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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05. 2022

지루하다면서, 다른 건 안 할 거예요?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걸 해보라'거나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냐'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시간이 없어서" 또는 "어쩔 수 없어서"



자신이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가장 삼가야 할 핑계가 바로 '시간이 없어서'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그것을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글을 쓰거나 다른 취미 활동을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즉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하는 것이 아닌, 그것에 시간을 내기 싫어서 '시간이 없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물론 예외적인 경우는 항상 존재한다). 오늘은 "일상이 재미없거나, 도전이 망설여질 때 하면 좋은 생각"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주말 아침, 당신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다. 여전히 이불속에 온 몸을 봉인한 채로, 한쪽 팔만 꺼내 휘적이며 머리맡 어딘가에 놓인 스마트폰을 찾아본다. 한 손은 스마트폰을 쥐고, 이불에서 스르륵 다른 한쪽 팔을 빼낸 뒤에 스마트폰 잠금을 푼다. 누군가에게 온 연락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에 연락하기 마땅한 사람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 잠들기엔 시간이 아깝고, 깨 있기엔 딱히 할 것도 없어 무표정한 얼굴로 SNS와 유튜브를 번갈아 왔다 갔다 해본다. 때때로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당장의 무료함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은 뭘 할까.' 생각을 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다. 결국 당신의 주말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집에서 하루 종일 쉬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당신'은, 불과 2~3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날이 종종 있긴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는 중이다. 퇴근 후에 글을 쓰고, 틈틈이 운동을 하며, 주기적으로 모임에 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한 사람들과 전화를 걸거나, 약속을 잡고 만나서 가벼운 대화부터 조금은 깊은 주제에 대해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타고난 성향을 아예 바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때에 따라 나오는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컨트롤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이것을 스스로 경험해보았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귀찮은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엔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은 가득했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모습이 중요해서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신경도 많이 썼다. 하기 싫지만 속마음과는 다르게 웃으며 무언가를 해주고,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혹여나 그 마음을 들킬까 봐 더욱 친절하게 행동하곤 했다. 그렇게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는, 집에 돌아오면 방전된 상태로 아무 말 없이 쉬며 지친 심신을 달래며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나날들이 반복되자,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점점 꺼려지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내게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큰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었고, 반복되는 날들이 잦아졌다. 때로는 그런 나날들이 너무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비집고 들어왔을 때, 과거의 내겐 그것을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이처럼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처음으로 타파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모임에 나가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의 추천을 받아 '심심한데 한 번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입신청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모임에 가기로 한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모임 첫날이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망했다'였다. '여긴 나 같은 사람이 올 곳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집으로 가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와는 달리 매우 쾌활하고 활기찬 사람들로 이뤄진 공간에서, 나만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모임을 하는 내내 느꼈다. 더욱 큰 문제가 있다면, 한 번 시작된 모임은 10주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매일은 아니었고, 일주일에 1번 참석이 기본인 시스템이었다.



결코 강제는 아니었기에, 중간에 나가지 않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꾸역꾸역 9주 동안 매번 모임에 참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때 당시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과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찌나 심하게 충돌했었는지, 매번 모임을 하는 장소로 들어가는 문을 바라보며 '들어갈까 말까'를 몇 분 동안 서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9주 동안 매번 용기를 짜내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땐 후회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10주가 되었다. 드디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날은 평소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평소보다 편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단독으로 말을 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나는 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진행을 맡았던 사람이 내게 10주 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미지에 대해 상담사로서 한 마디씩 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던 것이다.



나 또한 10주 동안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먼저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내게 말을 걸어주고 웃으며 인사해주었던 사람들에게 느꼈던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낀 상대의 성향과 좋은 점에 대해 모두에게 한 마디씩 얘기를 했다. 내 입장에선 느꼈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던 것뿐인데, 의외로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가 모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건 잘했다'라고 스스로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3번 더 모임 활동을 이어나갔고,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만약 내가 그때 모임 활동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처음 모임에 나간 후, 생각과는 너무 달라 이후에 나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안정적인 건 분명 좋은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신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히려 그 '편안함'이 당신을 서서히 좀먹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당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면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는데도 그러한 편안함과 안정감이, 당신을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일상을 바꿀, 크고 작은 도전들을 계획하는 중이다.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하기, 제주도 여행, 새로운 운동과 취미, 유튜브 등등. 2022년이 끝날 때까진 아직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며, 그 사이 계획한 것들 중 몇 개를 실천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모든 것은 습관이다. 생각한 것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다른 것들 또한 시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할 수 없다고 믿고 현재에만 안주하면, 막상 별 것 아닌 것임에도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걱정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언제까지 당신의 하루가 지루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겹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결국 스스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재 당신이 부정적인 감정과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면, 답은 단순하다. 그것에 반대되는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면 될 뿐이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눈 딱 감고 일단 해보라. 그때부터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지루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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