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 몰랐던 나를 마주하는 순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과 '실제 내 모습'에 괴리감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땐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솟구치곤 했다. 놀랍기도 했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도 했으며, 때로는 떨떠름한 기분도 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드러날 땐 '그래도 이 정도는 누구나 하잖아'라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한 적도 솔직히 꽤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딜레마를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 있는 반면, 자신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어두운 부분 또한 있기 마련이다. 당신은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어디까지 인지하고 받아들인 상태인가. 오늘은 "나조차 몰랐던 나의 모습"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아르바이트생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처음엔 시답잖은 얘기들로 운을 띄웠다가 이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대화를 나눴던 분은 여러모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계셨다. 집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고,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지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만의 포인트가 명확한 사람. 그래서인지 평소에 자주 하는 생각들 또한 아주 비슷해서, 서로가 깜짝 놀란 적도 많았다.
특히나 가장 많은 생각이 겹쳤던 부분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인데, 내가 생각보다 '공감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타인의 어떠한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은 할 수 있지만, 그 감정에 깊숙이 '공감하고 달래주는 것'엔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나를 대입해 '그 상황엔 나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라고 이해하며 위로하고 달래줄 순 있지만, 온전히 그 감정에 몰입하여 함께 기뻐하거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내 말을 들은 상대방 또한 놀라워하며 자신도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신도 감정의 기복이 그리 큰 편이 아니기에, 정반대의 성향을 띤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고 느낀다고 말이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며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달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는 말 또한 덧붙였다. 이 말에 공감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며 지금까지 타인의 말에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랍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집에 돌아와 유튜브를 보며 쉬고 있던 찰나, 내 눈길을 끄는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에 뜬 것을 발견했다. 영상의 썸네일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예민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뉘앙스의 글이 적혀 있었다.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영상을 시청해보기로 했다.
영상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집에 돌아올수록, 씻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진이 빠진 상태'가 된 적이 많았다. 영상을 시청하고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화에 잘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짓는 어색한 표정, 누군가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거리가 멀어 음식을 어떻게 가져올지 고민에 빠진 사람 등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왔음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땐 아예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누거나, 형식적인 대답만을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시켜 왔던 것'이다. 그제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 왜 그랬는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꽤나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내 행동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분명 나조차 몰랐던 예민한 부분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엔 그렇지 않은 면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까지 무덤덤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내 모습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예민함'을 찾았다는 것이다.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건, 항상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 순간의 신기함에서 멈출지, 그로 인한 깨달음을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하고 행동할지 말이다. 무언가를 몰랐던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알고 있음에도 반복된 실수를 저지르는 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전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게 '예민한 부분'이 있고, 많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는 이제부터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시간이 지나 결국엔 지금과 마찬가지로 행동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말했듯, 결과가 같다고 과정까지 같은 건 아니다. 결국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과거의 나와 이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2022년이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신 또한 몰랐던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더 성숙한 모습으로 2023년을 맞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