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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Dec 26. 2022

잡다한 '99'보다, 내게 필요한 '몇 가지'의 소유


누군가가 살아온 과거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당신은 몇 년 전과 지금, 단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의 성향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누구나 조금씩은 변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좋은 방향'이냐, '그렇지 않은 방향'이냐 일 것이다. 오늘은 "현재 내게 일어나는 변화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다른 글들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 아주 특별한 한 해였다. 1월부터 이번 달까지 평범하게 지나갔던 적이 없을 정도로, 다달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상 속에서 일어났다.



물론 꼭 좋은 일만 일어났던 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잠잠하던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했고, 무사히 지나갈 거라 안심하던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린 적도 있었다. 최근엔 갑자기 배꼽에서 피가 나는 바람에 아침부터 병원에 가 CT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이 내게 가장 특별한 한 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년을 돌이켜 떠올려 봤을 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준 변화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상을 조금은 내려놓고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한 횟수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힘들고 귀찮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하곤 했던 예전의 나와는 달리,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그래, 한 번 견뎌보자'라고 부딪힌 순간들도 꽤 많았다. '난 이런 건 잘 못하는데'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들을 해보기도 했고, 의외로 그것들을 잘 해낸 뒤 남몰래 혼자 기뻐한 적도 있었다.



혼자 있던 시간에 게임과 웹 서핑만 하며 그저 그런 시간을 보낸 과거의 나와 달리, 그날 하루 느꼈던 일들에 대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 날들이 잦아지자 '나조차 몰랐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는 아닌 척했지만 사실은 부끄럽고 창피했던 나의 진짜 모습.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었던 나 자신의 어두운 면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억지로 했던 배려와 허울뿐인 말들을 차츰 내려놓았다. 그 대신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라도, 진심이 듬뿍 담긴 말과 행동을 하려 노력했다. 예전과는 달라진 내 모습에 멀어진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곁에 남았다. 가식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인 사람들과 현재 나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나라는 사람은 갈 길이 멀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말이다. 종종 친한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내 입으로 하면, 그들은 내게 '괜찮다'라고 말하며 응원 섞인 말들을 해준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웃으며 그들의 격려를 그대로 받아들이곤 한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게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객관화가 잘 되지 않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며, 그것을 채우고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단순히 '난 왜 다른 사람처럼 저런 걸 못할까', '결국 난 안될 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걸 잘하지? 나도 저 사람처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 사람만큼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칭찬과 비난은 색은 다르지만, '타인이 자신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는 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하는가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나에 대해 좋은 평을 해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것을 내가 잘하지 못한다면 굳이 들뜰 필요는 없다.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비난한다고 해도, 그 말에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기분 나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는가' 중요한 건 이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몇 번이나 곱씹어 생각해봐도 잘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면, 아낌없이 칭찬해줘야 한다.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히 당장 해야만 하는 것이 있음에도 '피곤하다', '조금 이따 해도 괜찮다'라는 핑계를 대며 하지 않는 일들이 많아진다면 고쳐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에 대해 친구가 '조금 미루면 뭐 어때'라는 위로의 말을 해준다 한들, 결국에 그것을 해야 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명심하라.



아무런 일이 없어도 편하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에게 생긴 기쁜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상황이 갖춰져 있다는 것. 혼자민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 수 있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최소 1가지 이상 있다는 것. 평소 사용하지도 않는 것들을 포함해 아주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것보다, 당신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몇 가지는 가져갈 수 있는 내년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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