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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Sep 24. 2023

 별도 달도 다 따줄게.

또 뭐 필요해?

"니는 잘 사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어. 그럼 다. 내만 좀 참으믄 되는가베"


'먼 소리고?뭔 말이 하고싶노?'라고 말을 하려다 말았습니다. 남편이 말 좀 하자하면 제 기준에는 까다로운.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혹은 답을 내어놓기 위한, 나 자신과 내 뇌의 시냅스연결을 빡시게(?)해대야하는 철학 수업이거든요. 힘든데 화가 나있는데 "아~ 모르겠고, 미워죽겠고 얼굴 좀 치워줄래?" 하는 마음이 수용되지 못합니다. 불만이 무엇인지 왜 그런 것같은지 그래서 어떤 해결책을 낼까 의견을 내고 취합된 그것은 결과물로 나와야 되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됩니다.



"좀 잘해라잉~", "그래, 그래 알았다. 미안하다"로 막걸리 맥주 치킨이든 한잔 꺾으며 다음에도 또 "좀 잘 ㅎ" , " 그래 ㄱ"로 맥주 치킨에 똑같은 레퍼토리 읊는 '칼로 물 베기'행사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철저한 전문가의 진단과 실행. 그려면【그 문제는 사라졌으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여야 할 것 같은데..


인생이란 게 끝없는 숙제를 자퇴 없이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학교 같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문제해결 기능이 있는 남편을 데리고 오늘 부산입니다.


친정이 버젓이 있는 곳이지만 잘 곳이 없습니다. 소중한 추억과 먼지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지 전쟁」 대비용 3개의 냉장고 냉동고가 차지한 집에 사람은 잠시 바람처럼 스치기만 용납되니까요. 유남생?


그래서 과거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그냥 낡아버린 [호텔 파라곤]에 짐을 풀었습니다. 좋아하는 스테이크맛집 <애플 아웃렛>에서 저녁을 먹고요. 아늑하고 조용하며 백색소음으로 왠지 기찻길이면 이런 비슷한 소리가 나려나 싶은 경전철 소리도 규칙적인 호텔.(호텔은 정말 조용합니다. 경전철 소리가 흥미로워질만큼요) 이곳 이 시간의 휴식이 꿀맛입니다. 오늘 스케줄은 좀 빠듯했나 봅니다. 모두 피곤해 얼른 2차를 가고 싶습니다. 잠 속으로. 먼저 씻은 아이들이 옷을 입는 동안 남편이 샤워를 들어갑니다. 그동안 머리도 말리고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야 2차를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아빠 씻으실 동안 머리  말려"

"드라이기 화장실에 있는데?"

"아이고. 아빠 커튼치고 씻으시라 하고 드라이해라"

"아빠!!!! 엄마가.."

"알았다. 나가있어라."

툭 쿵 퍽


'이 닦으면서 뭘 떨어뜨리길래 소리가 저러냐 참 소리가 필연적으로 큰 사람이다' 싶어 고개를 젓다 보던 책에다시 눈을 보냅니다.


갑자기 눈앞에 상의탈의 초콜릿 먹은 복근 남자가 서있습니다. 손에는 드라이기를 쥐고서.


"그 뭐고? 호텔 기물을 부수고 난리고?  와그라노?"

"떨어지는 거거든!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분리되거든!"

"헐. 그래도 그렇지 그걸 떼서 오냐. 참 내!"어의가 없는데 우습기도 하고. 실행력하나는 인정해야겠다 싶어 웃고 말았습니다.


그래요. 그 덕에 2차 늦지 않았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 해결력 갑인 남편 덕입니다. 아이들 늦지 않게 재웠고요. 별도 예전에 따줬고 달도 일전에 따 준 남편은 드라이기까지 따주었습니다. 그래서 미울 일이 없어진 저는  오랜만에 남편과 한 침대로 2차를 떠 동화 속처럼 '해플리 애버 에프터'했다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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