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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27. 2022

"일단 내일"이 모레가 되고, 다음 달이 된다


우리에겐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자기 전 즉흥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고, 선선한 밤공기를 맞으며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따뜻한 집에서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도 있으며, 멍하니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을 기점으로 전부 불가능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오늘은 "행동하기 전 고민하는 습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오늘 오후, 지인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작년 겨울에 나와 함께 짧은 기간 일했던 분으로, 4개월이라는 기간이긴 했지만 꽤나 깊은 얘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던 사람이다. 마침 서로 살고 있는 곳이 멀지 않아서 종종 연락을 해 만나서 얘기를 나누곤 한다.



작년에 나와 그분이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각자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좋은 쪽으로.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뿐만 아니라, 그분도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하며 과거에 비해서 꽤나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퇴근하고 시간 괜찮으면 얼굴이나 보자고 하려 했다는 지인의 말에, 나 또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쯤 만날지 대략적인 시간을 잡았고, 퇴근 후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지인이 멀리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 많이 밝아진 표정을 보니, 나 또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일을 시작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내가 밥을 사겠다고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러자 그분 또한 웃으며 기분 좋게 내 말을 받아주었다. 다음엔 오늘보다 더 맛있는 걸 얻어먹을 거라며 장난을 치며, 함께 천천히 길을 걸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서로의 일상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식사를 마친 후, 카페로 이동해 조금 더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은 뒤, 아까 못다 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그분이 내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시험을 준비할 땐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합격하고 나서 그것들을 하려고 보니,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을 하려고 했더니 막상 제가 잘할 수 있을만한 일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는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막상 그 공부조차 손에 잘 잡히지 않아 고민이라며 말했다.


 




결국 설명은 거창했지만, 그의 말에 알맹이는 없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하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단지 고민에서 그치고 있을 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나는 그가 거기에서 멈출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 만약 그가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면, 퇴근 후 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그를 만나기 위해 결코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가 조금만 더 자신의 생각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움직였으면 어땠을까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시간이, 돈이, 체력이 충분하다고 믿는다. 또는 그것들이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것들 중 하나 이상이 채워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오로지 본인의 착각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웠다고 한들, 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우리들의 이런 생각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언제든 해외를 떠날 수 있다고 믿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국내라고 다르겠는가. 누구나 어느 순간에 바다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번 주는 피곤하니까 다음 주에 가야겠다', '오늘은 날씨가 별로니까 화창한 날에 가야지' 이렇게 생각을 미루는 순간, 다음날부터 일상에 치여 또다시 떠날 생각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것이다.


 




당장 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고, 말한다면 어떻게든 실행에 옮겨보는 것.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생각들 중 하나이다.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타인에게 말할수록,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반대로 하겠다고 말한 후에 그것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것을 꾸준히 지키는 사람이 멋지다고 느껴지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당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이 언제까지고 가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내일 일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며, 삶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봐야 한다. 너무 뻔한 얘기라고 생각하는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힘든 일들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수많은 가능성들이 파생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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