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의 참고서 : 인간의 감정 공부하기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휴식이란 인간의 감정을 음미하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이 출간된 지 12년이 넘었다. 나는 이 책을 9권 샀는데, 그 중 8권을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했다. 그 정도로 재미와 교훈-특히 나를 성찰하는데 유익한 거울과도 같은-이 풍부한 책이었다.
<감정수업>은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현대 문학과 함께 해석한 책이다. 스피노자는 행복론을 연구한 철학자로서, 인간이 행복을 위해서는 현재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다른 감정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을 읽어가면 마치 화학반응식을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가 정리한 48개의 감정이 매우 화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자처럼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피노자와 강신주 작가가 정의한 감정이 다소 어색할 수 있다. 17세기 유럽인의 사고가 내린 정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정의는 17세기 당대에만 뿌리를 둔 것이 아니다. 서양문명의 두 기둥인 그리스 문화와 기독교 문명에 근거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감정은 다르지 않다. 다만 사회적 관습과 종교, 법제도에 의해 인간의 감정이 통제되고 억압될 뿐이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피노자의 정의가 다소 어색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 강신주가 그 어색함을 해소해준다. 그는 스피노자의 48개 감정이 잘 묘사된 현대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를 관조한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문학적 지평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감정이 어떤 상황과 어떤 사회적 관계에서 나오는지, 그 결말은 어떤 파국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내가 이 책을 지금도 반복해서 읽는 것은 48개 감정들이 소설의 좋은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스피노자가 정의한 감정에 나만의 해석과 주석을 달고, 또 거기에 어울리는 가상의 스토리를 상상해 본다. 실제로 그런 Exercise를 통해 장편 소설 2편을 쓰게 되었다. 참고로 내가 정리한 주석서는 아래 그림과 같다.
참고로 AI에게 물어 보았다. 인간의 감정은 몇 가지 인가? 그랬더니 이런 답을 얻었다.
인간의 감정 개수는 이를 정의하는 학술적 이론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분류됩니다. 2026년 현재 심리학 및 뇌과학계에서 통용되는 주요 분류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요 이론별 분류
6가지 기본 감정 (폴 에크만):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적 분류로, 전 세계 공통적인 얼굴 표정을 바탕으로 행복, 슬픔, 분노, 놀람, 두려움, 혐오를 기본 감정으로 정의합니다.
8가지 기본 감정 (로버트 플루칙): 감정을 색상환처럼 배열하여 기쁨, 신뢰, 공포, 놀람, 슬픔, 혐오, 분노, 기대의 8가지를 기본으로 보고, 이들의 조합으로 더 복잡한 감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합니다.
27가지 감정 범주 (UC 버클리 연구팀): 2017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히 몇 가지 범주로 나뉘지 않는 27가지의 뚜렷한 감정 상태를 경험합니다. 여기에는 감탄, 동경, 안도, 향수 등이 포함되며 감정들이 서로 경계 없이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4가지 기본 감정 (글래스고 대학):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표정 변화를 분석했을 때 행복, 슬픔, 공포/놀람, 분노/혐오의 4가지 생물학적 기본 반응으로 압축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었습니다.
2. 기타 분류
칠정(七情): 유교적 관점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欲)의 7가지로 구분합니다.
세분화된 경험: 베네 브라운(Brené Brown) 박사는 현대인이 겪는 복합적인 감정과 경험을 87가지로 세분화하여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고정된 숫자로 존재하기보다 최소 4~6가지의 생물학적 기본 감정에서 시작하여,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수십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상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기계적인 답변을 얻었지만 베네 브라운 박사의 87개 감정에 눈길이 간다. 그래서 그의 저서 <Atlas of the Heart>를 찾아 보니 아래와 같은 정보를 얻었다.
ㅇㄶㄹㅇㄴㄹ결론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고정된 숫자로 존재하기보다 최소 4~6가지의 생물학적 기본 감정에서 시작하여,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수십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상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움이 이끌려 인공지능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Atlas of the Heart>에서 정의하는 질투는 무엇인가? 그 질투를 묘사한 문학작품은 무엇인가?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의 저서 《타인의 해석》(Atlas of the Heart) 에서 정의하는 질투와 이를 묘사한 문학적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타인의 해석》에서의 질투(Jealousy) 정의
브레네 브라운은 질투를 '선망(Envy)'과 명확히 구분하여 정의합니다.
핵심 정의: 질투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나 그 관계의 소중한 부분을 제3자에게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입니다.
관계의 구도: '나'와 '상대'라는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선망(나에게 없는 것을 상대가 가졌을 때 느끼는 마음)과 달리, 질투는 대개 '나-상대-제3자'라는 삼각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심리적 배경: 이 감정의 밑바닥에는 관계에 대한 위협, 불신, 불안,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습니다.
2. 질투를 묘사한 문학작품 예시
브레네 브라운이 질투의 전형으로 자주 언급하거나, 이 정의에 부합하는 고전적 문학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Othello): 질투를 다룬 가장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주인공 오셀로는 아내 데스데모나가 다른 남성과 바람이 났다는 이아고의 거짓말에 속아, 소중한 관계를 잃을 것이라는 극심한 두려움(질투)에 휩싸여 파멸에 이릅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그리고 에드거 린턴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 속에서, 자신이 가진 애정을 타인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강렬한 질투가 묘사됩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La Jalousie): 제목 자체가 질투를 뜻하며, 아내와 이웃 남자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관찰하는 남편의 시선을 통해 질투라는 감정이 가진 집요함과 관찰자적 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브레네 브라운은 우리가 흔히 "부러워(I'm so jealous)"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선망(Envy)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질투는 그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두려움임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지만, 이처럼 어떤 감정에 대해 알고 싶으면 어떤 작품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는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과 더불어 AI와 함께 인간의 감정을 공부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