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Sep 22. 2022

이번 주는 '고속 충전' 중입니다


그럴 때가 있다. 외로워서 누구라도 옆에 있어줬으면 하다가도, 막상 만날 사람이 없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혼자 있는 게 홀가분하다고 느껴질 때가. 여행 도중 우연히 멋진 풍경을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다가도, 다음을 기약하며 아껴놓고 싶은 마음이. 오늘은 '내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지난주는 최근 몇 달을 통틀어 생각해봐도 굉장히 바빴던 한 주였다. 일주일 중 5일을 매번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으니까 말이다. 추석 연휴부터 가족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정말 다양한 주제들로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친해졌으며,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과도 각자의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 말하며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또한 가족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 묵혀두었던 오해와 앙금들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후회하지 않을 좋은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엔 퇴근 후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만나고 싶어 연락을 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 또한 약속이 있어 다음을 기약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기운이, 이번 한 주는 내가 주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만들도록 힘을 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픈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사람은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얻는 타입과,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 나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물론 한쪽에 속한다고 해도 아예 반대쪽을 거부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극히 내향적인 사람조차 가까운 사람과 있을 땐 말이 많아지곤 한다.



삶의 대부분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살아왔지만, 나 또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처음 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취향이 비슷하다면 더욱 그렇다. 단 여기엔 조건이 하나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아닐 것'. 가장 좋아하는 대화는 나와 상대, 단 둘이서 나누는 대화이다. 많아도 4명까지며, 그 이상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약간의 고통을 수반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수록 힘들어지는 이유는, '제대로 된 대화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대화를 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대화란, 질문과 대답이 적절히 이루어지는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만약 상대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 상대의 대답을 듣고 '왜' 그런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 그 취미의 어떤 부분이 본인에게 매력적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그것을 묻는다. 즉, 상대방의 답변 하나로 인해 생겨나는 나의 궁금증은 한 개 이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대화에 집중하기란 더욱 힘들어진다.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시간도 부족하고, 대화의 주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또한 대화를 하다 보면 평소 말수가 적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았기에, 여러 명과 함께 대화를 할 땐 말수가 적은 사람을 좀 더 신경 쓰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마음을 열고 친해졌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유쾌한 면이 있다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또한 태생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모두를 챙길 수는 없다. 분위기에 맞춰 적절한 대화 주제를 던지고, 상대방의 대답을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조용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며 그들의 속내를 듣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내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를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단, 나 자신이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들이다. 글로 써놓긴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말과 행동들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즐거우면서도 피곤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나는 사람마다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만남의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나도 새로운 만남을 설레 하는 반면, 나처럼 사람을 만난 후 일정 기간 동안 휴식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이런 것에 대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모른다'느니, '사회성이 부족하다'느니와 같은 정의를 내리고 싶진 않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뿐이지 않은가.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게 편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내게 "일주일에 5번이면 적당하지"라던가,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라고 물었다고 해보자. 내가 그에게 혼자 있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하더라도, 그가 완전히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론은 하나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정말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로 길게 풀어 적었지만, 사실 이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좋고 편하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사람을 만나는 것과 혼자 있는 것 모두 내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다. 다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저속 충전'이라면, 혼자 있는 시간은 '고속 충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는 내게 '고속 충전'의 시간이다. 주말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속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의 하찮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