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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06. 2022

나와는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법


'친구는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취미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힘들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만약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친구라면 어떻게 될까? 한 명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위로를 해준다고 할지라도, 정작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물쭈물 대는 자신과는 다르게 정확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이 하는 일이나 전공과는 전혀 다른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과도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이러한 다름이 평소보다 확 두드러지는 순간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속으로 '내가 이 사람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보다 상대가 나와는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다르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느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오늘 "나와는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법"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내게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화'라고 답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이상형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아주, 매우 힘든 일이다.



사실 오랜 기간 친구였던 사람일지라도 대화가 잘 통하는가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은근히 많다. 동시에 알게 되어 여럿이서 함께 만나는 친구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를 들어 당신을 포함한 4명의 친구들 중, 유독 따로 있을 때 조금 더 어색한 친구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다 같이 있을 땐 시답잖은 농담도 하며 웃다가, 갑자기 다른 친구들이 자리를 비워서 자리에 둘이 남게 된 순간이 찾아온다.



함께 있을 때는 물 흐르듯 흘러가던 대화가, 단 둘이 있는 순간부터 툭툭 끊기기 시작한다. 몇 번 서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이 올 때까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들이 돌아오면 다시 활발하게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마 당신 또한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임에도 대화가 잘 통한다고 보기란 어렵다. 알고 지낸 시간 동안 수많은 추억을 쌓고,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을 텐데도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는 건 그만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앞선 사례처럼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동시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상대에 대한 수많은 착각과 선입견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사람을 알아가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실수'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상대방을 아무리 배려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실수는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 있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상대에겐 부담이 될 때도 있으며, 반대로 상대를 너무 편하게 대하다가 선을 넘기도 한다. 즉, 완벽하고 반듯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누구나 한 번 이상은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게 내 입장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사람들과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잦은 실수를 범해던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섬세했고,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심이 있었으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일정 부분은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만 보면 이들이 인간관계에서 실수를 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망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경만 쓰고 내려놓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곤 한다. 똑같은 실수를 하기 않기 위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조심할 뿐만 아니라, 눈앞에 있는 타인을 과거에 자신이 겪은 비슷한 사람과 겹쳐서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이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타인에게 자신의 선입견을 덧씌운다는 것'이다. 즉,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저런 말을 하니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거야'라는 강한 선입견을 가진 채 상대를 대한다는 것이다.



사과와 부사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점이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도 분명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선입견을 가진 채 누군가를 대한다는 게 위험한 것이다. 왜냐하면 '비슷하다'와 '똑같다'는 분명 다르니까.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을 자신이 과거에 겪은 '같은 사람'이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치부한 채, 그들과 똑같이 대하곤 한다. 그러다 상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나는 너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 쓰고 노력했는데'라며, 자신의 실수는 외면한 채 마치 모든 게 상대의 잘못인양 행동한다. 그러다 관계가 끊어지면 자기 연민에 빠져 힘들어하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삶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아무리 자신이 신경을 쓴다고 해서 마냥 좋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상대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들, 때에 따라 결과가 좋지 않게 나타날 때도 있다. 이럴 땐 어느 정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더 좋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 더욱 신경 쓰고 완벽하게 하려 할수록, 조금만 결과가 좋지 않아도 예민해지는 건 자신뿐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좋게 흘러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관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잘 극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대화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를 잘하더라도,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고 꺼려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숙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둘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주제에 대한 대화를 미루면 미룰수록, 갈등과 오해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단순히 진지한 대화에 참여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성숙한 대화를 잘한다고 단정 짓긴 힘들다.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이 무조건 일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속칭 '월급루팡'이라는 말처럼, 시간을 아무런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진지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막상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면 일방적으로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화를 잘하는 것이 아닌, 남을 설득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결국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든, 다른 사람이든 어떤 사람과도 잘 지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리기보단, 직접 당사자와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이 오면 최대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편이었다.



흔히 대화를 잘하려면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구사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을수록,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에게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본,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꼭 달변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신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불필요한 표현 없이 깔끔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를 만나던 대화를 잘 이어나갔다. 상대의 눈치를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할 만한 표현을 절제할 줄 사람.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애초에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항상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동반하는 것과 같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일지라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우리는 곁에 있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그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평소 생각한 것처럼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들 또한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당신과의 대화에 기꺼이 열린 마음으로 다가올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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