주겠다

집에는 연기 책이 한 권 있다.



어이가 없지만 진실이다. 아마 퇴근 후 매일이다시피 무언가를 사기 위해 시내로 가던 때에 샀으리라. 백화점이든 책방이든 문구점이든 어디든 들어가 무엇이든 집어 들고나올 때의 습관으로 말이다.

책방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떤 소설이 새로 나왔을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소설이 더 있으려나? 매대에 정면 얼굴로 누워있는 책들과 눈을 맞추며 걷다 보니 실용서 코너까지 게걸음이다. 눈에 띄는 대로 들고 보니 손에 잡혔고 잡고 보니 그런 용도의 것이었던 거다. 책 제목은 '연기하고 싶니?'였다나.

강산이 두어 번 재주넘기 한 지금으로부터 두어 번 강산이 재주넘기하기 전, 그 당시 샀던 책 중에 남은 녀석들은 아마 1%도 안 될 거다. 아이들 책을 매년 몇천 권씩 사면서 내 책으로 인테리어 하려 맞춘 책장은 내 돈만 들어간 넘의 것이었으니까.

희한하지. 그런 책장 가장 위 칸. 몰리고 몰려 쫓겨난 책들이 가는 그 자리에 한 권 남은 옛 영광의 도서. 그게 아직도 있는 거다. 정리를 하려 둘러보다 한 권씩 버리던 책꽂이 속에서 꼭 제외되었던 녀석. 어쩐다고 그렇게 끈질기게 남겨졌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연기 수업을 하며 실은 그 책을 처음 펼쳐보았다. 그렇게 애지중지(?) 해놓고. 서재 갖는 게 소원이라며 산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혼수 마련해 온 것도 없으면서 뻔뻔하게 책상과 책꽂이만 맞춤으로 짜 넣어놓고 그곳에 알 박기 하듯 꽂아놓은 책 한 권. 소중하게 생각하던 다른 모든 책을 울지도 않고 처분했으면서 읽지도 않은 채 고이 보관한 저의는 무얼까?


20년 후 연기 수업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놓아두어라. 그러면 너는 발 연기가 잘될 것이다.


라는 신탁이 있었나? 여하튼 그 열의와 열정을 책에 깡그리 담아 버리지 않은 까닭에 나는 연기를 하려한다. 왠지 어릴 적 남동생 공부시킨다고 포기했던 고등학교 졸업이니 대학 진학을 이제 내 돈 내 손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감회 같달까. 그 오랜 시간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소원을. 어딘가 적어놓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소원공책을... 책꽂이에 보란 듯이 꽂아두었기 때문에? 에헴. 작고 얇은 책, 한번 보기나하고 버리자는 가벼운 마음에 남겨두었던 그 책을 펼쳐본다. 아마 살 때 내용도 안 본 것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드는 중이다. 글자가 생경한 데다 내용도 이런 목차였나? 괜찮은데? 하는 생각으로 보게 되니 말이다.


어의가 사라졌지만 그건 뭐 어차피 사라질 거였으니 그러라고 두고. 연기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게 뭐 있으려나...(아래 내용은 전혀 다른 책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읽은 책입니..)


1. 긴장의 조절력

연기의 천적은 긴장이다. 악기연주와 달리 연기에서의 긴장은 악기(신체)의 성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연기자가 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의 조절력은 선천성이 강해서 이를 습득하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흔히 '연기는 타고나야'한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 말이야말로 긴장의 선천적 조절력을 지칭하는 것이다.

2. 감정분출

연기자가 인위적으로 얼마나 감정을 잘 불러일으키느냐가 연기의 중요한 선천적 재능이 된다. 그러니까 초보자의 연기력이 결정되는 중요한 요소는 연기자가 인위적으로 감정을 잘 분출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다시 말하면 극적 세계에서 감정이입을 잘하는 연기자가 연기력에서도 앞선다.


그러니까 긴장하지 않으면 거의 연기가 다 되는 거고 태어나자마자 감정이입을 잘하는 공감대마왕일 경우 연기가 공짜로 완성된다는 말 같다. 음. 연기할만하지 않네. 긴장 대마왕에 공감은 커녕 공감 불감증 같은데.. 뭐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노력으로 극뽁! 시작하자, 연기!


눌질덕이가 누고?

접미더.

사또가 오란다.

와요?

사또나리가 오라카마...


포졸이 백정 촌에 들어왔어요! 눌질덕이를 찾으러 왔어~. 크게 부릅니다. 눌질덕이가 누꼬? 그러면 영문을 모르는 눌질덕이지만 일단 대답은 해요. 접미더하고 크게! 그러면 포졸이 사또가 오라 했다는 말을 아까보다 작게, 눌질덕이 쪽을 보며 하는 거예요. 그러면 도대체 뭐 때문에? 하듯이 와! 요! 하는 느낌이에요. 시선 처리나 목소리 크기가 달라지겠지요, 포졸은. 눌질덕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가볍고 까부는 느낌으로~ 자 다시 한번!


스타벅스 커피를 시켜놓았다. 아바라 시키신 레이다운 손님~ 그러면 "네. 저예요" 하는 느낌으로 접미더~. 목소리 깔며 커피호명 당한 연기를 했는데.. 이게 아닌 거다. 부드럽게 하던 억양에서 힘을 조금 더 주는 걸로 시!


시간은 조금 전

만우 스님은 가씨, 덜렁이는 나 씨, 지모신이는 다씨.... 고씨랑 눌지덕이, 친구 2는 사임씨, 백촌은 누군지 다 아시는 그분(지난번 대본 읽기 때 백 점 만점에 백 점 주고 싶었던 청일점. 강상호 선생님을 표현하기에 더 나은 사람은 없어 보일 만큼 리딩이 우아하고 근엄하고 다정했습니다) 주인공 흰 고무래는 바씨. 사실 연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의지가 중요하거든요. 지난번 역할 지원할 때 꼭 하고 싶다고 하신 분이라 바씨가 하게 되셨습니다. 이제 이 역으로 연습이 들어가야 하니까 빠지시면 안 됩니다. 다들 아셨죠?


아니, 그렇게 직접적으로도 돌려서도 주인공 하고 싶다고 적었건만 나보다 강력한 누군가 있었던 거다. 배수의 진을 치고 주인공만 내놔라! 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다. 캬~ 세상은 나만 바라보지 않는다. (결혼 빼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는 건 바람피울 때 유부남이나 하는 말이고 세상에 그런 조건부(?) 만남은 없는 거다. 아니, 없어야 하는 거다. 원하는 걸 쟁취하고 더 원하는 사람이 갖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 그리하여 어느 정도는 순리대로 예상할 수 있게 돌아간다면 좋은 거지.


그렇게 나는 주인공인 흰고무래의 아버지 눌질덕이가 되었다.

그리고 갓바치(가죽 작업하는 자)

친구 2

백정 9....

(무슨 역할을 내만 다줬노?)

비중은....내가 특급 주인공이야~ 아이고 떨려라.. 큰 거 하나 잡고 낙~하면 되는데

나머지 정말 "너 다해~~" 가 현실일 줄이야.


"자 그럼 역할은 정해졌고 함 해볼까요? 자 꼭두쇠~"


꼭두쇠 : 다 온기제?

 지모산이 : 출석함 불러바라~

꼭두쇠 : 그라까? 배건네 갖바치 고씨 왔나?

고(노)씨 : 왔따!!



다음회에서 계속...



그리우셨을, 특정할 수 없는 미지의 어느 분을 위해 며칠 그린 그림 옵션 제공됩니다. 헤헤

(조만간 연재 시작 예정, 안물안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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