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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13. 2022

험상궂은 아저씨는 손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당신의 첫인상이 어땠는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만났던 무수한 사람들의 데이터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고, 그로 인해 처음 누군가를 마주하는 순간 상대의 이미지와 성격 등을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첫인상과 별반 다르지 않기도 하지만, 알면 알수록 첫인상과 전혀 다른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오늘은 "첫인상이 가지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여느 날과 같이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어제 비가 내린 덕에 맑개 개인 하늘을 보며 감탄하던 도중, 무심코 바라본 앞엔 험상궂은 인상을 한 중년의 남성이 한 건물 입구 앞에 서 있었다. 무언가 언짢은 일이라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미간은 찌푸려진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뒷짐을 진 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기에 그대로 지나쳐가려는 순간, 그가 서 있던 건물의 입구가 열리며 꼬마 여자아이가 걸어 나왔다.


 

많아도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던 아이는,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이 그렇듯 계단 하나를 두 다리를 모아 폴짝하고 뛰어내린 뒤에 아까 본 험상궂은 표정을 한 남자의 손을 꼭 잡았다.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옷과 가방까지 분홍색으로 깔맞춤 한 여자아이는(심지어 마스크도 분홍색이었다), 남자의 손을 잡은 채 한 발짝씩 걸어 나왔다. 아이의 손을 잡은 중년 남성 또한 여전히 인상 쓴 표정은 유지한 채, 차가 오는지 도로 주변을 살피고 신중히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나는 처음 본 중년 남성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심술궂다'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봤던 그의 행동은, 머릿속으로 떠올린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아마 손녀인 것으로 보이는 아이를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침부터 미리 나와 기다린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손녀의 손을 잡고 걷는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계속 그를 '심술궂은 표정을 한 중년의 아저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첫인상으로 누구를 판단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예전에 자신은 '촉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며, 자기 자신을 뽐내듯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그 사람은 꽤나 감이 좋은 편이었으며, 아주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로도 상대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에도, 그 사람은 자꾸만 그 행동에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하고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나를 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무심코 내쉰 한숨을 보며 "왜 갑자기 한숨을 쉬어요? XX 씨가 아까 뭐라고 한 것 때문에 그래요?"라는 식이었다. 아니라는 내 대답에도 그 사람은 "아닌데... 지금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에이, 솔직하게 말해봐요."라며 자꾸만 자기가 내린 결론으로 나를 몰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 불편했던 이유는, 사람을 자기방식대로 '넘겨짚으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근거로 상대의 말과 행동에 어떠한 의미를 자꾸만 담으려 하는 것. 그 사람은 굉장히 쾌활하고 유머러스했으며 자신감 넘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자꾸만 상대를 읽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말을 하면서 자꾸만 기침을 하면 '저 사람이 지금 목이 건조한가 보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물을 가져다준다던가, 앉아있을 때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을 보며 '말하는 내용 중에 듣기 싫거나 불편한 게 있었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곤 한다.



이런 생각의 결론이 '배려'로 드러나면,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결론이 다소 '부정적'으로 나버리면 조금은 달라지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한 내 행동이 혹시나 불편하진 않을까 눈치를 보기도 하고, 평소보다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도 한다. 사실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그러한 '넘겨짚기'를 하지 않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을 하고 있다. 상대가 혹시라도 내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상할 수 있기에, 친할수록 선을 지키기 위해 조심하는 편이다. 만약 상대방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부정적인 쪽으로 상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느껴진다면 상대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오해는 대화를 하면서 충분히 풀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를 단순한 몇 가지 정보로 판단하고 결론짓는다는 것. 이렇게만 들으면 대단히 위험하고 잘못된 행동이지만, 우리는 살면서 그러한 실수를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바로 오늘 아침, 내가 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판단한 상대의 첫인상과 나중에 드러난 모습이 비슷했던 적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람을 알아가는 건 게임과는 다르다. 게임은 실수를 해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한 번의 실수로도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상대가 나를 마음대로 판단하는 것을 싫어하면서, 정작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했던 시간이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상대의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으려고 하거나, 함부로 넘겨짚으려 하는 성향이진 않은가. 결국 단순한 하나의 사실은, '당신이 당하기 싫은 건, 당신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잘 기억하고 행동하더라도,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겪지 않고 무난히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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