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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01. 2022

그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지 않았다


기본. 한 가지 분야에 통달한 전문가들일수록, 이 단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기본을 지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최근 조던 피터슨 교수가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고른 이유라고 한다면, 작가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책을 썼는지 궁금했다. 마침 매주 한 번씩 독서모임도 나가고 있는 중이라 중고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이 있어 구매를 결정했다.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 궁금해하며 목차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목차엔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말들이 적혀 있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등 한눈에 봐도 누구나 알만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무언가 대단했던 것을 기대했던 내 입장에선, 다소 실망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왕 책을 샀으니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수밖에. 챕터 별로 이뤄진 내용 또한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성인이라면, 꼭 성인이 아니더라도 중학생 정도의 나이만 되더라도 당연히 수긍할만한 글들이 각 챕터를 구성하고 있었다. 특별한 깨달음을 주지 못했던 책의 내용들은 다음날이 되자, 내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다음날 출근을 한 나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회사 일이 바빠져 새로운 아르바이트생들을 뽑았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더해 그들까지 관리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앉을 시간 없이 바쁘게 일을 하던 중이었다.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 중에서도 유독 손이 느리고 실수가 잦은 한 사람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담당하기로 한 아르바이트생들 중, 실수가 잦은 그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 또한 일을 처음 배울 때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다 보니,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다며 다독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내 노력과는 별개로 그는 여전히 '실수투성이'였다. 일을 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으며, 자신보다 한참 늦게 들어온 다른 아르바이트생보다도 손이 느렸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이해를 더 빨리 할까'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쉬는 시간이 되었고,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동했다. 나는 멍한 상태에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그가 나보다 훨씬 키가 큰 편인데도, 왠지 그가 나보다 작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허리는 구부정하고, 어깨는 축 쳐져있었으며, 발걸음엔 힘이 없었다.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제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책의 내용과는 달리, 그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지 않았다. 함께 일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일과 관련해 궁금하거나 의문이 있는 점에 대해 명확하게 물어보는 것과는 달리, 그의 질문을 들으면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말을 듣고 내가 잠시 생각해본 뒤에 '이 부분이 궁금하다는 말씀인 거냐'라고 다시 물어보면, '아, 네'라고 답하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조던 피터슨 교수가 왜 자신이 쓴 책에 누구나 알법한 내용을 적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마라',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들을 매사에 잘 지키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이것이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원대한 꿈을 이루고 싶다면, 오늘 아침 자신이 이불 정리부터 제대로 했는지를 떠올려보라" 원대한 꿈을 이루는 것과 이부자리 정리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자신의 이부자리조차 귀찮아서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겠는가?



많은 돈을 모으고 싶다고 말하면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놀러 가는 사람.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싶어 하면서, 정작 퇴근 후엔 피곤하다며 누워만 있는 사람. 연애를 하고 싶어 하지만, 약속조차 잡지 않는 사람. 누구나 때로는 이런 행동을 할 때가 있다. 100%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이런 행동들을 자주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말로는 무엇이든 다 할 것처럼 떠들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작은 행동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남들에게 알릴 생각보다, 어떻게 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말해 의지를 키우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할지 말지는 스스로에게 달린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SNS나 지인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이후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무언가를 열망한다는 것은,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동시에, 포기해야만 하는 것조차 가지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멋진 몸을 만들기를 원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적당히 하고 싶어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거나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다. 연애를 하면서도, 기존에 알던 이성 친구들과 연애를 하기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그것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피곤하든, 얼마나 힘들든 그것을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웬만하면 매일 글을 쓰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생 글을 쓰며 먹고살고 싶다'라는 목표를 정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다. 지금 글을 쓴다고 해서 당장 수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3개월 동안은 구독자가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썼기 때문에 2달 만에 400명이 넘는 구독자 상승, 유튜브 채널 출연 및 다양한 작가 제안을 받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셔라. 하면 그뿐이다. 되든 안되든 하기 전부터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마라. 기본에 충실한 채 계속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한 상태가 되기 전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으셨으면 한다. 말뿐인 사람이 되기보단, '저 사람은 원하는 걸 반드시 이루는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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