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저를 만나길 초큼 좋아합니다. 저 자신이 무척 실없음을 느끼지만 상대를 웃기지 않으면 몸이 배배 꼬이고 근질근질해지거든요. "아유 저 푼수" 하면서도 같이 있으면 어쨌든 몇 번이라도 웃을 수 있으니 좋은가 봅니다.
근데 사실 지인이든 친구든 만나자고 하면 기분은 제가 더 좋습니다.
"언니 없으면 심심하다! 꼭 나와라 알았제?"
"아이고, 우리 쯩이 보고 싶네" 하는 소리를 들으면 '가로창자'부위가 따끈해지는 게 해장국 먹은 속보다 더 뜨듯함이 퍼집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더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간 좋은 게 아니랍니다.
저는 일기를 쓰기에 적합한 인간입니다. 아니 일기를 쓰기 위해 지구로 내려온지도 몰라요.
왜냐고요? 순간순간 순발력을 발휘하여 길도 걸어야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도 처리해야 하는 바깥 활동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시간이 있을 때든 굳이 시간을 내어서든 복기를 하거든요. 무엇을 복기하냐고요? 사람들과 나눈 대화 내 실수한 행동 멍청하게 군 상황 모든 것들을요.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두어 번 많을 때는 잠들 때까지 복기를 합니다. 그리고는 바둑처럼 과거를 그대로 다시 돌려보기에 멈추지 않고 사건의 재 구성으로 2차 편집에 들어갑니다. 이 행동은 이렇게 바꾸고 저 말은 빼고..
피곤하겠다고요? 재미있냐고요? 예, 아니오.입니다.
예. 피곤합니다, 무척. 그리고 재미있지 아니합니다.
그런데 왜 하냐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제 이 정도 살았으면 이성적으로 옳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 경우 정신이 끌고 몸이 끌려가더라도 맞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그렇게 되진 않습니다. 저는 좀 장수해야겠습니다. 많이 더 살아야 되려나 봅니다.
특히나 지인들과 모임자리에서 여자친구든 그 여자 친구의 남편이든 가리지 않고 조금은 놀리고 살짝 비꼬기도 하고 그러면서 웃기고 다 같이 분위기 맞추어 화제가 이어지게 하는 것이 제 역할 같은데요.
워낙에 속은 그렇지 않지만 외부인과의 관계에서 소심하다 보니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는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제 기준에 약간은 실례의 말을 한 것이 아닐까 하루종일 복기를 하면서 '그러지 말았어야지, 나이가 몇 갠데 입 조절을 못하니' 하며 무척이나 자학을 하거든요.
그래도 과거 며칠에서 몇 주동안 자학하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고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사람 만나는 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부담이 적습니다.
아마, 제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복기를 위해 지구로 내려와서 살다 보니 이제 인간화가 진행되었나 봅니다. 의술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100살. 백세 시대가 되었다 합니다. 그러니 저는 딱 반 정도 살았거든요? 그럼 괜찮은 게 아닌가 싶어요. 인생 전환점. 딱 50살부터 제대로 다시 살면 될 테니까요. 아직 50살 되려면 몇 년 남기도 했고요. 준비 운동도 더 할 시간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래요. 자학하며 이 정도 크게 구설 없이 살았다 위로하면서 앞으로 남은 50년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양화대교를 부르던 자이언티처럼나도. 너도. 격하게 찐하게!행복하자.아프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