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Jerry You [Ep.4] 고양이의 잠

by Quellen

고양이는 잠이 많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잔다. 이는 사냥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놓는 야생의 습성때문이다. 제리 역시 그랬다. 제리가 보고싶어 찾았을 때, 열에 일곱 이상은 자고 있었다.


나는 제리의 잠자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제리는 어떤 곳에서 잘까. 집사로서 제리의 안락한 수면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해줘야 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선 제리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몰래 잤었다. 주먹만한 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으니 식구들은 제리가 사라졌다며 소동을 벌이고는 했다. 숨어서 잔다는 것. 그건 아마 새 집과 집사들이 불편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다 몇일 정도 지나 제리는 우리가 보는 곳에서 자기 시작했다. 그 장소들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담요가 깔려있는 곳, 의자방석, 캣타워의 바스캣처럼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고 또 온기가 잘 저장되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들은 천사처럼 자는 제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기를 즐겼다. 가족 단톡방에는 그날 그날 제리의 자는 모습 사진이 올라왔다.

ep1.jpg 하루의 2/3이상을 자던 아기 고양이
ep6.jpg
20220619_104156.jpg 캣타워 꼭대기 투명 bowl에서 자는 제리. 괜히 고양이 액체설이 나온게 아니다.
ep7.jpg 고양이냐 사람이냐. 이불을 덮고 반듯이 자는 제리. 물론 연출된 사진이다.




더 기쁜 것은 제리가 집사들 옆에서 자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부모로서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입양된 고양이가 아이들과 함께 자다니, 마치 친형제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집사들을 믿고 곁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며, 제리도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1.jpg 가족들과 함께 자는 제리

십몇년전 딸아이가 아기였던 때가 생각났다. 첫 육아가 제법 힘들었던 때였다. 딸은 에너지가 넘치는 아가였고, 아내와 나는 늘 딸아이가 잠들기를 바랬다. 그런데 또 아가천사처럼 자는 이쁜 모습을 보다 보면 깨우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이제 제리가 그 아기가 되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잠든 제리를 보다 참지 못해 깨우고는 한다. 처음엔 깨우지 마라고 아이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알고보니 고양이가 자는 잠의 대부분은 설잠-그러니까 전문적으로는 REM 수면-이니 깨워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제리는 잠에서 깨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동영상을 찍어 보았다.

설잠에서 깨는 제리


동영상속 제리는 절대 잠에서 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아니 그 반대다. 집사의 괴롭힘을 무릅쓰고서라도 계속 자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 실제로 고양이가 잠에서 깰 때 보이는 반응이 두가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크게 하품을 하며 송곳니를 드러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ep9.jpg 제리의 스트레칭. 잠에서 깨려는 의사 표현이라고 한다.


잠에서 깬 제리의 행태는 예측불가능하다. 대개 물과 사료를 찾거나 그루밍을 하는데, 가끔씩, 아주 가끔씩 집사의 심장에 폭력을 가할 때도 있다. 정말 운좋게 그런 사진을 찍었다.


900__DSC8179_20250307_122222.jpg 잠에서 깬 제리. 무슨 고양이가 저래 눈으로 말을 잘 한다니....



예전부터 사진에 말풍선 넣기 좋아했고, 사람들도 그 코믹한 사진을 좋아했다. 한 십년이 흘렀나... 카메라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나 다시 사진을 찍을 이유가 생겼다. 그건 바로 요 사랑스러운 고양이 제리때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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