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출근. 챙겨 먹는 식사. 퇴근 후 운동. 친구들과의 만남. 연인과의 데이트. 일상 속 소중한 시간들이, 어느 순간 별 시답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한다. 게으름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 몸을 움직여, 원래 하기로 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왜 해야 할까'와 '해야만 하니까' 사이에서, 우리는 '하지 않음'을 '게으름'으로 규정하곤 한다. 오늘은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규칙적이고 안정된 삶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며 멋지다고 느낀다. 앞서 말한 규칙적인 삶도 마찬가지다. 매일 하루를 해야 할 것을 하며 부지런히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곁엔 무수히 많은 유혹들이 규칙을 깨기 위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원한 맥주가 당긴다. 운동을 하기로 한 날인데, 친한 친구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연락이 온다(그런 날은 날씨도 기가 막힌다). '해야 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머리가 뜨거워지도록 고민하다, 힘들게 결정을 내린다. 매번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인 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성향에 따라 한 쪽에 편중된 결정을 내린다. 전자를 선택한 사람은 '의지가 강한 사람'인 반면, 후자를 선택한 사람을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한다는 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점만 가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쓴 책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책들을 사서 읽고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들 중 극히 일부만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할 것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며,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려 한다. 규칙적인 삶과 해야 할 것을 한다는 것. 분명 멋지고 대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반대는 어떨까. 불규칙적인 삶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이것을 마냥 아무 의미 없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최근 한 기사에서 어린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변하고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나 판검사, 의사와 같은 전문직종이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유튜버나 크리에이터 같은 직종을 아이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유튜버나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보고 듣다 보니, 재미있는 점 하나를 발견했다.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그들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고 매력 없다고 느끼는 '불규칙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나 하품을 하며 자신의 스케줄을 말하는 그들. 자신의 일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프로 같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바로 널브러지곤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 자기 분야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남는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보내도 상관없지."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맘처럼 번지고 있는, 가장 인기 많은 직업이 하나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알겠는가? 바로 '건물주', 일명 '갓물주'이다. 자신의 건물을 소유한 채, 월세를 받으며 하루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아마 눈치 빠른 사람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평소 '규칙적인 삶'을 이상적이고 좋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삶은 그게 아니다. 우리는 '불규칙적인 삶'을 원한다. '불규칙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규칙적인 삶'을 억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도 언급했듯이, '불규칙'이 주는 편안함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라는 말이 왜 등장했을까? 익숙하다는 것은 규칙적이고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변에서, 여러 매체에서 바람을 피운 사람과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수없이 듣는다. 익숙하고 편안한 관계가 이미 형성되었는데도, 그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들은 불규칙의 편안함에 지나치게 빠져버린 것이다.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다. 안정을 원하는 동시에, 불안정에 대한 설렘을 느낀다. 매일 먹는 집밥이 지겹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혼자 살기 시작하면 그것을 그리워한다. 자신에게 매몰차게 대한 전 연인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끼면서도, 어떤 날은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불규칙의 편안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불규칙'은 언뜻 보면 게으르고, 의지박약함의 대명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불규칙이 가진 매력에 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불규칙적인 것이 하고 싶을 때, '불규칙함이 매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게을러졌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규칙의 매력'에 대해서만 말해왔기 때문이다.
평소 수수하게 입던 이성이, 어느 날 멋진 옷을 입고 온 것을 보고 반한 것도 불규칙의 매력이다. 매일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을 떠나 멋진 풍경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불규칙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당신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이다. 규칙적인 것뿐만 아니라, 불규칙적인 것에도 분명히 매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규칙적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게으름을 피운다'라고 지나치게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매일을 게으르게 보내는 사람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했다면 약간의 일탈은 스스로에게 허락해줘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퇴근 후 맥주 한 캔, 1~2시간의 게임, 자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뒹굴대는 모습. 이 정도를 하면서 '나는 정말 게을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며,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응원하고자 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위치에서 마땅히 할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조금의 여유 정도는 허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매일을 100%로 살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20% 정도는 당신을 위해 남겨두라고 말이다. 살다 보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20%의 에너지는 그때를 위해서 필요하다. 무너져가는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오로지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난간 위에 올라선 사람에게 친구와 가족들의 목소리는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순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려오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난간 위에 서 있는 사람밖에 없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은 싸구려 동정이나 위로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그래도 오늘 하루 수고했어"와 같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정말 하루를 되돌아봤을 때 당신이 꽤나 열심히 살았다면, 힘들었던 하루가 끝나기 전에 여유를 즐길만한 자격은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알려줄 뿐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고 불안해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 너는 그럴만한 하루를 보냈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