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화를 낼까.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화를 참는 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살면서 누구나 화를 내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상에게, 어떠한 이유로 화를 낼까. 그리고 화를 낸 후에 상대방과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오늘은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와, 화내기 전 생각해볼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일을 하던 도중,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로 물건을 넘어뜨렸다. 쌓여 있던 물건들은 우당탕하는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확인한 결과 10개 이상이 못 쓸 정도로 파손되었다.
평소에도 잦은 실수를 저지르던 신입이라, 소리를 듣고 달려온 직장 상사는 그에게 다가와 거침없이 화를 냈다. 정신 차리고 일을 하라고 말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전혀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뿐더러,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런 실수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 아르바이트생에겐 그러한 질책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긴 힘들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실수를 하고, 같은 방식으로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실수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윽박지르는 행동이, 그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새로 들어온 신입이 생각보다 빨리 일을 배우지 못할 때, 직장 상사가 그것을 보며 득달같이 화를 낸다. 며칠 동안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자, 신입은 결국 퇴사를 하게 된다. 며칠 뒤 또 다른 신입이 들어온다. 일을 배우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다. 욕을 먹는다. 퇴사를 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일을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그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실수가 아닌, 타인의 실수로 인해 욕을 먹고 싶어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반대도 생각해본 적 있는가? 타인의 실수로 욕을 먹고 싶은 사람도 없지만, 자신의 실수로 욕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 말이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엑셀을 배운 지 단 몇일만에 실력이 폭풍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달이 넘더라도 제자리인 사람도 있다. 정리정돈은 못하지만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뛰어난 암산을 할 수 있지만 매번 자동차 키를 깜박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회사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당신 또한 밖에서 운동이나 다른 취미 생활을 할 때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당신을 하대할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을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면, 그 사람이 최대한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와야 당신을 포함한 모두가 편해진다. 또한 그 사람의 빠른 적응을 위해선 당신에게 편한 방법이 아닌,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빠르게 일을 습득하는지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굳이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당신이 맞춰줄 생각이 있든 없든간에, 그 사람이 빨리 일을 배울수록 편해지는 건 당신이다. 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만을 고집해 누군가를 가르쳤을 때 상대가 빨리 배운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서로가 고통스러워진다. 나는 나대로 답답함을 느낄 것이고, 상대도 상대 나름대로 답답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건 누굴까? 그것은 바로 당신이다. 생각해보라. 모르는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그것을 토대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취미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피아노를 한 번도 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는가?
꼭 일이 아니더라도, 이것은 모든 상황에서 해당된다. 상대의 성격이 개차반인 데다, 잘할 의지도 없는 상태라면 논외이다. 그러나 분명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있는데, 자신의 방식대로 따라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고 자존심을 깎아내린다면 그것은 당신의 문제다.
친구 관계, 연인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알려 주기 전, 어느 정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당신은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지식이 쌓인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못해!"라고 말한다면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만약 당신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갔다고 해보자. 처음 보는 강사가 당신에게 "아니, 생선 손질을 왜 이렇게 하세요? 여길 자르면 안 되는 거 모르세요?"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나라면 속으로 '뭐 이딴 곳이 다 있어'라고 욕하며, 그날부로 다시는 그 학원을 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분노를 풀고자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 마라. 우리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상대가 내 믿음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할 거라 믿은 것에 대한 배신, 다른 친구들보다 나를 더 각별히 생각할 거라는 믿음에 대한 배신, 형보다 나를 더 좋아할 거라 믿은 것에 대한 배신, 가르쳐 준만큼 잘 일할 거라는 믿음에 대한 배신.
믿음에 대한 배신 때문에 상대에게 분노하기 전, 곰곰이 생각해보라. 당신이야말로 연인을 정말 사랑했었냐고. 그 친구에게 평소에 먼저 연락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말이다. 형만큼 부모님에게 애정표현을 했었는지 말이다.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라.
화를 내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내가 그 사람에게 화를 내도 될 만큼, 떳떳하게 행동했냐고' 말이다. 그렇게 돌이켜봐도 화를 내도 괜찮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해도, 웬만하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명백하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해도 욕을 먹으면 억울함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말을 맞받아치고 싶어 한다. 화를 낼 땐 감정은 빼고, 이유를 설명해주어라.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묻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면 될 뿐이다. 그 이상의 분노와 감정표현은 상대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드는 길이다.
당신이 상대에게 하는 행동이, 고스란히 당신에게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라. 나는 '내로남불'을 가장 싫어하기에,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으려 한다. 나 또한 내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해도, 내가 한 실수보다 더 큰 짜증과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있었던 일' 위주로 말을 하려 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과 똑같이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가.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