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모텔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지금

by Quat


바로 어제인 12월 31일, 새로운 계약서 하나를 썼다. 지난해 초부터 살고 있던 곳을 떠나,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 가기 위한 부동산계약서. 작년 말일엔 혼자 모텔 방 안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말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오늘은 "작년 연말과 달라진 현재"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귀가 시릴 정도로 추웠던 날씨였던 걸로 기억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숙박앱을 실행한 뒤, 회사 근처에 있는 모텔을 검색했다. 적당한 거리에 있는 한 곳을 찾아 혼자 묵기 좋은 사이즈의 방을 잡아두었다. 퇴근 후엔 집으로 가는 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있는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산 뒤, 미리 예약해 둔 모텔로 들어갔다. 넓지도 않고 시설도 훌륭하진 않았지만, 혼자 하룻밤을 보내기엔 충분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TV를 보며 야식으로 먹을 피자를 주문한 뒤, 맥주와 함께 피자를 먹고 잠에 들었다. 다른 의미에서 꽤나 특별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낸 셈이었다.






작년의 내가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연말이라 친척들 몇 분이 집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후부터 하루종일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느끼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와 분노. 작년의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고는 있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진 않았었다.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자 오랫동안 나를 봐온 사람들과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그들의 말과 행동이,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두 번째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한 후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그전엔 당연하게 누려온 배려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몇 년보다 작년 한 해 동안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것들이 훨씬 더 많았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조금씩 달라진 면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1년이 조금 안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고, 이제는 더 넓은 공간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해보려 한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혼자 연말을 보낸다는 게 그땐 마냥 편하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 당시를 떠올리면 혼자만의 '정신승리'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혼자 있는 것'과, '혼자 있을 수밖에 없기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오랫동안 그러한 생각에 취해있지 않고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작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연말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 볼 때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자신이 느끼는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면을 대하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부정하는 사람, 어쩔 수 없다며 내버려 두는 사람, 쿨하게 인정하려 하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몇 개월 동안 글을 쓰면서 스스로 가장 좋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다'라는 것이다. 처음엔 나 자신의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특정 부분들을 글에 언급할 땐,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이어지자 그것이 '진정한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왜 그런 행동들을 했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착각하고 있던 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요모조모 살펴보며 조금씩 바로 잡아왔다.



현재 당신의 처한 상황과 모습은, 과거의 당신이 선택해 온 무수히 많은 결과들의 집합체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를 별로라고 생각한다면,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원하던 삶처럼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그것 또한 단순하다. '그때 그럴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라도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을 하면 될 뿐이다. 삶은 자신이 바라보는 대로 그려진다. 진정으로 당신이 무언가를 원하며 살고 있다면, 내 앞에 놓인 장애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조차 아까워지게 된다. 타인의 응원으로부터 힘을 받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다'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2023년 당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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