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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Feb 20. 2023

빵 한 조각에 웃었다, 아주 오랜만에


우리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침대에서 눈을 뜬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일어나 미적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또는 회사로 향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날 일과를 보낸다. 일과가 끝나면 한껏 개운해진 기분으로 맘껏 자유를 만끽한 후, 좀 더 즐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다시 잠에 든다. 잠에 들기 전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일이 토요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만약, 매일이 쉬는 날이라면 정말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늘은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한때 유명했던 통계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방글라데시'라는 국가가 1등을 했다는 자료가 있었다. GDP도 낮고, 뛰어난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닌 나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한다며 '행복은 결코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말들이 돌아다니던 시기가 존재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이와 관련되어 흥미로운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를 차지했던 방글라데시가, 이제는 1위에서 훨씬 아래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방글라데시에 선진국들의 문화가 전파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지게 되자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풍요로워질수록, 오히려 불행한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것 말이다. 비단 가지지 못한 사람들만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1을 가진 사람은 10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10을 가진 사람 또한 30을 가진 사람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된다.






물론 나는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상승욕구' 덕분에 현재 우리가 별생각 없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먼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 힘들어 동물을 길들여 타고 다니게 되었고, 그것 또한 부족하다고 생각해 자동차나 기차가 생겼다. 그것 또한 느리다고 여겼기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보다 상위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그것을 이룬 후엔 또 다른 상위의 가치를 갈구하게 된다.



현재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금수저', '다이아수저'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묘한 편견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부족함 없이 자랐기 때문에 자신보다 가진 게 부족한 사람들을 하대하거나 버릇이 없다고 말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가 건방지고 예의 없게 행동하진 않는다. 그들 중에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것을 가졌고, 다양한 것들을 누릴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한 사람들은 오히려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문제가 되는 부류는, 부모의 부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해 매사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비단 이런 마음을 먹는 게 부자들 뿐이겠는가.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조차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살아간다. 지금 당신이 구매할지 말지 망설이는 물건들, 충분히 혼자 살기엔 넉넉한데도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길 바라는 마음, 당장 필요 없지만 '사두면 어딘가엔 쓰겠지'라며 일단 카드부터 꺼내는 손.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한 채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건, 부자나 평범한 사람들이나 다를 바 없다.






사실 행복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한 강사가 나오는 영상을 한 번 이상 보았을 것이며, 이런 뉘앙스의 말들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것에 진정으로 만족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스스로의 의지로 자기 자신을 작은 곤경에 빠뜨려보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커다란 어려움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힘듦을 자의적으로 만든 뒤에,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고 싶다.


 




2월 초부터 지금까지 새벽 조깅과 식단을 병행하는 동안, 머릿속엔 평소 좋아하던 음식 생각이 절로 떠오르곤 했었다. 피자, 치킨, 빵, 떡볶이, 탕수육 등등 지금도 음식 생각만 하면 침이 고인다. 그러다 지난주 주말, 어쩔 수 없이 일반 음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매일을 대부분 곤약볶음밥만 먹으며 보내다가, 오랜만에 먹은 빵 한 입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식감은 2주간 내가 먹던 음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무런 생각 없이 사 먹던 빵 한 조각이, 그토록 어마어마한 감동으로 다가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제야 지금껏 내가 누렸던 모든 순간이, 사실 당연하지 않았음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소중함.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동안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사실 답은 간단했다. 내가 그러한 음식들을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바닥을 치며 '좀 더 잘해드릴걸'이라고 후회하는 자식들이 있다. 사고로 인해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안전의 중요성'을 자각하거나, 아파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데 몇 주가 걸린 뒤에야 '건강'을 위해 운동 헤야겠다고 마음먹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대부분은 다시 평소처럼 행동하기 십상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 길어질 때, 자기 자신을 살짝 괴롭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난 고난과 시련을 통해 환골탈태하려는 것보다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시련을 통해 일상에서 누리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것. 그러한 행동들을 종종 시도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의지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더라도 견딜 수 있는 멘탈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많은 게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빵 하나에 행복했던 나, 당신의 행복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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