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_1

1. 글쓰기는 왜 어려운가?

by Quellen


애정만 있으면 글이 써진다. 애정이란 AI가 아닌 인간의 소유물이다.



어릴 적 우리들은 학교에서 수 없이 많은 글쓰기를 강요당했다. 저학년 때에는 그림일기를 써야했고, 고학년이 되어 5월 8일에 부모님에게 효도를 주제로, 10월 1일에는 국군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써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에게 그런 글짓기는 유쾌한 기억으로 남지 못하는데다가, 더구나 자신이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다. 왜 그런 것일까?


간단하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하루, 부모님에 대한 효심, 그리고 국군장병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자. 만약 자신의 하루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득찼다면 그림일기를 써서 기억으로 남기고자 할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지극하거나, 국군 아저씨가 겪는 고충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마음에 진정성이 있다면 술술 글을 썼을 것이다.


글이라는 게 이렇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보인다. 평소에 글을 좀처럼 쓰지 않거나, 작문에 전혀 소질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글을 쓴다. 이것은 BTS의 팬이 BTS에 대해 끝도 없는 찬사를 뿜어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각종 인터넷을 달구는 댓글을 보라. 팬덤이 곧 애정이고, 애정이 곧 글이 된다.


그러므로 좋은 글은 다름 아닌 애정에서 나온다. 흥미롭게도 증오나 경멸 역시 글 짓는데 훌륭한 연료가 된다. 다만 이는 정적(政敵) 또는 적성국을 겨냥한 정치적 성격의 글을 쓰는 힘이 되는데, 증오 역시 관심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 또는 사회생활을 하며 무수하게 많은 글을 써야 하지만, 정작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주제에 대해 쓰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대학생의 과제가 그렇고, 회사에서의 보고서가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타인을 위해 글을 써야하며,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도 써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무엇이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애정이라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결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례를 아래에 소개한다.


몇 년 전에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를 주제로 글을 써야 했던 적이 있었다. 피지와 사모아를 가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르는 지역이기에 도통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리저리 궁싯거리다 우선 이 국가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위키피디아로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얻다가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투발루Tuvalu라는 국가명이‘8개가 함께 서다’(Eight standing together)를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이는 투발루를 구성하는 8개 섬을 묘사한 것인데, 최근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침수되어 국가 이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는 딱한 처지에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투발루라는 국명은 8개 섬의 단합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침수되고 있어, 국명 자체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윌리 텔라비 전 총리는 바닷물이 들어와도 국토를 포기할 수 없으며, 국민들은 투발루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면서, 이를 위해 한국의 간척, 해수담수화 기술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성장해온 한국은 투발루 8개 섬의 단결, 나아가 태평양 도서국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투발루의 해수면 상승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5월, 투발루의 외교장관은 기후변화 국제회의인 COP26회의에 보내는 영상메시지를 바다에 하반신을 담근 채 찍었고, 외신들은 이 인상적이고 강력한 영상과 함께 투발루의 위기상황을 타전했다.


누구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으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이지만, 투발루의 뜻을 알게 되자 애틋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자기 나라의 국가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또 그것이 왜 최근에 이슈가 되는지를 짚어준 이 말이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아래 글 역시 조그마한 관심으로 시작했던 사례이기에 소개한다.


저는 폴란드 독립기념일을 맞아 폴란드 외교부의 모토인 “나와 너의 자유를 위해 For our freedom and yours”를 상기해봅니다. 18세기 폴란드는 이웃 국가들에 의해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폴란드인들은 망명을 했고, 억압받는 제3국의 독립 투쟁을 위해 싸우며 희생했습니다.

너의 자유가 곧 나의 자유이고, 나의 자유가 곧 너의 자유라는 이 의식은 오늘날 세계 자유시민연대의 정신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폴란드의 숭고한 의식에 경의를 표합니다.


언젠가 폴란드 독립기념일에 관해 썼던 글이다. 폴란드에 대해 막연하고 희미한 지식을 갖고는 도저히 좋은 글을 쓸 수 없기에 폴란드의 독립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폴란드 독립’검색만으로 풍부한 자료를 찾아 읽었다. 그러다“나와 너의 자유를 위해”라는 구호를 알게 되었고, 또 그 것이 폴란드 외교정책의 모토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흥미로웠다. 비록 조국은 사라졌으나, 폴란드인들은 미국의 독립전쟁과 같은 타국의 독립과 주권을 위해 투쟁했다. 타국에서 싸우며 훗날 폴란드의 부활을 꿈꾸었을 군인들의 심정, 즉 너와 나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젊은이들의 희생과 간절한 소망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토를 세계 자유시민연대 의식으로 연결시켜 보고 싶어 글을 썼다.


이후 폴란드인들을 만나는 일이 있으면 꼭 이 모토를 언급하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알면 알수록 폴란드가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물론 이 말을 듣는 폴란드인들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자국의 아픈, 그러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언급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만약 폴란드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어떤 글이 나왔을까? 그저 독립을 축하하고 한국과 폴란드 간 무역규모가 얼마며, 최근에 장관이 서로 방문했다며, 억지로 양국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내용의 글에 머물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다. 어떤 외국인이 우리 한국인에게 한글의 우수성이나, 민주화 운동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면 우리는 기분이 좋을 것이고, 그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관심은 애정이 되고 애정은 글이 된다. 그리고 그 글은 곧 우정이 되고, 외교가 된다.


이와 같이 글쓰기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만약 쓸 말이 없다면, 그건 바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사실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권해보고자 한다. 지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왜 좋아하며 왜 싫어하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생각을 글로 옮겨보라. 생각보다 쉽게 써질 것이고, 인공지능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글에서 느껴질 것이다. 감정은 인간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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