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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ug 08. 2024

11. 탄생

연극에 도움이 될까하고요...

나는 몰랐다. 내가 그렇게 태어난 줄.



스무 몇 살 때다. 나는 나이트를 좋아하는 꼬맹이였다. 알만한 사람은 알듯 나의 나이트 데뷔는 16살? 18? 그 정도였다. 뭐 그 정도로 가무에 조기 재능을 뽐낸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나보다 6살이나 많은 언니가 있었고 언니가 가는 김에 경험 삼아 데려갔고 그렇게 밤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그쪽으로 빠져...까지는 아니고 나쁜 기억으로 시작하진 않았다.


대학을 가고 엠티를 다니며 한두 번 정도는 갔지만 숙맥 여자들만 있는, 유희와 담쌓고 살던 요조숙녀과에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건 나뿐.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노래방. 춤은 관심 없지만 그 당시 대단했던 노래방 붐으로 자주 갔었고 뿜빠이(1/N)하는 문화 덕에 큰 부담 없이 소소하게 가(음악)를 즐길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든 직장이든 다니며 그 당신 유행하던 도토리 모아 음악도 듣고 친구도 사귀던 시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들과 나이트를 올나이트하며 즐거웠다. 몰라, 다음날 볼 일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었는지 아침 7시에 헤어지며 음주가무 중 '무'를 완성하고 논 적도 있을 정도다. 직장인 시절 업무의 연장 회식 자리에서 '사임이~엉덩이 좀 흔드는구나"는 얘기까지 사장님께 듣던 나였는데. 나는 몰랐던 거다.


내가 몸치란걸.

지금 뮤지컬 수업에 와 있다. 오늘은 좀 일찍 온 길이다. 연습 좀 하려고. '웬 연습까지? 아니 무슨 뮤지컬 수업?' 에 대한 설명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얘기가 될 것 같다.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까지는 필요 없고 지난달 연극 수업에 갔을 때다.

너무 기본도 없이 와버린 연극. 발성, 호흡, 타이밍까지 뭐 하나 되는 게 없던 그때 친구인 동생의 한마디


"언니 알아요? 상평공단에 있는 복합문화센터에 수업이 있는데요. 연기, 노래, 뮤지컬, 드로잉, 글쓰기…. 무료로 해준데요."

"정말요? 오후, 진짜 좋은 기회다~! 연극에 도움 되겠죠? 들어가서 신청해야겠어요. 고마워요^^"


그렇게 무료인 좋은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덕에 게으른 인류가 굳이 인터넷을 기웃거려 수업을 고르고 시간을 선택해 등록까지 하게 된 거다.


연극 수업을 들으며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가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는 것. 사람과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즐거움과 활기를 준다는 것. 그래서 이런 행동도 하게 된 거다. (단, 좋은 사람과의 만남만이 행복을...)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엿보기. 무료인 수업만을 골라야 하며 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수고로운 일. 본능에 반하는 행위를 일부러 해야 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도 중이다. 뮤지컬, 연기, 노래까지 아니 드로잉까지 신청했다. 이번 참에 뭐 대학 졸업장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기능을 올릴 수야 없겠지만 꽤 수박껍질 맛은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박 겉핥기로 어느 동네 수박을 키운 흙맛이 더 달큰한지 정도는 알지도.


뮤지컬 수업 5번째다. 총9 번의 수업 중 반이 넘었다. 노래를 정해 외우고 춤까지 곁들여 익힌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각종 과자까지 곁들여) 음료가무를 즐긴다.

영상도 찍는다. 길에 누군가 자기들끼리 찍는 카메라 조준에도 얼굴 들어갈까 도망가기에 바빴으면서 이곳에선 찍든지 말든 지다. 세상의 중심으로 놓아둔, 나만 생각하던 버릇이 좀 사라지는 듯도 하다. 이기적인 성격상 나만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이런 행동은 저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이렇게 웃으면 어떻게 생각할지에만 집중하던 꽤 피곤한 삶이었는데 이젠 까짓거 뭐 어때 싶다.

누가 나에게 관심이나 둔다고. 몇십 년 전 누군가에게 민폐인이었을망정 그걸 기억했다가 영상을 보고 찾아올 가능성도 없는 마당에 못난 얼굴 더 못나 보이는 화면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초상권 사용해라' 사인도 해 줬겠다. 가끔 주춤주춤 화면을 피하고 싶은 본능은 살아있지만, 꽤 뻔뻔하다.

누가 관심 있다고. 누가 보고 싶어 한다고. 누가 한가하게 이런 거나 보고 있는다고. 그저 형식상 촬영이고 사진일 뿐. 진주시 시보에 사진 좀 실리고 진주시 홈페이지에 동영상 좀 올려지면 어떤가. 우수 콘텐츠로 상을 받아 서울에 건전 지역 문화로 소개된들 뭐 어떤가. 케이비에스 엠비시 지역 소개란에 좋은 도시 자랑용으로 인터뷰 좀 나오면 어떤가 말이다.

그러므로 열심히 춤추고 노래만 부르고 있다. 사진을 찍든 동영상을 찍든 신경도 쓰지 않고.


그렇게 보는 눈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겨울 알게된 건 내가 몸치였단 사실이다. 밤새며 한 무대도 쉬지 않고 춤췄던 아이가 알고 보니 몸치였다니. 겨우 뮤지컬 노래에 맞춰 춤추는데. 다이아몬드 스텝 밟는데 자꾸 숭구리당당숭당당이 나온다. 김정렬처럼 다리가 무너진다. 임하룡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텝는 어디 갔는지. 오른발 왼발 스텝을 밟으며 한쪽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자꾸 엇박자가 난다. 뭐야 그냥 못 외우는 거야? 믿고 싶지 않지만, 몸치인 거야?


그저 부끄러워서인 줄 알았지(밝은 조명 아래라서) 보기에 까짓거 쉽네…. 하면 하지! 했던 동작들이 모조리 꽤 난도가 있다. 이건 뭐, 트로트 가수 율동에도 따라가기 버거울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꾸 배우고 계속 배워야 한다더니 배워보니 알겠다. 배운다는 건 나 자신을 아는 것.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못 하는지를 깨닫는 자아 성찰 시간을 준다는 거.

연극에 쓸만한 춤과 노래, 연기를 익히고자 한다는 핑계로 등록한 수업. 알고 보니 밖에 있던 지식이나 재주를 습득하는 기회가 아니라 나의 모자람을 알아가는 수업들이다.

조금만 더 배우자. 조금 더 배워서 겸손도 사람도 되어봐야겠다. 굴 같은 집에만 있던 웅녀인지 호랑이인지에서 사람으로 변신 좀 해야겠다. 아~ 사람 되기는 언제나 어렵구나.


이바토해!  사진 참 멋지게 찍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극단 헌장 앞 골목 찰칵!




여기는 상평복합문화센터? 이름이 ... 여튼 공단 사이에 지은 건물이라 주변이 터프합니다. 꽤 매력적입니다^^

흰티에 청바지를 입으라는 명령에 있는 티를 입었는데 김건@티다. 목늘어난 흰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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