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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04. 2023

그 익숙함 또한, 과거엔 새로움이자 설렘이었다


행복.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지만, 정작 그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지금, 오늘은 "정말로 행복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몇 달 만에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제주도였다. 3박 4일 간의 일정 중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아주 화창한 날씨였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 처음 듣는 주제에 대해 얘기를 들으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굳이 무언가를 찾아서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들이 항상 주변에 있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 속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우 단조로워지는 하루하루가,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거리를 산책하는 일, 주변 풍경 등 평소 평범하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새로워진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고 며칠이 지나면, 우리는 그런 변화들에 또다시 익숙해지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정된 장소인 '집'이 그리워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면엔 '돌아갈 장소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움'과 '익숙함'. '설렘'과 '편안함'. 사람들은 이 2가지를 넘나드는 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매번 새롭고 설레는 것들만 추구하던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또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익숙하고 편한 것만을 하던 사람이,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새로운 자극을 느끼거나 그런 사람을 만난 순간. 우리는 그 대상으로 인해 평소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순간을 '행복'이라고 칭하곤 한다.



주변을 보면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공허해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봐오면서, 나는 더이상 가진 것과 행복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물론 최소한의 기준은 존재한다. 안정적인 경제적 상황, 평범한 건강 상태와 같은 기본적인 조건들은 충족되어야 한다. 거기서부터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다를지언정, 소유와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자주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익숙함과 설렘', '새로움과 편안함' 사이를 얼마나 스스로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는 하늘이 오늘따라 더 푸르게 보인다던지, 점심을 먹고 나서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시원하고 맛있게 느껴진다던지 말이다.



평범함 속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자주 발견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일상 속에서도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것들을 골라낼 수 있는 눈이 있기에, 그들에게 상황과 장소의 변화는 크게 의미가 있진 않다. 즉, 어디를 가더라도 그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조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가야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엄청난 자산가가 아닌 이상, 우리는 일상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자극만을 추구하며 살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그것을 한번에 아낌없이 써서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경험하려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잘못되고 그른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매번 새롭고 더 큰 자극만을 추구하며 살다보면 언젠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10만원만 써도 행복했지만, 나중엔 자신을 위해 몇 백 만원을 쓰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자극에 중독되어 더 큰 자극이 아니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 차와 집을 사는 건 왜일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사니까, 그것이 정답이니까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삶을 사는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오로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이다. 행복해지고 싶기에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더 좋은 것들을 하기 위해,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 자신이 가진 것들과 주변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냐'이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자주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라고 믿는다.



현재 평범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도, 다른 곳에서 놀러온 사람에겐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떠올려보라.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들 또한 처음엔 결코 익숙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그 일들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달라진 것이다. 당신에게 이미 익숙해진 것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면, 그것들이 사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결국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더라도,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평범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평범함 속에서 새로움과 설렘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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