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Sep 29. 2022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똑같은 24시간을 살고 있음에도 하루의 마무리에 드는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나 오늘 뭐하고 살았지?"라며 허탈한 감정을 느끼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은 "오늘 하루는 정말 보람찼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하루가 쌓이고 쌓여 연말이 되면, 이런 생각들은 또다시 달라진다. 피곤함에 찌든 채 매일을 살았던 사람이 1년을 돌아보며 "힘들었지만 나 정말 열심히 살았네"라며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음에도 "1년 동안 난 뭘 하고 보냈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후회가 남지 않게 만드는 시간 투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최근 꾸준히 나가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다. 처음엔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나갔던 모임이었는데, 독서습관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 또한 많이 사귀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과 퇴근 후 휴식 시간이 아주 중요한 내가, 평일 저녁에 책을 읽은 후 새벽까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1주일에 하루는 꼭 시간을 내서 독서모임에 참가를 하던 중, 지난주는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가지 못했다.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피곤한 상태에서 모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주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내게 '휴식'을 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사람들과의 어울림, 피곤한 심신을 달랠 휴식 시간. 두 가지 모두 내게 있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지만, 지난주 내게 더욱 필요하고 가치 있게 느껴진 건 다름 아닌 '휴식'이었다. 휴식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등 개인 정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한 주를 마무리했다(그렇다고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한 주 동안 해야 할 것을 하고, 남는 시간엔 푹 쉬며 체력을 충전했다. 그리고 어제저녁, 퇴근 후 2주 만에 모임에 참석했다. 퇴근하자마자 앉을 시간도 없이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카페로 이동했다. 심지어 어제는 평소보다 훨씬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상태였기에 빨리 책을 읽으며 심신의 안정을 되찾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존에 가던 곳과는 다른 카페의 분위기, 나를 반겨주는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 피곤한 상태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 각자 가져온 책을 읽은 후 서로 간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과 뒤풀이까지 모든 게 그저 좋을 뿐이었다.



새벽 늦게 집에 들어와 5시간도 자지 못하고 출근했지만,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어제 있었던 일들을 상상하면 '좋았다'는 감정만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은은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카페에서 스르륵하고 불규칙적으로 종이를 넘기는 정적인 분위기에서, 마치 캠핑 온 듯한 분위기의 술집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동적인 분위기까지 말이다. 비록 피곤함은 여전했지만 이번 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에 더욱 가치를 두었다. 그래서 거기에 시간을 투자했고, 투자한 시간보다 훨씬 더 괜찮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주변을 보면 매사에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며 느낀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의 시간을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는 것이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도 먼저 연락이 왔다는 이유로 만난다(심지어 '만나기 싫다'라고 불평을 하면서 말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술을 마시는 것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외롭다'라고 하면서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매사가 지루하다'면서 새로운 것을 하려들 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한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계획적인 삶을 살고 싶어 다이어리를 사고, 다이어리를 산 그날 저녁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열심히 기록한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면 책장 어딘가에 다이어리가 꽂힌 채로 1년이 지나간다. '올해의 다이어리'는 다른 책들의 위에 쌓일 먼지를 분담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는, 내년에 새로 산 다이어리와 바통 터치를 한 뒤 분리수거함에 버려지는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내 생각엔 모두에게 해당되는 효율적인 시간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옷과 신발을 사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쇼핑을 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모델이 입은 옷이다. 만약 모델이 입고 있는 옷 핏이 예뻐 보여서 구매를 결정했다고 해도, 우리가 모델이 입은 것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사는가? 그렇지는 않다. 각자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한다.



효율적인 시간 투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1분 1초를 낭비하지 않고 바쁘게 사는 것만이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시간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효율적인 것이다. 느긋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매일 정해진 스케줄대로 살아야 한다면? 평소 계획적인 성격의 사람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루를 매일 보내야 한다면?



누군가가 가진 좋은 점이 괜찮아 보여서 몇 번 정도는 따라 해 봐도 괜찮다. 그러나 그것을 지나치게 좋게 생각하고, 그렇게만 행동하려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키와 몸무게는 생각하지 않은 채 "모델이 입은 사이즈 그대로 사면, 저런 핏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은 시간관리'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게 있더라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죽도록 싫어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인생은 마치 복잡하게 꼬여진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것처럼 때로는 엄청나게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매듭 하나만 풀면 그 모든 엉킴이 스르륵하고 풀리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복잡하게 바라볼수록 복잡해지고, 단순하게 생각할 때가 되면 단순하게 행동하면 될 뿐이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좋은 사람을 만나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라. 지금 다니는 회사가 너무나도 별로인가? 퇴근 후 자신의 능력을 키워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가든, 눈을 낮춰 조건이 다소 별로일지라도 사람과 환경이 더 나은 회사를 가면 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라. 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라. 그리고 그 순위대로 하루 24시간을 자신에게 알맞게 나눠서 투자하라. 당신의 하루가 어떻든, 그것은 남의 탓이 아닌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가 별로였을지라도 당신의 내일은 오늘보다 즐거운 일들이 많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당신처럼' 화내는 사람을 감당할 수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