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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Sep 15. 2022

당연하게 보일수록, 당연하지 않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과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멋진 사람처럼 느껴지는가? 막중한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람과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가? 오늘 글에선 '당연하지 않은 당연함'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맡은 업무를 한 뒤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하지만, 결국 그 말 자체가 우리가 매일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평소 갖고 싶은 신발을 사기 위해, 매달 통신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과가 미미한 핸드크림보다 더 보습력이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 우리는 매일 아침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는 걸 반복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내 잘못도 아닌 일로 욕을 먹기도 하고, 회사에서 정치질을 당하기도 하며, 오히려 일을 너무 잘한다는 이유로 주변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때도 있다. 잘하든 못하든 욕을 먹어야만 하는 이 짓거리가 어떻게 당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왜? 스스로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별다른 저항 없이 그것을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다.






연애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힘들 때 사랑하는 연인이 내 편을 들어주길 바라고, 그 사람에게 의지하고픈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만약 그러한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하는 당신은 반대 상황에서 '당연히'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이번엔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일수록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들 생각한다. 왜? 서로 안 시간이 몇 년이기에, 그만큼 서로에 대해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게 정말 당연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절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당연히 서운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정상이지 않냐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 종일 숨을 쉬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두 발로 걸어 나가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잘 준비를 하는 모든 것. 우리가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몇 달 전 허리디스크가 터졌을 때, 나는 새삼 평소에 내가 하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걷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누운 상태로 일어나는 것조차 전혀 '당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단 1초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을 텐데, 디스크가 터지니 누운 상태에서 힘을 주고 일어나는데만 적게는 몇십 초, 길게는 몇 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당신이 하루에 기울인 노력에 대해 결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하는 출근'. 물론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누구나 한다고 해서, 그게 왜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 "여자 친구(남자 친구) 면 당연히 맞춰줘야지!" 대한민국 헌법에도, 어느 나라 법전에도 그런 말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장하면서 듣는 여러 정보를 통해, 특정한 무언가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당신의 수고로움을 절대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라. 마찬가지로 타인이 당신에게 대하는 수고로움 또한 당연하지 않다. 무언가를 받았다면, 시간이 지나서라도 당신 또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인 무언가가 되었든 형태는 중요치 않다. "나는 너의 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 핵심은 이것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한 사람의 배려도, 이성적인 사람의 조언도, 부모님의 사랑과 연인의 사랑, 오래된 친구의 우정조차 당연한 것은 없다. 당신이 상대의 마음을 당연하게 생각할수록, 당신 곁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남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상대의 마음을 소중하게 대한다면, 역시나 당신 곁엔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일상에서 누리는 것부터, 관계와 일적인 부분의 것들까지의 당연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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