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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ug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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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화장을 하고 이에 낀 고춧가루를 찾아내고 떨어진 속눈썹을 확인하기 위해 보는 거울이다. 그런데 그 거울은 나만 보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 혹은 아는 사람이 내가 보고 있는 그 거울을 같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옅은 화장이든 짙은 것이든 하려고 앉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가 쳐다보는 거울을 빤히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거울은 나 스스로 굳이 보이는 위치에 꺼내었고 그 살벌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어 보여야 하는 작업인 것 같다. 나는 나를 추스르려, 확인하려 거울을 꼭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럴 경우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그렇다면 왜 써야 할까?


아는 작가가 폴 오스터밖에 없는지 인용을 자주 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다시 한번 하자면.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중략-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빵 굽는 타자기'에서 글쓰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단언컨대 말도 안 되게 글 쓰는 것 말고 어떤 일도 안 어울리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 6개월이 넘었으니 계산원의 업무도 제법 익숙해졌고 풋고추 선별이나 식당서빙이라든지 건강이 허락한다면 아파트 미화원도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데 왜 글을 쓴다고 부은 손가락을 주무르면서도 자판 앞에 앉아 있는 걸까?


 선생님께 혼이 난 날 친구랑 떡볶이 먹으며 "학주(요즘도 학생주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걔가!" 하며 동생 욕하듯 얼굴을 붉혀야 하고, 상사에게 깨진 날 퇴근하려는 동료를 붙잡고 소주 한잔하고 가자 해야 하며, 남자친구가 200일 안 챙기면 남친 없는 친구라도 불러내어 섭섭함을 일러바쳐야만 한다. 하지만 떡볶이 같이 먹어줄 친구가 없다면? 동료 없이 혼자 출장 중이라면? 남자친구랑 다들 데이트한다고 이렇게나 슬픈 200일에 대해 말할 친구가 없다면? 그 상황이 5년 10년 30년간 이어진다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으로 부실하여 혼자서 북 치고 장구는 못 치는 동물인 듯싶다.




마음이 여리고 상처를 잘 받으며 소심한데 '착한 아이 콤플렉스'까지 심하게 앓고 있던 나는 엄마의 쉼 없는 비난에 지적에 짜증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뛰쳐나갈 생각도 못하고 낫지 않는 생채기를 부여잡고 살았었다. 내 엄마의 행동으로 받은 상처였기에 누군가에게 말을 하게 된다면? 내 부모를 욕보이는 것. 내 형제자매에게 얘기한다면? 철없는 소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침잠에서 깨지도 않은 나를 혼자 남겨두고 문을 잠근채 일하러 가셨던 그 4살의 생생한 기억. 그날 이후로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존재가 부정되는 상황에서 목소리 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속엣것이 쌓여 언제든 폭발이든 고름으로든 터져 나올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관성적으로 압축에 압축만 시키며 감정을 차단하며 살았다. 


자신을 죽이고 싶어 골방에서 아무도 몰래 자학도. 계획 없이 함부로 살아내며 인생을 소비하기도 했지만 돌아도 항상 거기 있어주는 고마운 감정의 블랙홀 덕분에 겉으로는 제법 아무렇지 않은 듯 살 수 있었다. 게다가 거기로 들어가지 못한 찌꺼기만으로도 나는 글을 쓸 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거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턱없이 적긴 하지만 그나마 그 동력으로 써낸 글자 나부랭이 덕에 아직도 살아낼 수 있었지 않을까 위안한다. 


그래 글쓰기는 나에게 위로인가 보다. 자위로써의 글쓰기, 친구없는 나에게 주는 친한 친구. 헬로키티처럼 입은 없고 귀만 있는 그런 친구로서 말이다. 그래서 매일 이렇게 부은 관절을 주무르면서도 끊지를 못하나보다.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적었지만 글자들이 떠 올라보이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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