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인수분해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쓰게 되는 글들은 반드시 명문장일 필요는 없다. 군중심리를 움직이거나, 지지자들을 모으는 감동적 연설문, 또는 가슴속 정서를 돋게 하는 아름다운 시나 수필이 아니라면 그냥 쉽고 평범한 문장들을 쓰면 된다.
그런데 쉽고 평범한 문장이란 무엇인가? ‘쉬움’과‘평범함’에 관한 저마다의 정의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해온 기준이 있다. 그것은 문장의 경제성이다. 아래 네 문장을 살펴보자.
① 최근에 한국에서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에 있었다.
② 최근 한국에서 실시된 대선은 2022년 3월이었다.
③ 최근 한국 대선은 금년 3월이었다.
④ 최근 한국 대선은 금년 3월이다.
네 문장의 의미는 같다. 하지만 ①번 문장의 글자 수는 27개이나, ④번 문장은 그 절반인 13개에 불과하다. 문장이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빨리, 그리고 쉽게 읽힌다.
글의 인수분해란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글자 수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다.
①번 문장을 ④번 문장으로 고치는 것을 ‘글의 인수분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면서 글자 수를 최소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 표현은 마땅한 공식적 용어가 없어 필자가 창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사회생활 초년병들이 직장에서 이런 연습을 하고 있다.
문장의 인수분해 과정을 다시 한 번 소개하면서 그 기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기의 도움까지 받으면 펜션에서 묵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캠핑의 불편함이 최소화된다.”
인수분해를 위해 우선은 없어도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우선 조사를 없앤 다음 문장의 연결을 위해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의 도움까지 받으면’에서 조사 ‘의’를 삭제할 수 있다. ‘도움’도 사실 삭제가 가능하다. 전기의 존재 자체가 캠핑하는 이를 돕기 때문이다. 이래서 이 부분은 ‘전기까지 있으면’으로 세 음절을 줄였다.
우리말을 짧은 한자 단어로 고칠 수도 있다. 뜻글자인 한자는 여러 의미를 한 글자로 응축시키는데 유용하다. 따라서 ‘펜션에서 묵는 것’에서 조사 ‘에서’를 지우고 ‘묵는 것’을 ‘숙박’으로 줄여 ‘펜션 숙박’ 네 음절만으로도 같은 뜻을 유지했다. ‘불편함’에서 ‘함’을 지울 수 있다. ‘불편’이라는 단어가 명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들을 이용하여 위 문장을 아래와 같이 인수분해 했다.
“전기까지 있으면 팬션 숙박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캠핑의 불편이 준다.”
조금 더 경제적인 문장을 원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도 있겠다.
“전기까지 있으면 팬션 만큼 캠핑도 편해진다.”
39 음절의 문장이 18 음절로 줄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거의 같다.
인수분해된 문장이 가장 많은 모여 있는 곳은 바로 신문이다. 신문에는 지면 크기의 제약이 있다. 그래서 문장을 써서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담으려 한다. 그래서 신문은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마찬가지로 기업, 관공서에서도 이런 기법이 활용된다. 보고서는 짧을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경제적인 문장이 필요하다. 인수분해의 관점에서 자신 또는 주변의 글을 보기를 권한다. 아마 없어도 되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당신의 문장도 점점 간결, 명료해질 것이다.
인수분해된 문장을 쓸 수만 있으면 좋은 글을 짓는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어느 정도 가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요리사에게 좋은 요리기구가 생긴 것이다. 이 장에서는 독자들을 위해 연습문제와 해답을 실었다. 글의 인수분해 연습을 통해 원래 문장이 어떻게 축약되는지 비교해 보자.
<연습문제 & 추천정답>
다음 문장을 인수분해 하시오.
1. 기차에서 내린 뒤에 나는 목이 말라서 물 마시는 곳을 찾아야 했다.
2. 홍천에 위치한 팔봉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여덟 개의 봉우리에서 홍천강을 내려 보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3. 한국의 드라마 속에서 여자 배우들이 연기하게 되는 지위와 역할은 무슬림 사회의 열악한 여성 인권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어서 이곳에서는 한국 드라마 상영이 종종 거부된다.
4. 그녀는 한 때, 한국 드라마야말로 세계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개선시킬 수 있는 훌륭한 무기라고 하면서 한국 드라마 방영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5. 모병제와 징병제를 둘러 싼 논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예비군의 전투력을 어떻게 잘 유지하고 개선하는가 하는 방안이다.
6. 오늘날 아이들은 부모가 주는 것보다 인터넷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력을 받는데, 이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의 인식의 차이도 과거 세대보다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7. 고양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으로,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며 실내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해변과 같이 펼쳐진 공간에서 폐쇄공포증과 반대되는 광장공포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8.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서 사흘을 묶었던 나는 하루에도 수 십 번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실은 기차는 없었고, 오로지 광물만을 운송하는 열차만이 있었다.
9. 비행기의 날개는 위아래의 둥근 정도가 달라서 공기가 날개를 지날 때 위로 뜨는 양력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날개를 옆으로 세운 것이 요트의 돛의 모양이 된다.
10. 사람들은 흔히 다리의 힘이 부족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하체 근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심폐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추천 정답>
1. 기차에서 내린 나는 갈증으로 물을 찾아야 했다.
2. 한국 100대 명산에 속하는 홍천 팔봉산은 여덟 봉의 홍천강 절경으로 유명하다.
3. 한국 드라마 속 여성인권상황은 무슬림 사회의 열악한 그것과 매우 대조적이어서 상영이 종종 거부된다.
4. 그녀는 한 때 한국 드라마가 세계 여성인권 보호와 개선을 위한 좋은 도구로, 방영 확대 필요를 주장했다.
5. 모병․징병제 논쟁은 예비군 전투력 유지․개선 방안을 간과하고 있다.
6. 오늘날 인터넷은 부모보다 큰 영향을 아이들에게 주며, 부모-자식 간 인식의 괴리도 과거보다 크게 느껴진다.
7. 고양이를 키우니, 영역동물, 특히 실내에서만 자란 고양이가 넓은 외부 공간에 노출되면 광장공포증에 빠짐을 알았다.
8. 사흘간 기니 코나크리에서 수 십 편의 열차를 봤지만, 모두 광물운송 열차일 뿐, 승객운송은 없었다.
9. 비행기 날개 상하 곡면률 차이로 인해 공기가 흐르면 양력이 생기며, 이 날개를 세우면 돛 꼴이 된다.
10. 흔히 다리 근력 부족으로 등산이 어렵다지만, 사실 심폐력 부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