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매버릭"엔 이런 대사가 있다. "공중전에선 생각하면 죽는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전투 상황에서, 이성보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여야 살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말은 꼭 전쟁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한 탓에, 되려 좋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오늘 이 글은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들을 위해 적어본 글이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그 글에선 행동에 대한 중요성을 위주로 언급했다면, 오늘은 행동하기 전 사람들이 고민하는 이유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행동들에 대해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고민하는 이유부터 생각해보자. 운동을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여러 헬스장을 찾아보거나, 이직을 위해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껴 고백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들까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러한 상황들엔 한 가지 공통적인 마음가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섣불리 결정했다가 다른 헬스장에 비해 가격이 비싸거나 시설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이직한 회사가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더 별로일 가능성도 있다. 고백 후 연인이 되었는데 친구였을 때 나오던 매력적인 모습들이, 사귀고 나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시작'은 '변화'를 뜻한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그 순간부터 전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 변화가 꼭 내게 좋게 작용하리란 법은 없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나타나는 결과가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할걸', '내가 그때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이런 경험이 많았던 사람들일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전 고민하는 시간이 남들에 비해 훨씬 더 길어진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들로부터, 섣부른 결정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계획'을 세운다. '자료'를 모은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와 같은 행동들을 통해 전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전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자료 수집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다. 그렇다. 분명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은 쌓여가고, 누적된 지식은 보다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진다. 모든 순간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건 힘들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기에 적절한 계획 수립과 정보 수집, 해당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의 조언은 성공할 확률을 높여주며, 그 시기 또한 앞당겨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단지 성공할 확률을 '높일 뿐'이지, 무조건 성공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도 운이 없으면 상상도 못 한 실패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자꾸 행동보다 고민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게으른 완벽주의자'라 부르는 유형들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의 가장 큰 결점은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들에 비해, 이상이 너무 높다는 데에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시작하기 전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문제는 그들조차 하기 힘든 계획을 세운다는 것과, 사전 준비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계획의 본질은 '이행'이다. 즉, 스스로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약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보자. 과연 이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 계획을 지킬 수 있을까? 운동하는 습관도 아직 없는 사람이, 심지어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는 건 얼핏 듣기엔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꾸준히 실천할 수 없는 계획'은 세우나 마나다. 2~3일 정도 유지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한 뒤 '짧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어'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행동. 새로운 도전을 자주 하지만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건, 도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쉽게 포기하는 것뿐이다.
이런 '정신승리'가 반복될수록,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 늦은 만큼 더욱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자꾸 스스로에게 가한다. 새롭게 무언가를 하기 전, 전보다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지만 여전히 실천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고 더 큰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도전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반복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믿지 못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건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그것을 행동을 옮기는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왜 그럴까? 사람마다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다. 어떤 경험이냐고? 바로 '실패하는 경험'이다.
누구나 실패를 겪으며 살아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이다. 다만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지나간 실패를 계속 뒤돌아보고 후회하며 살아가느냐, 실패를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생각해보라. 빌 게이츠라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빌 게이츠였겠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타고난 능력이야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도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선 것이다. 당신의 실패 또한 모두가 겪는 그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는가.
너무 많은 생각은 발을 멈추게 만든다. 발을 멈추면 제자리일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저돌적인 행동만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정답은 없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있을 때, 더 많이 실패해봐야 한다. 당신이 실패한 횟수만큼, 또 다른 무언가에 성공하는 횟수 또한 늘어나게 될 테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어떤 상황에서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어디서 동기 부여를 받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도 해볼까'라는 설렘을 가진 채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들여놓고 있는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