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겨운 층간 소음 때문에 집 나갈 거리를 찾다가였다. 집은 나가야겠는데 이왕이면 하고 싶었던 것. 기회거나 용기거나 부족해서 못 했던 그런 일 해보자.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꿔보자며.
그중에는 글쓰기 수업도 들어있었다. 대부분의 (드로잉) 그림 (어반) 그림 (수채) 그림 (캘리그래피+수채) 그림 중에 수줍게 하나. 물을 쓰지 않는 건조한 작업이.
브런치를 통해 출간까지 하신 채도운 작가님의 에세이수업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책도 냈으며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 미래의 작가님들도 가입하시고 작가되시라'는 길 안내까지.
그러니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이 수업 시작일 7월 1일부터. 아니 보수적인 나는 바로 들어가 보지도 않았으니 8월부터다. 글의 주제가 흐릿했던지라 한 번은 미끄러지고 두 번째 '작가' 그 대단한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거였다.
훌륭한 작가님들 앞에서 말하긴 민망하지만 혼자 엄청 뿌듯하고 자존감 충전되는 일이었다. 혼자 피식피식 웃고 다녔으니 원래도 엉뚱한 사람이라 이상했는데 더 이상해 보였으리라 추측한다.
어쨌든 작가다. 글 못쓰는. 재능 별로 없는 그런 작가.
그래도 하나는 가능한 작가. 열심히. 재능 없어도. 머리가 꽉 차 있지 않아도. 날카롭게 시대상을 반영치 않아도. 반짝이는 문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거.
매일 글쓰기.
사실 좋은 글도 아닌데 매일 쓰면 좀.. 나한테 미안하지만 쓰레기 생산자가 아닐까 싶기도.. 간혹 괜찮은 글도 있을 거고 뒤로 걷다 쥐도 밟을 수 있으니 어쨌든 매일 쓰는 건 칭찬할만한 거다. 우쭈쭈. 아냐 아냐 쓰레기 아냐. 우쭈쭈 잘한다.
그래서 매일 브런치중이다. 점심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아침 먹고 땡 일하러 가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브런치 먹기전에 브런치도 하는 나는 작가인거다. 우쭈쭈. 오늘도 '직업'에 충실한 나는 작가일거다. 작가일걸? 작가지 암. 그럼그럼. 이 글을 읽는 존경스러운 분들도 작가고 부끄러운 '기능인' 나도 작가다. 이 평등함에 오그라들지만 기분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