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우리 슈퍼는 매일이 행사 중이다. 추석 선물 세트를 싸고 대목 물건을 추가로 진열하며 늘어난 손님과 보조를 맞추듯 직원들도 바쁘니 슈퍼는 벌써 한가위 같다.
"이 동네에서 이 가게 장사가 제일 잘 돼. 사람이 제일 많아"
"아, 그래요?" 속으로 잠깐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근데, 왜 그럴까요?" 말 꺼낸 이유가 있을 듯하여 되물어본다.
"여기(일하는 많은) 아가씨가 이뻐서겠지" 아니 이건 아닌데.. 내가 이런 답을 원할 거라 생각했을까?
"음.. 그런 연유로는 아닌 거 같네요."
"하하하"
자주 오시는, 단골 중년 남자분이다. 말은 텄지만 수다를 떠는 사이는 아닌 정도의.
평소 별 얘기를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는 걸 보니 무슨 뜻이 있을까?
"화두를 던지신다면 마다치 않고 받겠나이다. 큰슨님!"(입을 다물고 발음해서 그렇습니다. 큰손님입니다)
우리 슈퍼가 근방에서 제일 잘 나간다라..
동네에서 제일 손님 많은 '인기 급상승' 슈퍼라면.
성공비결이 무얼까?
1번. 직원들이 미스코리아니고 미세스 혹은 미즈코리아놔라 구경하러.
2번. 싼 물건을 진짜 싸게 파는 정직한 가게라서.
3번. 밴드 물건. 주말 행사. 현장 할인 판매 등 호객을 하는 방법을 알아서 영업에 적절히 이용하였으므로.
4번. 물건의 회전이 빨라서.
옛날 사람이라 4지선다입니다. 정답을 모르니 옛날 풀던 식으로 해봅니다.
제 대답은! 3번.
선택한 이유는 <지문이 이상하리만치 깁니다. 일단 옳은 소리를 헛갈리게 하려다 보니 말이 길어졌을 수 있고요. 전통적으로 우리 때는 모르면 3번이었습니다.>
출제자로서 정답은요..
모릅니다. 제가 대신 냈지만 중년 남자분이 답을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다음에 왜 오시는지 여쭈어 보도록 하지요.
담배도 안 팔지. 주차장도 없어 길막하면 싸움나지. 버스 다니는 길이지만 옆 집보다 5m는 안으로 들어가 있어 조금만 떨어져 길에 서보면 보이지도 않습니다.
주변 소개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 혼자 가게 뚫으러 오는 분은 많지도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전 롯데슈퍼가 있었던 것을 아는 분이 오는거라 반은 롯데슈퍼 덕. 반은 고객등록 해보면 안다. 행안부한테 배웠는지 폭탄은 안 던지는데 불꽃놀이 좋아한다. 문자 많이 보낸다. 맞춤 문자 없다. 무차별 평등과 공평이 실현된 이상의 슢(퍼). 따로 수수료매장인 고기집에서도 문자를 더 보낸다. 잠시 장보기 쇼핑을 잊을만 하면 보낸다. "종이컵이 떨어졌네. 할 수없지. 머그컵 당분간 써야겠다." 생각했다가 커피믹스 할인 한다는 문자를 보게되었다면? 겸사겸사 출동 신호 감지! 소방관분들이 들어도 들어도 적응 안된다는 출동 알람급이다. 적응 안되지만 해야하고 가야한다. 왜냐하면 꼭 필요한 일이니까. 나 없으면 아무도 안 하니까. (3번)
그에 맞게 물건 사입도 많이 한다. 사장님이 목에 걸고 다니는 금색 목걸이와 팔에 두르고 다니는 금색 쇠줄을 보면 안다. 우리 사장님 뭐 사는거 좋아한다는 거. 옆구리에 끼는 발리 파우치로도 예상 답을 추측할수 있을 만큼. 매일 공판장 행이다. 싼 물건 많이 산다. 물건이 1/3은 썩어 버리는거 같은데 계속 사 온다. 방문객들은 여기 물건이 제일 많이 쌓여있다는데 내일 와보면 없는걸 보시고는 장사 잘 한다며 깜짝 놀란다. 채소언니는 5시간동안 화장실도 안가고 일당에서 제외하는 30분 쉬는 시간 빼면 계속 썩은 물건 고르고 다시 싸는 작업중이다. 그럼에도 남는게 있는 걸 보면 정말 싸게 잘 사오는가보다. 물건의 회전이 좋으니 손님들에게는 호재가 맞지. (4번)
공판장에서 저렴한 물건을 매일 보다보니 척 보면 알거다. 어떤게 싸게 팔아도 남는지. 그러니 싼 물건임에도 싸게 팔아서 손님들 불평은 없다. 오늘은 좀 저렴한 물건이 있으려나 하며 오시면 우유라도 하나 사가시겠다.(2번)
이 얘기를 하려고 서두가 길었다고 하고 싶지만 이건 보기에도 없었다. 그러니 주제를 벗어난, 삭제되어야 할 글이다.
직원들 아니, 내 얘기다.
손님들이 물건을 못 사서 불평을 내어놓으면 나는 뭐든 들어주려한다. 그게 밴드면 사장님이든 팀장을 귀찮게 해서 남은 물건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맞춰드린다. 카드를 깜빡 잊었다 하면 원칙상 안되지만 이체라도 받아주려 해본다. 하지만, 어디에나 원칙과 규정이 있는 법. 아는 검사있으면 있던 죄도 없어지는, 죄를 묻지 않는 기적의 법 말고. 여기도 원칙과 규정은 있고 지켜야 한다. 많지는 않지만 나는 가끔 그걸 알면서도 손님편이고. 어느 때는 규정에 어긋나서 안된다고 해도 나의 노력으로 그 <화>는 <욕망>은 사라진다. 그걸 노리고 해보는거고 그러다 된다고하면 우리끼리 작은 성공도 자축하며 즐기면 되는거라고 본다.
그게 재미있다. 물건 하나로 카드 하나로 사장님 대처를 입에 올리면서 한 팀이 되는 기분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도 대화도 하면서 나누는 농담들이. 그러면서 그들을 알아가는 것이. 그래서 즐겁게 일한다. 손님이 없으면 사춘기같은 팀장 얼굴이 보여 화도 났다가 손님이 오면 또 사르르 녹는다.
하지만, 너무 애쓰지는 말자. 이 동네 마트 슈퍼 구멍가게 손님이 다 이리로 오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어제는 웃음을 음높이를 열쩡을 조금 줄였다. 우리 슈퍼 사장님은 맘에 안들지 몰라도 세상은 공생관계니까. 부익부는 가진 자들의 논리겠으나 우린 아니여야하니까. <우리 -함께- 슈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