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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08. 2022

만날수록 '힘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를 하고 나면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건 당연한 결과다. 만약 무언가를 오랫동안 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힘이 나는 것이 있다면 믿겠는가? 이것은 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만날수록 진이 빠지고 힘든 사람들이 있는 반면, 오랜 시간 동안 만나도 헤어지는 순간만 되면 '아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오늘은 "만날수록 힘을 받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평일 퇴근 후, 카페에서 사람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추운 날씨에다, 퇴근한 뒤에 모였던 터라 하나 둘 카페에 도착했을 땐 모두 살짝 지친 티가 역력한 상태였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때로는 농담도 하며 즐겁게 웃다 보니, 밤이 깊어갈수록 처음보다 오히려 활기찬 상태가 되었다. 결국 이 날 또한 처음 헤어지기로 약속했던 시간보다 3~40분 정도 좀 더 대화를 하다가 카페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에너지를 받고 가는 기분이라고. 나 또한 그런 기분이 들었기에 상대방의 말에 깊이 공감을 했다.






집에 도착해 씻고 침대에 누운 뒤 그날의 만남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포함해, 조금은 진지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상대방의 말에 농담도 하며 원 없이 웃고 떠들었던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나와 헤어지던 순간엔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아까 차에서 들었던 말이 문득 기억이 났다. '만나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과 종종 연락하며 지내는 것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해왔던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때는 사람의 말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매 분 매 초마다 감정이 널뛰기하듯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던 날들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내게 했던 말과 행동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함을 느꼈다.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연락 한 번 없다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매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등 말이다. 평소 내게 서운하다는 말을 그토록 많이 하면서도 정작 생일 땐 연락 한 통 없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마음을 담은 행동 하나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해야지'라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어떠한 말 없이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저절로 눈길이 갔다. '오늘은 피곤해서 못 볼 것 같아'라고 하는 사람보다, '빠듯하긴 해도 30분 정도는 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아졌다.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그만큼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 호감이 더욱 생기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이미 잘하는 사람들을 곁에 더 많이 두려고 하는 편이다. 사람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처럼, 인간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주변 환경에 쉽게 물들곤 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곁에 부정적이고 의지박약인 사람이 많으면 때에 따라(주로 자신이 힘들 때) 강철처럼 단단할 것 같은 의지가 쉽게 꺾이고 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것 하나는 기억하기 바란다. 단지 '사람이 고프다'는 이유만으로 자꾸만 새로운 사람들을 곁에 두려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입지도 않을 옷들을 그저 '예쁘다'라는 이유만으로 사서 옷장에 가득 채워놓은 후에, 시간이 지나 똑같은 옷이 여러 벌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라. 자신에게 무슨 옷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그냥 내버려 둔다는 건 꽤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건, 곁에 진심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내 곁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굳이 새로운 사람을 더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까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들, 반대로 당신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 당신 주변엔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은지, 이번 기회에 한 번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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