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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Feb 14. 2023

부끄러워말고 드러내라. 단, 자신있다면


현재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중 '잘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성향과 타고난 능력, 꾸준한 노력 여부에 따라 누구나 잘하는 것이 한 가지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입으로 잘한다고 말했던 것을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려고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전제 조건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면, 이것은 정말로 잘하는 것일까? 오늘은 "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종종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잘하는 게 없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효율적인 것을 매우 싫어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가 노력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전, 그것을 스스로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가늠한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 자신이 얼마큼 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성실함을 0에서 10이라는 수치로 나눈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사람은 수치 상 4 또는 5 정도의 성실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 6이나 최대 7 정도의 성실함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6 정도의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A가 가진 능력이라면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이런 상황이 닥치면 A는 그것을 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일까. A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이 6 또는 7의 성실함을 끌어올렸던 경험이 아닌, 4 정도의 성실함 때문에 실패한 기억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만약 A가 평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분명 평소보다 좀 더 무리해야 할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그 정도 수준의 일을 잘 해낸 경험을 먼저 떠올리고, 좋은 기회라고 판단이 들면 좀 더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객관화'를 잘할 수 있게 된다.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되면 스스로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리가 되면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상황에 대입하는 상상을 해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도, 때로는 신중하게 뒤로 물러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다.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속도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똑같은 결론에 닿더라도 그 시간이 매우 짧아지는 것이다. 전보다 빠른 판단을 하면 그만큼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기에,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또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무언가에 얽매이거나 후회하는 일이 적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확실히 파악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여기서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언제든, 어디에서든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종종 자신이 뭔가를 잘한다는 것을 당차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그들에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움츠려 들곤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자신이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100%의 컨디션을 보여줄 수 없을 때도 있다. 어쩌면 최악의 몸상태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야말로 그 사람이 그것을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스크린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영화배우가, 사실 촬영 당일 엄청난 고열에 시달려 연기를 펼친 후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것. 멋진 무대를 펼친 후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가수가, 사실 그날 성대결절 때문에 평소 실력의 반조차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진정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들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잘한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어디에서든, 어떤 상황이든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자신 있게 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나서진 않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을 입증하려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잘한다고 내 입으로 말했고, 어른이라면 자신이 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부로 잘한다는 말을 내뱉지 마라. 언제, 누가 옆에 있든, 어디서든, 당신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남들보다 잘할 자신이 있는 것들에 한해서만 잘한다는 말을 해라. 대신 그러한 말을 입 밖으로 뱉었다면,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원래는 잘할 것 같은데 오늘은 조금 아쉽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벼운 사람", "입만 산 사람"으로 낙일 찍힐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한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당신의 앞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낚아챌 수 있게 된다. 당신의 몸상태가 최악일 때 그것을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의 평균보다 잘할 수 있다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겸손하지 마라. 못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멋진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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