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을 때가 있다

by Quat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시작한 후에도 끝없는 고민에 시달리곤 한다. '지금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는 걸까', '이걸 한 게 정말로 잘한 선택인 걸까', '지금이라도 그만해야되나'. 주변 사람들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런 과정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음에도 여전히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은 "고민을 오래 해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최근 누군가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었다. 상대는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직 연애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자신 또한 왜 확신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약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지만 끝내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진 못했다. 지금껏 해왔던 연애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게 나름의 결론이었지만, 그것이 상대가 연애에 확신이 서지 않는 분명한 답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로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 상대가 신기하게 보였다.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던 건, 상대방 또한 평소엔 나와 비슷한 성향을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상대를 알아가는데 꽤나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인데, 지금 만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 싫진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다는 것. 평소 외로움을 잘 느끼는 성향도 아니라는 것.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었지만,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어떻게든 만났을 인연일 수도 있다. 또는 어느 한쪽은 다른 쪽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당사자도 모르는 답이기에 나 또한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미 시작한 일에 대해, '내가 왜 이걸 했지'라고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단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건, 그것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일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서 거기에 반드시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삶에 있어 우선순위는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의식적으로 이것을 어느 정도까진 통제할 수 있지만, 100% 컨트롤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몸상태를 회복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무언가에, 온전히 24시간을 다 쓰진 않는다. 물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 말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하던 것들을 아예 못하는 지경까지 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준비해,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퇴사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동안 자신이 머릿속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실제로 옮기기 위해 그 사람은 굉장히 하루를 바쁘게 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아예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잘 수는 없다. 하루 정도는 그렇다 쳐도, 그러한 삶을 일주일 내내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의지력이라기보단, 생존을 위한 본능에 가깝다.



사람은 현재 상태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바쁜 한 주를 보내 피곤한 사람은 주말에 휴식을 취하려 할 것이고, 심심함을 느낀다면 친한 사람과 약속을 잡으려 할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의지로 움직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기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도, 믿지도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우선순위'가 아니었을 뿐이다.






이제 다시 처음 주제로 돌아가보자. 무언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이 길어지거나, 이미 시작했음에도 그것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인 사람. 사실 그 사람이 그토록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또는 누군가)이 그 사람에게 높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만나자고 하는데, 단지 일이 바빠 '오늘은 보지 말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말로 바빠서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그 사람이 먼저 다음 약속을 잡으려 할 것이다. 이것이 약속에만 국한될까. 퇴근 후 운동, 여행, 취미활동 등 모든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할지 말 지 고민 중이라면, '길게' 하지 말고 '깊게' 해야 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이 넘도록 고민만 하고 있다면 아마 그것은 당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왜 내가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 그것을 하기 위해 현재 당신에게 있어 높은 우선순위에 위치한 것들을 할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 무언가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계속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그것을 위해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좋을 것이다.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가.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한다면 그것을 위해 그러한 만남의 횟수와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말이다. 현재 당신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데도 막상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 좀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을 때 도전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결국 어디까지나 이러한 생각들은 참고일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결론은 나있음에도, 욕심을 부리며 무엇 하나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할 시간에, 그때라도 그만두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하는 것뿐만이 아닌,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 또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민이 많아서 힘들다면 '고민을 멈출 고민'보다 '고민을 멈추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생각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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