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소설을 쓰면 안 되는 이유(1)

브런치=소설가의 무덤

by Quellen

브런치에 자작 소설을 연재한지 한 달이 넘었다. 전업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비슷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조언을 하고자 이 글을 쓴다.


출간을 염두는 소설가라면 절대로 브런치에 소설을 올려서는 안된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지 내가 브런치에 올린 소설을 읽고 소재나 아이디어를 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브런치는 최소한의 저작권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 마우스 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텍스트 복사를 막아 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면을 통채로 캡쳐하거나 사진으로 찍으면 된다. 그 사진으로 텍스트를 재생하는 프로그램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도용된 내 소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활용될 것이다. 등단을 꿈꾸는 소설가, 웹툰, 드라마, 영화를 기획하는 제작사들 말이다.


하지만 소설을 브런치에 올린 작가는 그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다. 그저 나중에 내가 브런치에 올린 소설을 출판사에 가져가면 엉뚱한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작가님이 쓴 소설은 이미 웹소설(또는 웹툰,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요?"


마치 원작자가 표절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브런치에는 저작권 보호기능이 있다.


내가 글을 쓰고 발행버튼을 누르면 그 시간이 글에 남는다. 그건 작가의 최초 저작권을 보호하는 장치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소설은 얼마든지 그 원본이 각색될 수 있다. 에드가 엘렌 포우의 <검은 고양이>나 기 드 모파상의 <비곗 덩어리>같은 명작 단편 소설도 얼마든지 2025년 현재를 배경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1966년 영화 <만추>가 2010년 다시 리메이크된 경우가 그렇다. 물론 원작과는 지리적 배경과 플롯이 많이 다르지만 감옥에서 사흘 외박나온 여자 죄수의 짧고 절박한 사랑 이야기라는 줄기는 동일하다. 2010년 <만추>를 제작한 영화감독이 1966년 원작 영화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다.




나는 지난 한 달간 원고지 450 페이지의 소설을 여기 브런치에 올렸다. 일주일에 네편, 무려 21편 분량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소설속 아내는 남편을 속였고,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을 의처증 환자로 몰아가는 소설이었다.


물론 전업 소설가도 아니고, 소설을 출간한 적도 없기에 내 소설은 인기가 없었다. 다만 언제나 내 글에 라이크잇을 해주는 사람들이 열댓명은 있었다. 나는 그들이 고마워서 꾸준히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항상 그들을 생각했다. 내 연재 소설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다. 내 연재소설에 라이크잇을 클릭한 사람들은 전혀 다음편을 기다리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건 어떻게 해야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는 것이었다.


우선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나는 독자들에게 최대한 다음편이 궁금하도록 글을 끊었다. 하지만 21편이 연재되도록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은 것에 대해 나를 자책할 뿐이었다. 내 소설이 인기가 없구나. 내 소설이 독자들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구나.


그렇게 자책하며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스스로 의지를 꺾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그런데, 지난 주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나의 소설을 몰래 훔쳐가고 있는 그 누군가였다. (계속)



ps.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지금 이 글에도 라이크잇이 달리고 있다. 물론 그들은 내 글을 읽지도 않고 그저 라이크잇을 클릭할 뿐이다. 나는 내 글에 라이크잇을 클릭한 사람들을 그저 라이크잇 좀비라고 부를까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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