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건 좋지만, 비 맞는 건 싫다"는 것
당신은 무언가를 좋아할 때, 그것을 어디까지 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예를 들어 당신이 게임을 좋아한다면, 퇴근 후 밤새 게임을 하고 나서 다음날 출근 후 느낄 피곤함까지 견딜 자신이 있는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더라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가? 오늘 이 글은 사람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는 '좋아한다'는 감정의 진실에 대해 써 본 글이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인 "짧은대본"에, 최근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등장하는 남녀는 바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밖에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던 남자는 자신이 비가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여자는 말한다. "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거죠?"
여자의 말을 들은 남자가 살짝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자, 여자는 그를 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아니, 다들 그렇잖아. 비 오는 건 좋은데 직접 맞는 건 싫대. 그게 뭘 좋아한다는 거야?" 여자의 말을 들은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비 오는 건 좋지만, 비 맞는 건 싫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안전한 공간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지, 정작 비가 내리는 날 밖에 나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거나, '비를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대할 때, 그것이 가지는 한쪽 면에만 집중하곤 한다. 좋을 때에 나오는 면만 떠올리거나, 좋지 않은 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 양면이 있다. 항상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항상 나쁘지만도 않은 것이다.
비도 마찬가지다. 더운 날 세차게 내리는 비는, 텁텁한 공기를 중화시킨다. 집에서 듣는 빗소리는 마음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면 어떨까. 이동에 상당한 불편을 유발하고, 크고 작은 손해를 만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반대되는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들까지 이해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의 좋지 않은 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엔, 그들이 좋아하는 건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 상황'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 대상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비가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이, 정작 비가 내리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우리는 '좋아한다'는 자신의 말에 좀 더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때로는 너무나 쉽게 '좋아한다', '싫어한다'라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다. 쉽게 뱉은 말일수록, 그와 반대되는 말 또한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듣는 상대에게도 그들의 말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자신은 항상 그대로인데, 상대방이 자기 기분에 따라 자신을 평가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그런 사람과 친해질 수 있겠는가?
무언가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해보자. 나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 있는 것인가. 심지어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그것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나를 서운하게 한다면, 어디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정말로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것이 가진 좋은 점만이 아니라 다른 모습들까지 이해하게 된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모습도 아니고, 조금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그것이 여전히 좋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아하는 것 아닐까. 당신은 어떤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내게 도움이 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가. 답은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