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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3. 2022

부러워만 하는 사람과 부럽지가 않은 사람의 차이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가수로 유명한 장기하 씨가 최근 낸 노래가 있다. 제목은 '부럽지가 않어'. 듣는 순간 이걸 노래라고 해야 할지, 랩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조차 모호한 이 노래의 정수는 가사에 있다.







노래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너한테는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는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 나겠지. 근데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 나는 거야." 나는 블로그뿐만 아니라 브런치에도 행복에 대한 글을 많이 쓰는 편인데, 이 가사를 읽으면서 장기하라는 사람이 가진 행복의 개념이 나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행복'과 '상대적 만족감'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둘의 차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가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돈이 많아지면 내가 상상만 할 뿐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질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가지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을까?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십만 원이 있으면 백만 원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럼 백만 원을 가진다면? 과거에 비해 열 배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행복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흥미로운 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백만 원을 가진 사람은 십만 원을 가진 사람을 보며 만족해하기보다,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존재를 본능적으로 부러워한다. 뉴스를 보면 종종 대기업들의 담합이나, 상위 1%에 속하는 부자들이 저지른 비리들이 적발된 기사가 나온다. 적게는 몇십억, 많게는 몇백억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부패를 보며 "돈도 많이 버는 놈들이 도대체 왜 저런데"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한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와 당신, 우리라고 과연 다를 수 있을까?



이것과 관련된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퇴근 후 맛있는 치킨을 먹고 싶다. 집에 도착해 배달앱을 실행하고 마음에 드는 치킨집을 발견했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기 전 당신은 솔깃한 문구 하나를 발견한다. 도착한 치킨을 먹음직스럽게 찍은 후 리뷰를 작성하면 이벤트로 치즈볼 2개를 서비스로 준다는 것이다. 적은 수고로 치즈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당신은 이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 치킨이 도착했고 배가 고팠던 당신은 허겁지겁 치킨을 맛있게 먹는다. 어느 정도 먹고 허기가 달래지고 나서야, 당신은 먹기 전 음식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낸다. 하지만 이미 서비스로 치즈볼은 받았고, 사진을 찍기엔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당신은 리뷰를 쓰지 않기로 한다.








이 사례가 언뜻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뉴스에 나오는 횡령들은 금액 단위 자체가 다르고, 그 금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몹시 크다. 리뷰 이벤트 하나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도의적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런 행위를 뉴스에 나오는 횡령과 비리에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금액적인 부분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금액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그렇지, 행위의 본질적인 의도는 결코 다르지 않다. 돈이 크고 작든 누군가를 속이는 행위가 옳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옛말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바늘을 훔친 사람에게 소를 훔친 사람과 똑같은 벌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이 속담의 의도는 그게 아니다. "도둑질은 나쁘다"라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은유적인 말인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부자들의 비리를 욕하는 것처럼, 반대로 우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의 이런 행동들을 좋게 볼까? 우리들이 생각하기엔 '리뷰 이벤트 한번 깜박할 수도 있지'라고 여기지만 그 사람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치킨을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기에, 리뷰 작성만으로도 추가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일 것이다. 누구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정성 어린 리뷰를 남겨 사장님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치킨집 사장이라면, 똑같은 메뉴를 주문한 두 명 중 한 명은 리뷰를 쓰지 않고 공짜 메뉴를 받아가고 또 다른 한 명은 진심이 담긴 리뷰를 작성한다면 누구를 더 좋아하겠는가?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우리가 우리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상대적 만족감일 뿐이다. 장기하의 노래 가사에 나온 것처럼 십만 원이 있으면 백만 원을 가진 사람이 부럽고, 추후에 백만 원을 가진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행복은 현재 그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지, 과거로부터나 미래로부터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십만 원을 가진 덕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 그것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행위에 만족한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현재가 아닌 시점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면, 적어도 과거보다는 미래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행복과 상대적 만족감이 다른 것처럼, 과거에 빛났던 자신의 순간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행복이라기보단 '자기 위안'일 가능성이 높다. 불투명하더라도 자기 확신을 갖고 행동하면서, 미래에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것이 더 낫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의 또 다른 가사를 보면 이런 구절도 나온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이것을 대표하는 현상이 바로 SNS이다. 최근 한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져 온 미디어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예쁜 얼굴과 몸매, 수많은 명품 옷들과 가방,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집안 등 소위 '엄친딸', '금수저'로도 설명이 부족한 이 인플루언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의 관찰로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 모든 것들이 SNS를 활용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사실 이와 같은 사례는 아주 많다. 종종 SNS를 보다 보면 마치 이곳이 유토피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밝게 웃고 있으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풍경들이 피드마다 가득하다. 누구나 자신이 행복을 느낄 때의 모습을 남겨두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간에 지나친 것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설적인 축구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가상 세계 속 행복한 나를 만들기 위해 현재 나의 시간을 지나치게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진다는 이 말도 행복과 상대적 만족감을 호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다. 자신이 누군가가 가진 모습을 부러워하고, 그 모습이 되면 자신도 행복해질 거란 생각을 하며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 좋은 옷을 입고 비싼 차를 몬다. 그런 모습들을 찍어 SNS에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자랑하는 것이다.








남들이 자신의 모습을 부러워하는 반응이 보여야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세상이 많아지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행복하다는 구태의연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발언조차 상대적 만족감에서 오는 행복이지,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삼시 세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특별히 몸에 아픈 곳도 없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해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가진 것이 크게 부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건 그들의 삶일 뿐, 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삶을 살며 지금보다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되더라도 반드시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나와 그들은 다른 사람이니까. 뭐, 굳이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자랑해도 된다. 왜냐면 부럽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진출처 : 유튜브 'GQ KOREA' - 자막 안 봐도 가사가 다 들리는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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