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Oct 25. 2022

비틀거리면 뭐 어때요. 넘어지진 않았잖아요?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해야만 하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만 느껴질 수는 없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항상 해야 할 것이 있음에도 그것을 외면한 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먼저 즐기곤 한다. 오늘은 "균형 잡힌 삶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최근 들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잦아졌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활동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평일에도 다음날 출근에 대한 걱정은 잠시 미뤄둔 채 새벽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던 내게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을 충분히 하며 지내고 있는가.' 불과 한 달 전까지 매일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적게는 하루나 이틀, 길게는 3일 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새로 알게 된 사람들 앞에서 "평생 글을 쓰고 싶다"느니, "매일 글을 쓰려고 한다"라는 말들을 한 게 새삼 부끄러워졌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조금은 줄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장 즐겁고 행복한 것들보다 '지금 해야만 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맞이하며 세운 목표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정말 그것들을 이루고 싶은지',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현재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여전히 그것들을 이루고 싶었으며, 이루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쓰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해야만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어떤 쪽으로 치우치던 그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치중된 삶을 살게 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데에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날이 잦아지게 된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자극적인 요소들이라면, 그것을 자주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미 익숙해져 버려 몸이 먼저 움직이게 되는 일들 또한 많아질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가 반복되는 날이 많아질수록, 다음날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란 후회를 하게 되는 날들 또한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어제와 오늘,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재미없는 일상들이 이어질 것이다. 어찌 보면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런 날들이 오래 이어진다면 거기에 따라오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무기력함, 번아웃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결국 꼭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까지 마다하며 살아간다면 그로 인한 대가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벽하게 균형이 잡힌 삶을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는 노력 여하에 따라 '적당히'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다. 타고난 자신의 성향,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 상태, 체력, 추구하는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일상을 조절할 수 있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의 기억을 하는가? 중심을 잡기 위해 왼쪽과 오른쪽으로 몸을 이리저리 기울이다, 넘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전거가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반대 방향 쪽을 향해 몸을 틀며 쓰러지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상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질 때, 그것을 멈출 수 있는 절제력과 함께 반대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행동력이 있다면 일상이 무너질 만큼 힘들 일은 없다. 지금까지 내 경험과 주변 사람들을 봤을 때 자신의 삶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그것을 멈출 용기가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할수록, 힘든 건 당신이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힘듦은 당신뿐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퍼지게 된다. 당신이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무슨 상황에 놓여있든 당신 삶의 통제권을 타인에게 함부로 넘겨줘서는 안 된다. 당신이 자전거를 몰 때 뒤에 누구를 태우든 그것은 당신의 자유지만, 자전거를 모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이어야 한다. 타인에게 운전대를 맡긴 후에 넘어져 아파하고 후회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완벽하게 중심을 잡으려고 하지 마라. 비틀거린다고 한들, 넘어지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낼만한 일에 화를 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