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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31. 2022

화내지 않는다고, 잘해준다고 좋은 사람은 아냐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내게 잘해주는 사람 또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 직장 동료, 연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처음엔 내게 잘해주다가, 화가 나면 돌변하거나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좋은 사람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성격이 바뀌게 된 것일까? 사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너무나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누구나 '좋은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며, 나 또한 그렇다. 그렇기에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해보겠다.



일단 '좋은 사람'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기 쉬운 편견들에 대해, 하나씩 언급해보려고 한다. 먼저 당신에게 묻는다. 과연 좋은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일까?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화내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걸까? 나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화가 날 만한 상황엔,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당신은 한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출근한 지 며칠이 지난날, 당신은 우연히 다른 부서의 직장 상사가 자신과 함께 입사한 동기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직장 상사는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고, 동기는 몸을 벌벌 떨며 연신 '죄송하다'란 말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직원들 또한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눈치를 보고 있는 듯했다. 당신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쯧쯧' 혀를 찬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신입 사원한테 저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저 사람 참 성격 안 좋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뒤 당신은 회사 복도를 걸어가던 중, 화를 내던 타 부서의 상사와 마주친다. 속으로 긴장하며 인사를 하는 당신에게, 그는 며칠 전과는 다른 인자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인사를 건넨다. 당신이 신입 사원임을 알아본 그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라고 말한 뒤, 제 갈 길을 간다. 당신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건지' 혼란에 휩싸인다.


입사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에야, 당신은 그때 자신의 동기가 혼난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는다. 알고 보니 그 동기는 첫 출근일부터 그날까지 하루도 제시간에 회사에 출근한 적이 없었다. 몇 번이나 좋게 타이르던 직장 상사도, 결국 그날은 참았던 화가 폭발해버린 것이었다. 근처에 있던 직원들이 눈치를 본 이유는, 그 직장 상사가 회사에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걸 처음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1년 이상 다닌 직원들은 입을 모아 '그분이 그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며 놀랐다고 말했다. 그제야 당신은 그가,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성격이 모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평소에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화를 내기도 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분노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 웬만한 일에는 참고 넘어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에게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 참지 못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화를 낸다고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 없고, 평소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오히려 좋은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참지 않고 잘 표출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화를 낼 만한 상황에서조차 화를 참는다는 건, 단 두 가지 경우뿐이다. 상대에게 화를 낼 용기조차 없거나, 화를 참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더욱 크거나.






그렇다면 내게 평소 잘해주는 사람은 어떨까? 이것 또한 우리가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포인트이다. 처음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받아들인다.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자신도 상대에게 받은 만큼은 돌려주려고 행동한다.



그런데 만약 내게 한없이 잘해주던 사람이, 유독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겐 까칠하게 대하는 걸 본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다른 사람한텐 저래도, 나한텐 잘해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얘기를 들어보니 별일이 아님에도 타인을 냉담하게 대한다면, 당신이 모르는 면이 그 사람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이유 없는 친절은 매우 보기 드물다. 누군가를 잘 챙겨준다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뛰어난 외모나 몸매, 자신보다 더 높은 사회적 위치, 이성적인 호감, 인맥 형성 등 '친절함' 뒤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이유가 존재한다. 문제는 상대방이 나를 잘 챙겨주는 이유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잘 챙겨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상대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좋은 사람'이란, 모순적이게도 항상 '좋지만은' 않다. 좋을 때는 누구나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상상해보라. 돈이 많고 여유 시간도 충분하며 몸이 건강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화를 낼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길을 걷다가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하더라도, '위험하게 돌이 왜 이런 곳에 있담'이란 생각을 하며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만약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 하필 내가 걷는 길에 왜 이런 돌이 있냐며 부아가 치밀어 오르거나, '요즘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라며 심한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즉 정말로 '좋은 사람'은, 자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기꺼이 그것을 감수할 줄 안다. 그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할 줄도 안다. 앞서 언급한 예시에서 좋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요즘 들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 짜증이 나는 상태에서,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비록 순간적인 짜증은 나겠지만, 굳이 이 상황을 요즘 내가 처한 상황과 연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길까지 왜 이 모양인 건데!'가 아닌, '뭐야, 짜증나게 돌이 왜 이런 데 있어. 그래도 안 넘어진 게 다행이긴 하네.'라고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도 걸려 넘어질 수 있으니, 발로 돌을 툭 차서 구석으로 밀어놓고는 다시 제 갈길을 걸어가는 사람. 이러한 사고의 메커니즘과 행동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이 내 기준에선 '좋은 사람'이다.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는가? 예시가 쉬워 보일 뿐이지, 실생활에서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꽤나 드물다고 장담한다.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당신은 요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지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가족, 친구, 연인이 당신에게 몇 시간 동안 힘듦을 토로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 또한 힘든 상황에서 타인의 힘듦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아주 어렵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좋은 사람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좋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가 힘들 때, 타인을 위한 행동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큰 화재가 난 건물에 누군가를 구하러 뛰어드는 소방관, 흉기를 든 강도가 사람들을 해하려 할 때 그 사람을 제압하려 달려드는 경찰,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는 군인. 이들은 무언가를 얻고자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할 뿐이다.



당신은 어떤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건, 스스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일수록 스스로를 좋게 포장하려 하지만, 정작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인 척' 떠벌리기 바빴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낮출 뿐이었다. 타인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하던 것을 반복하며 살았다. 우리 모두 보이는 데 급급한 삶이 아닌, 정말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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