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책을 넘기는 듯한 마음으로

by Quat


당신은 우리의 일상과 인생이, 마치 한 권의 책을 골라 그것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처음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것부터, 구매한 뒤 한 장씩 읽으며 마침내 모두 읽는 것. 며칠 전 책을 읽으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오늘은 "책을 넘기는 듯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방식은 다양하다. 겉표지가 예쁜 책에 선뜻 손이 가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호하는 사람, 두께가 두꺼운 것보다 얇은 책을 선호하는 사람 등등. 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똑같은 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곤 한다. 갓 출간되어 진열된 한 권의 책을 보고 누군가는 '저 책은 표지가 너무 밋밋하다'라고 생각하며 그곳을 빠르게 지나친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잖아? 한번 읽어봐야겠다'라고 바로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와 비슷하다. 구직을 할 때도 비전, 연봉, 워라벨, 함께 일하는 사람 등등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준을 바탕으로 원하는 곳에 이력서를 넣는다. 사람을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외적인 모습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 있는 반면, 활발한 성향이나 유머러스한 사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조용하고 지적이며 과묵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존재한다.






다양한 종류의 기준에 따라 책을 구매한 당신은, 집 또는 카페에서 책을 펼친다. 여기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각자 다르다. 사기 전 대충 훑어봤을 땐 나쁘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영 재미가 없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내용에 강한 흡입력을 느껴,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절반 이상 읽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표지에 속아 실망한 사람, 책 내용에 흥미를 잃은 사람, 사기 전보다 읽어보니 막상 재밌다고 느낀 사람 등등. '책을 구매하기 전'과 '구매하고 나서 읽은 후' 반응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예상과 달라 실망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할 때. 일한 만큼 금전적인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퇴근 후 자신만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를 받거나, 확실한 워라밸이 보장되어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어느 정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후,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생각보다 별로인 모습을 느껴 당황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아주 괜찮다고 느낀 적도 있었을 것이다. 알고 지낸 시간과는 별개로, 본격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미처 예상치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 적. 책을 사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사람 또한 그런 부분이 분명 있다.






마침내 구매한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드는가. 돈이 아까워 억지로 끝까지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 읽고 난 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그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간에 읽는 것을 멈추고 책장에 그대로 꽂아둔 채 먼지가 뽀얗게 쌓일 때까지 두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겨우 한 번을 읽거나, 중간에 읽는 것을 포기하거나, 여러 번 책을 읽어도 여전히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들. 책을 끝까지 읽은 후의 사람들의 반응 또한 다양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힘겹게 들어간 직장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제 발로 나오기도 한다. 자신의 이상형이라 생각했던 사람과 만났지만, 막상 만나보니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별문제 없이 몇 년 이상 같은 회사, 같은 사람과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 또한 있다. 누군가와 만나면 채 100일을 넘기지 못한 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책들을 읽을 기회를 접할 것이다. 처음엔 경험이 부족하기에, 애써 고른 책이 생각보다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면 차츰 자신만의 '책을 고르는 방법'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비록 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지라도, 과거의 비슷한 경험을 통해 꽤 괜찮은 책들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해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확신을 갖고 산 책임에도 별로라고 느껴질 때도 있으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른 책에서 인생을 뒤흔들만한 메시지를 얻어가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 기준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지금까지 당신이 믿어온 가치관을 유지할지, 아니면 뒤엎을지 또한 당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니까 말이다.






Homezone(홈존)이라는 가수의 노래 중 '책을 넘기는 듯한 마음으로'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의 후렴구는 다음과 같다. '앞으로도 늘 우리는 수많은 문장 속에서 함께 방황하며 길을 잃고 말 거야. 띄어쓰기 가득한 미로. 그럴 때면 내 행복아. 걱정은 잠시 넣어둬. 불안해하진 마 이젠. 마치 책을 넘기는 듯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찾아오곤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런 순간을 겪고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주고 싶다. 불현듯 드는 걱정들은 조금은 넣어둔 채, 그저 책을 넘기듯 살아보라고 말이다. 불현듯 뒤를 돌아봤을 때 당신이 걱정했던 그 순간들이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일 때가 지금까지도 많았던 것처럼, 이 순간 또한 반드시 지나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를 잠시 토닥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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