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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Feb 10. 2023

새벽 6시,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우물인 것처럼 착각하는 개구리처럼, 때때로 우리는 매일 보고 듣는 것들만이 진실이자 전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똑같은 하루라도 자신과 전혀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본 적 있는가? 오늘은 "새벽 6시에 본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지난주 일요일부터 나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되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불을 켜고, 물 한 잔을 마신 뒤 옷을 챙겨 입고 문 밖을 나선다. 2월임에도 여전히 새벽 공기는 차가워서 조금만 걸으면 코끝이 시큰거리는 듯하다.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잔잔히 흐르는 강을 따라 길게 늘어진 길. 내가 달릴 길이다.



2023년의 첫 번째 달이 빠르게 지나가고, 조금 더 삶에 충실하기 위해 식단과 함께 새벽 조깅을 시작했다. 아직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살짝 몸이 가벼워진 듯한 기분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할 때면 과자와 초콜릿, 우유가 들어간 커피 등 좋아하는 간식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지금까진 간식에 대한 유혹보다 성취감이 더 크기에,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변하는 신체보다 더 놀랍게 느껴진 건, '새벽 6시에 마주한 모습'이었다. 조깅을 하기로 한 첫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섰을 때 수많은 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달리고 있는 버스 안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나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 보이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그러한 광경을 보는 것은 다르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삿포로의 눈 오는 풍경.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관광 명소와 풍경들. 우리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이러한 풍경들이 아름답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는 이런 풍경을 실제로 본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7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조차 벅찼던 내게, 훨씬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본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똑같은 24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매일 나보다 '1시간 30분'을 더 사용하고 있었다. 






주어진 것은 같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건 저마다 다르다는 것. 이것이 어디 시간뿐이겠는가. 같은 부모 아래 자랐어도 어떤 아이는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는 반면, 또 다른 아이는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함께 입사한 회사 동기들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빠르게 승진을 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상황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별일 없다는 듯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이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무지의 차이'라고 답하고 싶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거나 스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외면한 채,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 채 가지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나는 돈이 없어"이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엔 정말 돈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유독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 중 앞서 언급한 부류의 사람들이란, 자신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쓰면서 '돈이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월급을 4~500만 원 이상을 받는다고 한들, 지출이 그 이상이면 당연히 월급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가진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며 살아간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고만 하는 듯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로도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데도, '좋아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며 별생각 없이 그러한 것들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쉽다. 그러나 그것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많이 가져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시간은 조금 더디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연습을 더 많이 해봐야 한다. 하나의 경험에서도 10가지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10개의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을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달라지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타인의 부추김보다, '스스로가 그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이 무언가를 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당신에게도 좋은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이다. 나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무엇을 '하는 것'보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본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들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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