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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13. 2022

당신의 사랑을 소화할 시간을 주어라


당신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어떻게 표현하는가? 내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받고자 하는 사랑의 형태와 방식'으로 누군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인들이 다투는 이유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당신의 기준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표현들이, 받아들이는 연인에겐 매번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오늘은 "과한 사랑이 관계에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는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오는 행동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누는 편이다. 또한 그러한 행동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듣는 사람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기에). 바로 '강아지'와 '고양이'로.



'강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려동물인 강아지.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이 동물이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지는 많은 영상들을 통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왜 강아지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상대는 이렇게 말했다. "개는 사람과 달리 조건 없이 저를 반겨주고 사랑해줘요."



당시 그녀는 나이가 꽤 있는 노견을 키우고 있었기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현관이나 방 여기저기에 배설물이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개는 군말 없이 상황을 수습하는 편이지만, 너무 지치거나 힘들 땐 반려견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순간엔 자신의 눈치를 보며 낑낑거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서 숨는 행동을 보이지만, 이내 다시 곁으로 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저절로 화가 풀린다고 말해주었다.



강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이야 외모나 체형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보겠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그 사람'과 모든 것을 함께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듯한 행동들을 보인다. 상대가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 자신의 일처럼 근심에 잠기게 되고,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눌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점을 강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이들은 앞서 말한 부류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달리, 자신만의 영역이 확실하게 있는 동물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구역에 함부로 침범하는 개체에게는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마음을 연 대상에게는 평소와는 달리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고양이가 가진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만의 선'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편이다. 이들과 친하지 않은데 선을 넘는 과한 장난을 친다는 건, "다시는 너를 상대하지 않을 거야"라고 못 박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유 없이 건드리거나 선을 넘는 자에게는 대체로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만의 방식으로 제재가 가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만큼 '자기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경계가 확실하기에, 이들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굽히거나,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들조차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달라지곤 한다. 달아오르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한 번 달아오르면 웬만한 일에는 잘 식지 않고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을 유지한다는 게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둘 중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방식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확실히 후자(고양이)에 속하는 편이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꽤 강한 편이며, 친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선을 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감정에 확신이 들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러한 성향이 꽤 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인지, 나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알고 지낸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한다고?', '상대방은 저 사람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걸까' 강아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라면 하지 못할 행동들을 스스럼없이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런 적극적이고 솔직한 모습들이 멋지게 느껴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제삼자의 입장일 뿐, 만약 내가 그런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면 때때로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강아지와 사랑하는 방식이 유사하기에 말을 갖다 붙인 것이지, 사람은 결코 강아지처럼 행동할 수 없다. 즉, 인간에게 있어 '조건 없는 사랑'을 '무한정 베푼다는 것'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능한 일이다.



연인 관계에서 이런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강아지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해보자. 여자 친구는 매 순간 남자 친구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고, 필요할 만한 것들을 사주며,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가곤 한다. 여자 친구는 남자 친구 또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무언가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선 돌아오는 표현이나 애정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다 문득, 어떠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남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신이 그를 더 사랑한다'는 막연한 느낌이 확신처럼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말을 그에게 전한다. 그 또한 그녀의 말을 듣고 미안해하며,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주는 사랑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적다는 느낌을 더욱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소한 서운함들이 쌓이고 쌓여 점점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그렇게 그들은 자연스레 이별하게 된다.






물론 그녀가 사랑하는 방식이 결코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랑을 내가 주고 싶을 때 주고, 많이 준다고 해서 받는 사람이 언제나 기쁘게만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좀 전에 식사를 마쳤다면 공복 상태만큼 음식이 당기진 않는 건 당연하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은, 단순히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만을 말하진 않는다. 연인이 된 후에도 이 말은 언제든 적용이 가능하다. 자신의 사랑이 상대에게도 온전히 사랑으로 느껴질 수 있을 때, 사람은 그것을 비로소 사랑이라고 느끼게 된다.



만약 당신이 오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고, 너무나 지친 상태라 집으로 돌아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해보자. 그런데 당신의 연인이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 집 앞까지 찾아온다면 어떨까? 당연히 찾아온 연인에게 고마움을 느끼겠지만, 때로는 조금이라도 빨리 씻고 침대에 누워 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이런 마음을 연인에게 말했을 때, 만약 상대가 서운한 티를 낸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 연인이 집 앞까지 찾아오는 수고로움을 고맙게 느끼기보다, 부담으로 느껴질 때 또한 생길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강아지처럼 사랑하는 유형인데, 상대방이 고양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당신보다 애정표현이 덜하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마냥 내 감정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상대방이 언제나 알아주길 바라는 건, 어른의 연애라고 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좋은 연애, 성숙한 연애를 하기 위해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단지 내가 그 상황의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보단, 반대의 상황에서도 그것이 성립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어쩌면 당신의 사랑을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소화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사랑을 퍼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적어도 상대에게 당신의 사랑을 꼭꼭 씹어 목으로 넘길 수 있는 시간은 줄 수 있어야, 상대 또한 당신의 사랑이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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