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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Sep 28. 2023

나는 며느리로소이다.

본업 대 방출 중

비릿한 냄새가 코를 공격한다. 껍질 속 조개가 누군가의 먹이로도 바닷물속으로도 섞여들지 못해 내뿜는 정체된 냄새다.

남편의 집은 남해였다. 물론 지금도 본가는 그렇다. 조금도 옆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나답게 전혀 몰랐다. 서해 한국해 남해라고 할 때 그 남해는 남해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걸. 남해군에 사는 사람은 집이 "남해다"라고 하지 "남해군입니다"라고 안 하니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거다.


그 남해에 와있다. 슈퍼에서 일하는 몇 시간 동안은 내 이름 노사임당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본업으로 돌아오면 나는 누구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다.


누군가의 무엇,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먼(?) 그 존재로 왔다.  며느리라는 역할로.


몇 해 전 어머님이 칠순을 앞두고 운명을 달리하신 후 차례준비는 나 혼자 하고 있다. 누군가는 남다른 감정을 가질수도 있는 외며느리 혹은 외여자다. 죄송하게도 친정 엄마보다 더 사랑한 분이라 외여자가 싫다. 갈등이 있지도 않은 관계였지만 어쩌다 보니 형님도 사라져 버렸다. 누구라도 그러할 수 있는, 성격이 맞지않는 연유로 말이다.


느슨하게 반묶음되어있던 머리는 질끈 동여매어졌다. 오늘 준비한 것은 잠들기 전까지 해결되어야 한다.


오늘의 지구 구하기 과업은..


파란 나물 콩나물무침 도라지볶음 고사리무침 오이부추초무침 양배추겉절이 호박나물 심심하면 고구마순나물도.


명태 전 새우튀김 부추전 수육


탕국 떡 갈비찜 말린 생선(서대를 남해에서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정도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저녁식사를 위해 만들고 차리고 치우고 정리하는데 들일 두 시간을 빼면 3시간 남짓.


고생할 거라고 미리 사주신 점심 새우구이. 그걸 먹기 전에 손질을 끝내놓은 여러 난관들 【슈퍼 우먼】인 나는 해 낼 것이다.


슈퍼맨이 쇼맨쉽과 능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조용히 처리될.

지구의 평화는 슈퍼맨에게 주 40시간만 시키고 가정의 평화는 슈퍼(에서 일하는) 우먼이 퇴근하고 지킬 것이다.

같은 양념 쓰는 재료는 옆에 나란히 두고 한 번에 쓱쓱 완성합니다. 보관할 반찬통에 재료를 넣고 양념만 솔솔 쓱쓱 팍팍 각각 따로 넣고 무쳐서요. 양배추초무침 부추오이초무침

이렇게 지구와 가정의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쭈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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